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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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은 이제 사람들의 두뇌를 스캔하고,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두려움과 희망,  취약점과 욕망을 발견해내는 중이다. 또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을 면밀히 추적한다. (p.13) 


   브랜드 미래학자로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도 선정된 바 있는 브랜딩 분야의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Martin Lindstrom의 최신작이다. 원제((Brandwashed)가 말하듯 이 책은 '누가 내 뇌를 조종해 브랜드 제품에 대해 내 지갑을 열게 하는가'를 풍부한 사례를 곁들여가며 이야기한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일 년 동안 브랜드 제품을 하나도 사지 않기로 다짐하며 '브랜드 해독(brand detox)프로젝트'에 도전한 바 있다. 즉,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은 쓸 수 있지만 브랜드 제품을 새로 살 수는 없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 프로젝트는 결국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실패로 인해 그 스스로도 안타까움을 표하지만, 나는 그가 바로 브랜드 전문가이고, 또 주변의 협조 아닌 협조가 있었기에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마치 흥미로운 소설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책을 쉽게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아마도 이 책에서 예로 들고 있는 것들이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라 나와 주변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요새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시되는 것들 - 국민 '등골 브레이커'에 등극한 노스페이스 점퍼, 립밤의 부작용,  유기농 제품에 대한 진실, 지나친 섹스 어필 광고,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이를 부추기는 무분별한 언론, 소셜커머스 사이트의 애용, 멤버쉽 카드의 적극 사용, 때로는 불쾌감마저 자아내는 보험광고 등 - 이 모두 들어있어 저자가 매일 뉴스를 보며 칼럼을 적은 걸 책으로 엮은 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솔직히『괴짜경제학 』의 저자이자 시카고 대학 교수인 스티븐 레빗의 추천사처럼 '완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친숙하고 일상적인 주제들을 확실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주장을 펼쳤기 때문에 내 경우에는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 하나 하나 다 재미있지만 초반부에 나오는 키즈와 영 어덜트 라인을 집중 공략하는 업체의 태도에 가장 주목했다.    

 

  *기업은 왜 '키즈 라인'에 목숨을 걸까?
   

  오늘날 마케터 및 광고업체들은 소비자들을 브랜드워시brandwash하고,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하고 교묘한 계획들을 철저하게 마련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나온 사례들만 보더라도 우리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마케터와 광고업체들에게 브랜드워시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셸Shell은 레고와 제휴를 맺고 자사의 로고를 레고 장난감 위에 인쇄한다. 그럼 자동차 광고는 어떨까?  이 책에서는 포르셰 광고를 예를 들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시점이 어리면 어릴수록 당연히 그 제품을 사용할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어린이들 자체가 부모의 소비를 유도하는 훌륭한 마케팅 도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어릴 때 사용했던 브랜드를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기업이 향수(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즉,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집이나 가족과 관련된 추억과 연결시키게 해서 사람들이 그들의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서 마치 과거로 돌아갔다거나 과거의 소중했던 이들과 다시 연락이 닿은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이다.  

  

소비자의 갈망을 자극하든, 화학적으로 중독적인 성분들을 제품에 집어넣든, 쇼핑을 도무지 멈출 수 없는 게임으로 만들든 간에 앞으로 기업과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그들의 브랜드와 제품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도록 인간의 심리와 욕망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p. 118)


히트곡이든, 크리스마스선물이든, 명품 핸드백이든 우리 두뇌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원해야만' 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p. 176)


  기업들이 소비자인 우리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고, 또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만들기 위해 앞서 말한 정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해 낱낱이 알 수 있는 책이다.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나면 음반이나 책처럼 베스트셀러 순위 같은 것에도 전보다는 훨씬 덜 휘둘릴 것이고, 모두가 갖고 있(다고 느끼)는 최신 유행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야만 할 것 같은 동료압박peer  pressure으로부터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해방되고, 대신 그만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합리적인 소비를 일삼거나 그러한 충동을 자주 느끼는 계층이나 집단이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모든 이들이 마케터나 광고회사에게 더는 세뇌당하지 않고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소비하게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바람직하겠는가?

 

  브랜드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중독으로 몰아가고, 중독 증세를 더 심각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과 도구들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p. 93)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 더글러스 러시코프

   <당신의 지갑이 텅 빈 데는 이유가 있다Coercion: Why We Listen to What The Say>

   - 페기 오렌스타인

   <신데렐라가 내 딸을 잡아먹었다Cinderella Ate My Daughter>

   - 줄리엣 쇼어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Born to Buy>

 

해당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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