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 문화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을 만드는가
케빈 랠런드 지음, 김준홍 옮김 / 동아시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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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종류의 식물로 뒤옆여서, 덤블에는 새가 지저귀고, 다양한 곤충이 날아다니며, 축축한 땅 위로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얼기설기 얽힌 강 둔덕을 관찰하다가, 이처럼 서로 다르며 복잡하게 상호 의존하는 정밀하게 구성된 형태들이 모두 우리 주변에서 작용하는 법칙에 의해 발생되었다고 생각해 보면 흥미롭다. 그리하여 자연의 전쟁 및 기근,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대상, 즉 고등동물의 탄생이 직접적으로 이루어졌다." - 찰스 다윈 [종원 기원]

 

 

 

진화는 적응과 자연 선택이라는 확고한 인과율에 의해 진행된다. 그렇게 단순한 법칙의 반복을 통해 생명계는 끊임없이 변하며 오랜 세월 엄청나게 다양한 생물들을 창조해 냈다. 그런데 가장 적응적인 개체가 자연 선택되는 과정을 통해 생물이 진화한다라고 한다면 39억 년이라는 엄청난 진화 역사를 거쳐 온 결과인 현재의 생물들은 거의 완벽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런 오해를 가지고 보면 자연에는 우리의 추측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이고 설명하기 힘든 수수께끼들이 널려 있고, 생명의 진화는 불가사의한 미스터리로 생각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재 진화론과 관련하여 진행되고 있는 주요 논의들과 일반적인 궁금증에 대해 대부분을 다루면서 진화에 대해 일반인, 그리고 생물학자들까지도 잘못 알고 있는 많은 오해들을 풀어 나간다. 그리고 인간의 특이성을 다른 동물들의 형질과 비교함으로써 이해를 돕고 인간의 인지와 문화를 탐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비교는 인간 종의 성취를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지금의 인류에 이르는 진화적 경로를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아마도 독자들, 아니 모든 인류가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이 실려있는 유전자 문화 공진화 챕터에서의 내용 중 흥미로웠던 점은 모든 사람이 오른손잡이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과 기후와 주위 동식물과에 의한 유전적 변형(예를 들어 HbS대립형질)이 선호되는 조건을 구성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는 생존을 위한 유전자 본능, 인간 식이의 변화에 따른 유전적 반응, 그리고 가장 매력적이었던 내용은 문화의 상호작용이 인간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로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인류의 유전자 흐름에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예술 작품이나 공연을 즉흥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간의 운동 조절 능력은 다른 어떤 동물에게도 없다. 인터넷에는 예술적인 동물들에 대한 사례와 유튜브 영상들이 넘쳐나지만, 이는 동물 행동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를 거친 것이 아니다. 반려묘나 반려견에게 그림 도구를 건네면, 그 동물들에게는 즐거운 경험이겠지만 예술적인 작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붓을 쥐어준 다른 동물들처럼, 개와 고양이게는 재현 예술을 생산할 정도의 의향과 운동 조절 능력이 없다. 색색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어떤 추상적인 아름다움은 오직 애완동물의 주인에게만 보일 것이다."

 

 

인간을 뛰어 넘어 예술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동물은 존재하지 않지만 지속적인 훈련으로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인간처럼 음악의 박자에 동조화 할 수 있는 동물들의 소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련사에게 훈련 받아 촉각으로 감각을 입력받고 그에 대응되는 동작으로 출력하는 교차 감각 신경망을 구축해 그림을 그리는 코끼리와 유튜브에서 춤추는 새들 중 스타가 된 '큰유황 앵무 스노볼'이 스스로 음악의 박자에 동조화하는 앵무새도 모두 유전자가 갖고 있는 신비한 힘인 것이다.

 

 

다윈은 유전자 선택이 결코 완벽을 만들어 내지 못하며 단지 현존하는 조건에 대한 적응에 따라 달라질거라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의 동물과 식물은 서로에게 적응하도록 선택되었다. 그런데 영국의 동물과 식물이 뉴질랜드에 도입되자 '완벽'하지 못했던, 칩입자들에게 적응하지 못한 뉴질랜드의 토착종들은 절멸해 버렸다. 인류는 매우 성공적인 종이지만 아직도 네발보행에서 두발보행으로의 신체 구조의 전이가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인간 역시 완벽하지 못하다.

