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아버지들 -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흔히 가부장적인 인물을 묘사하거나 그러한 상황에서 '지금이 조선 시대야?'라고 말하곤 하는데, 정작 역사학자가 말하는 조선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족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을 하던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과 다산 정약용 선생 등 열두 명의 조선의 아버지들은 자녀들에게 어떤 가치를 가장 중시하는 '아버지'였을까?  


『조선의 아버지들』은 역사학자 백승종이 조선의 아버지에게서 배운 인생의 가치를 전하는 책으로, 열두 명의 아버지가 자녀에게 전달하고자 한 기본 메시지는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늘 (恭, 공손할 공)과 (敬, 공경할 경)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열두 명의 아버지가 공통으로 강조한 생활습관도 물론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은 늘 그렇듯,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하지 않던가? 조선의 아버지들 역시 독와 글쓰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아무 때나 무조건 책만 붙들고 있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예법보다 자녀의 건강을 우선시한 박세당 선생 같은 경우에는 원기가 부족한 아들을 염려하며 '무리하게' 책을 읽지 말라는 말도 건넸다. 


이 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열두 명의 아버지의 사적인 모습을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다산 정약용 선생 집안이 천주교라서 박해를 받았다거나, 민족의 성웅 이순신 장군에게도 첩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내를 끔찍이 사랑했다는 이야기는 알았지만 아내에게 애정 섞인 투정을 자주 부렸다는 점이나, 서른 살이나 어린 기생 두향과의 비극적인 로맨스로 유명한 퇴계 이황 선생이 정작 결혼 파탄의 책임을 남편에게 찾은 점이나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두 번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들 말고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들을 소개한 점이다. 박세당 선생(1629~1703)의 경우, 잘 몰랐던 분인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열두 명의 아버지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박세당 선생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후유증이 심하던 시기에 놀고먹는 양반을 없애라거나 사회개혁을 가로막는 고답적 학문은 추구할 가치가 없다거나 하는 식의 진보적인 주장을 담아 <사변록>을 펴내셨다. 그렇게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니 그의 평가가 어떠했을까? 박세당 선생은 벼슬이나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먼 비주류의 인물로 생계조차 곤란해 장성한 아들에게 자신의 경제적 무능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궁핍과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단다. 


오랜 시간 흐른 후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모두 사라진 후에 그다음 세대들은 이 시대의 인물들을 과연 어떻게 평가할까? 게다가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도 없는 미래라면, 암울함을 넘어 끔찍하다. 권세에 아부할 줄 모르던 민족의 영웅 이순신 장군을 제대로 알아본 것은 결국 백성들이라는 대목이 있다. 재상들보다 덜 배운 일반 백성들도 알아보는 민족의 영웅을 왜 재상들은 못 알아볼까? 이순신 장군뿐 아니라 박세당 선생 역시 마찬가지다. 백성들이 알아본 것처럼 임금과 재상들도 알아봤더라면 그 사회는 어떻게 다르고, 또 그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의 삶은 또 얼마나 다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