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또는 독서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물론 `기적의 속독법`이나 `청춘이 읽어야 할 책 베스트 20` 같은 책들을 제하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책`과 `독서`라는 소재에 관한 순수한 흥미가 첫째이고,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독서하고 책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폐쇄된 순환 구조가 주는 묘한 즐거움이 둘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꽤 적합했다. 같은 소재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책들을 들춰보았지만 제목에 낚여 주로 실패를 겪었던 나로서는 반가운 마음이었다. 고로 지난 여름 [종이책 읽기를 권함]을 읽고 실망한 경험을 이 책으로 보상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책으로 집이 기울어진 사람들, 지진과 화재로 책이 다 타버린 사람들, 책을 위해 집을 지은 사람들, 책에 주거 공간을 다 내준 사람들 등등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에 관한 에피소드가 소탈하게 쓰여있다. 기이하다면 기이한 에피소드가 적지 않은데도 글에서 소탈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자 자신도 책 2만여 권을 품고 사는 장서가이기 때문이리라. 다른 장서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수집한 에피소드들이 저자 자신에게는 결코 유별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도 책에 잡아먹힌 사람으로써,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를 묘사할 때에나 느끼는 과장의 욕구를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과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서가들의 풍경이 산뜻하게 그려진 데에는 일본스러운 겸손함과 송구스러움(?)도 한몫한다. 일본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간간이 접하는 일본의 영화와 책들이 참 그들의 음식과 닮았다고 종종 느낀다. 이 책도 낫또 같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