 

 

해마다 적어도 한 권 이상 신간이 제목에 다윈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고 있다.그중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생명의 탄생과 진화의 신비를 설명하는 책으로서 생물학적 설명만이 아닌 문화의 진화적 기원과 예술적 성취에 대한 설득력 있는 과학적 설명을 제공하는 책으로서 케빈 랠런드의 <다윈의 미완성 교향곡>은 일반인을 비롯한 전문가에게도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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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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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보며 들떠있는 마음도 과장된 언어들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세상의 아름다운 말들이 많지만 인생에 잘 물든 말의 빛깔은 더욱 아름답다. 그 빛깔 속에는 분명 삶의 빛깔을 충분히 머금은 시간이 들어 있다. 나이 듦은 소멸이 아니라 고요한 열정으로 일구어낸 자신의 존재를 완성하는 과정이 아닐까. 젊었을 때 끓는 열정으로 살아간 그는 오래도록 숙성되어 빚어지는 고요한 열정으로 느껴졌다.

그의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펼쳤을 때의 느낌이다. 그의 짧지 않은 인생에서 묻어나는 삶의 다채로운 빛깔들은 우리네 인생 한구석을 관통하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경이로운 순간들, 소름 끼치는 순간들, 공포스러운 순간들은 그가 고른 101개의 낱말에서 파생되는 놀라울 정도로 재치 있는 위트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폰

호젓한 산길을 걷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한 등산객 목에 걸린 휴대전화 스피커에서 음악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보기 싫은 건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지만 듣기 싫은 건 고개를 돌려봐야 피할 방도가 없다. 혹시 이어폰이란 게 발명된 걸 아직 모르나 싶어 가방 속 내 것이라도 건네줄까 하다가, 이어폰 끼면 경적 소리를 못들어 위험하다며 음악을 스피커 최고 볼륨으로 틀어놓고 달리던 자전거 라이더가 생각나, 그냥 살포시 내 귀에 꽂기로 한다. 이럴 때 이어폰은 귀마개이지 마스크. 유해한 것들로부터 내 몸은 내가 지킬 수밖에.


눈사람

A씨는 폭설이 내린 다음 날 남자친구와 거리를 걷다가,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사정없이 걷어차며 크게 웃는 남자친구를 보고, 결별을 결심했다.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았다. 저 귀여운 눈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부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모습이 소름 끼쳤으며, 뭐 이런 장난 가지고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는 듯 이죽거리는 눈빛이 역겨웠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폭력은 자신을 향할 거라는 공포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단지 둘의 사이가 더 깊어지기 전에 큰 눈이 와준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눈물

오래전, 정말 즐거운 술자리에서 갑자기 눈물을 흘리던 친구가 있었다. 다들 놀라 우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답했다.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언제 또 올수 있을까, 다시 오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모두 웃음을 터뜨리며 "걱정도 팔자다." "우리 인생, 시작에 불과하다." 소리치면서 건배를 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 눈물에 일리가 있었음을. 20대 젊은이를 감상에 빠지게 한 것은 취기였겠지만, 그 너머엔 삶의 유한성에 대한 정신 번쩍 나는 깨달음이 있었다는 것을.




일상의 순간 속에서 마주친, 그 경이로운 이야기들

이적의 노래, 소설, 사설, 지금의 산문까지 읽다 보면 그의 관점이 얼마나 독특한지 알게 된다. 어떻게 이런 사유가 가능한 걸까? 소름 돋을 만큼 놀라운 상상력과 생각이 깊이를 느끼게 된다.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의 기록들은 이적 고유의 리듬과 특별한 상상력이 제약 없이 발휘되어 매력적이다. 그리고 예술계에 몸담아온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이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고 창조력을 키웠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독특한 산문집인 것이다.

