[내면 산책자의 시간]은 인생에 대한 단언과 명령으로 뒤섞인 도서관 수필칸에서 간신히 빼낸 것이었는데, 꽤 성공적이었다. 머리말 몇 장만 읽고 집으로 데려왔는데, 읽고 있자니 머리는 깊어지고 마음은 포근해지는 느낌이었다.
안식년을 받은 김명인 교수님이 6개월 동안 런던에서 혼자 지내며 밥 지어먹고, 공연 보러가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음악 들으며 열심히 생각하고 반성하면서 쓴 일기다. 겉은 소소하지만 안은 치열하다. 나도 이렇게 열심히 지내야지,라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당장의 생활에도 많은 힘이 되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사는 게 그런 거라며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주다가도, 날카로운 자기 반성으로 옆구리를 찌르기를 반복하였다. 같은 모습에도 나는 자성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럼에도 어긋난 방식으로 넘치는 힘이 없어 편안했다. 이런 건 중년이 되어서야 가능한 걸까.
청춘을 바깥에 맡겼던 탓인지 건강이 계속 안 좋으시던데 얼른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다. 아픈 70~80년대에 많은 동료들을 보내고 홀로 살아남아 있다는 정신적 부채감도 조금은 덜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나라도 과연 마음 한켠에 무거운 추 하나 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묻게 된다. 도리가 없어 더 아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