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런시 워 - 아직 끝나지 않은 통화 전쟁
제임스 리카즈 지음, 신승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통화 가치는 국가의 치명적인 급소다. 통화가 폭락하면 그와 더불어 모든 요소가 무너진다. (중략) 주식, 채권, 상품, 파생상품, 그 외 투자는 모두 자국의 통화로 가격이 정해진다.

통화가 붕괴하면 모든 시장과 국가도 붕괴한다. 이러한 이유로 모든 금융 전쟁에서

통화자체가 궁극적인 공격 목표가 된다. (p. 232)

 

이 책은 1971년 8월의 어느 일요일에 인기 드라마마저 방영을 중단시키고 신경제정책을 발표한 닉슨 대통령의 이른바 '닉슨 쇼크(Nixon Shock)'로부터 출발하는데, 이는 당시 계속되던 국제수지 적자와 해외로 유출되는 금 때문에 달러와 금의 교환을 금지시킨 조치를 말한다. 벌써 40년도 더 된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달러는 또 다시 초유의 위기 사태에 봉착해 있는데다 지금의 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통화 전쟁은 한 나라가 무역 상대국들의 성장을 강탈하려 할 때 시작된다고 한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 교서에서 향후 5년간 미국의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이 실행불가능에 가까운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겠다는 속내가 들어있다. 현 시점에서 통화 전쟁에 연루된 주요 통화는 유로화, 달러화, 위안화이지만 문제는 오늘날 세계화란 이름으로 전 세계가 복잡하게 뒤얽힌 공급망의 속성 탓에 이것이 그저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과 유럽뿐 아니라 모든 교역국을 상대로 달러를 평가절하하려고 혈안이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평가절하 및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미국의 현 정책은 달러 표시 어음과 채권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다. 이런 정책은 은행 예금, 보험, 퇴직 연금, 연금 보험, 기타 고정 수익 상품을 보유한 미국인 예금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결국 현 정책은 미국과 다른 나라의 모든 예금자와 투자자가 애써 모은 돈을 빼앗아 은행, 헤지펀드, 투기자, 차입자금 투자자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다. 미국은 15조 달러가 넘는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에 그 부채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행위는 세계 역사상 최대의 도둑질이다. (서문 중에서)

 

일본이건 미국이건 경쟁이라도 하듯 양적 완화(*화폐 공급을 늘려 자산 가격을 올리는 방법)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고, 유럽 각국 역시도 자국의 통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혈안이다. 언제부턴가 사사건건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 역시 빼놓을 수 없으니, 중국도 더는 위안화 절상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제는 초강대국들이 양적 완화로 대응하고 해외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수출국과 신흥 강국의 제조 원가를 올린다는 점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 유럽 어느 나라에서부터 브라질, 콜롬비아마저도 자국의 통화 가치 상승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뉴스보도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내수가 부진하고 해외수출에 크게 의존하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우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또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미국 정치권의 입장이다. 올 연말에 대선을 치르게 될 미국 역시 바닥으로 뚫고 들어간 경제가 쟁점일 수밖에 없어 공화당 후보들도 그 부분에 대해 집중폭격을 가하고 있는데, 심지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오바마 행정부와 긴밀히 협조해왔다며 이를 해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의장인 버냉키가 양적 완화로 오바마를 도왔다며 일부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금본위제 복귀를 검토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앞으로 미국이 어느 대통령을 맞아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흥미롭다. 어쨌거나 통화 전쟁의 핵심은 달러이고, 그리하여 달러 가치가 붕괴하면 달러 표시 시장도 붕괴하고, 곧이어 전 세계는 다시 한 번 공황에 빠지게 될 것이 아닌가.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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