그의 주옥같은 기록물들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관찰법과 사유 방법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산문집에 담긴 것은 인간의 삶 속에서 얻어지는 인생의 이야기로 하나하나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경이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적의 단어들> 속에 녹아 있는 인생의 흔적들이 담고 있는 통찰과 위트를 즐기고 그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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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그레이션 -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서
샬롯 맥커너히 지음, 윤도일 옮김 / 잔(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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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생명이 적응하면서 진화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무수한 멸종과 대멸종 덕분에 우리 인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으며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대멸종은 멸종과는 차원이 다르다. 멸종이 빈자리를 몇 개 만들어서 새로운 생명을 등장시키는 기회라면 대멸종은 생태계를 완전히 빈 공간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그려 넣을 일대 사건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고 뭐가 문제일까? 대멸종 또한 자연에 이치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닐까?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지구의 많은 사람들이 여섯 번째 대멸종을 걱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을 볼 때 최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하였고, 현재의 최상위 포식자는 바로 인류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곳에 홀로 남겨질 것이다."

이기적인 인류가 저질러 놓은 환경 오염으로 대부분의 동물들이 멸종한 세상. 새를 연구하는 프래니는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이동하는 생명체인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녀는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의 다리에 위치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하고 자신을 남극으로 데려다줄 배를 찾는다. 하지만 어떤 배도 훈련도 안된 프래니의 여정을 거절했고 마지막 남은 배인 청어잡이 어선 사가니호를 찾아간다. 어린 시절 까마귀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던 그녀는 '사가니호'가 까마귀를 뜻해 운명이라 생각하고 선장인 에니스를 만나 추적기를 단 새들이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안내해 줄 거라며 말해보지만 그 역시 경험도 훈련도 안된 사람을 태울 수는 없다며 거절한다. 그럼에도 끈질긴 노력으로 에니스를 설득하게 되고 북극제비갈매기와의 여정이 시작된다.

소설은 프래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녀의 암울했던 삶을 그려나간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북극제비갈매기의 이동을 따라 남극을 가려는 프래니와 만선의 꿈을 꾸며 자신의 아이들을 데려올 희망을 품고 있는 선장 에니스와 일곱 명의 선원들은 위험천만한 항해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의 어두운 과거와 북극제비갈매기를 따라가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가 밝혀지게 된다.

불행한 유년을 보내야 했던 프래니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방랑벽이 있는 야생성을 지닌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 그녀와 북극제비갈매기의 운명은 그들의 여정 뒤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과 겹쳐지며 소설의 재미와 긴장감을 더한다.

"그들은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하다거나 생존 확률이 월등히 높은 생물 등 어떠한 기준에 따라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우선으로 선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인간에게 직접적인 필요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여겨지는 동물들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서서히 사라져 결국 멸종의 길을 걸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곤충이 높은 순위로 이들의 보호 목록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벌, 말벌, 나비, 나방, 개미, 몇 종의 딱정벌레, 심지어 파리도 있었다. 곤충 외에도 벌새, 원숭이, 주머니쥐, 박쥐도 있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꽃가루 매개체라는 것이었다. 식물이 없다면 인간 또한 멸종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동, 식물들의 멸종이 심각한 대재앙으로 이어질지를 두고 과학자들의 의견이 나뉜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대재앙이 '누구'에게 타격을 주는 것일까? <마이그레이션>은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동물들이 멸종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그려나가며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인 지구의 소중함을 그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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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러운 게 아니라 어색한 거야 - 여전히 삶이 어색한 마흔 살의 여물지 않은 이야기
소재웅 지음 / 훈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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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채우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그렇다. 평범한 일상은 순간, 미움과 오해로 인해 다툼의 순간마저도 어머니의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순간들은 가슴 깊이 후회를 남기며 지나왔던 시간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쑥스러운 게 아니라 어색한 거야>를 펼쳤을 때 40대 또래의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과 감성은 누구든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욱이 딸을 둔 아버지로서의 입장이며,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도(개인적으로 나도 커리의 팬이다.), 80~90년대 태어난 사람이라면 좋아할 하루키와 김연수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것 등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전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중년의 글에서 불쑥 고개를 내미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어쩌면 그의 밝고 선명한 일상에 대한 글들은 어머니에 대한 슬픔을 감추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될 정도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가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 매일 삶을 살아내야 하는 나보다 엄마 처지가 낫겠지."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머니가 가장 많이 떠올랐는데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이자 삶은 스승인 어머니의 희생이 지금의 나로 인도해 주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부쩍 약해지시고 여려지신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늘 든든히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변해가는 모습에서 시간은 어머니에게도 똑같이 흘렀음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상실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난 분명, 상실로 전보다 넓어졌다."

누군가에게 삶은 기적이고, 누군가에게 삶은 지옥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적지 않은 부분이 본인에게 달려있다. 소재웅 작가의 삶처럼 어머니의 죽음으로 슬픔의 순간이 찾아올지라도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일상은 언제든 행복으로 뒤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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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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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의 민족정기를 말살하려는 정책으로 백두대간의 혈맥을 끊는다고 해서 '혈침'이라 불리는 쇠말뚝을 전국토에 걸쳐 곳곳에 박아 놓았다. 나 역시 등산 중 쇠말뚝이라 판단되는 바위에 박혀 있는 금속을 본 적이 있으니 전국토에 엄청난 수의 말뚝을 박은 것이 틀림없다. 그것뿐만 아니라 신물이라고 해서 신비한 함이 깃들어 있는 물건을 신성시하며 지켜왔는데 이것 또한 일제강점기에 상당수가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파괴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아직까지 풍수 조건에 따른 집터와 묘 터 등을 따지며 집을 짓는 우리 민족을 보면 풍수는 민족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틀림없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사람 몸의 혈관이 영양을 공급하는 것처럼, 땅에도 생기가 흐르는 길이 있으며, 산 사람은 이 생기에 접함으로써 복을 얻고 화를 피하며, 죽은 자는 땅속에서 직접 생기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생기가 더 커 이것이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산사람의 집터와 함께 죽은 사람을 위한 묏자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신중하게 선택하였던 것이다.

일제는 이러한 전통 관념을 가진 한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빼어난 금수강산에서 뛰어난 지기를 받아 훌륭한 후손과 위인이 태어나 가문을 일으키고 나라를 구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일제 쇠말뚝은 이에 대한 두려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그런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한 일제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인의 풍수사상을 역이용하여 패배의식을 심어주어 자신들의 지배를 영구화하고자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김진명 작가의 <풍수전쟁>은 일본이 한국에서 걸어 놓은 풍수 저주에 관한 내용으로 이번 역시 엄청난 몰입감으로 단번에 읽어 내려갔다.

'나이파 이한필베. 저주의 예언이 이루어지도다.'

어느 날 대통령에게 전달된 의문의 메시지. 괴기스러운 의문의 메시지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해석하려 시도해 보지만 쉽게 해석되지 않자, 이 문제를 대통령실 행정관 김은하수에게 맡겨진다. 하지만 맡은 일을 반드시 해결할 거라 자부하던 그녀도 해결에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괴짜 친구 이형연을 떠올렸다. 그는 인문학, 과학, 예술, 종교 할 것 없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미친 듯이 섭렵했고 그런 그가 더욱 관심을 가지며 빠져있었던 것은 풍수와 같은 신비학이었다. 은하수는 형연이라면 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마주하든 않든 역사는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형성하고 있어. 그러니 올바른 역사를 밝히는 건 바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거야."

그들이 마주친 것에는 일본이 한국에 건 저주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존망이 달린 인구 절벽 문제와 한국 역사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선총독부 조선사 편수회에서 만들어진 철령위의 위치를 그대로 믿고 따르고 있던 한국의 역사학자들,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 나아가야만 한국과 일본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인물들.

김진명 작가 특유의 민족주의적 주제의식의 표현은 주인공의 입을 빌려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알지 못했고 오해하고 있었던 우리 역사의 진실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전도하고 있는 김진명 작가는 이번 <풍수전쟁>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역사를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왜곡되었던 역사의 한곳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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