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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에구치 가쓰히코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라.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인생을 바꾸는 감동의 한마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1884~ 1989)는 자국인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국내 출판물에서도 숱하게 직간접적으로 소개되어 오고 있는 인물이다.
작년에 청림출판에서 나온『마쓰시타 고노스케, 위기를 기회로』를 읽으면서도
참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를 다룬 다른 책들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다. 그것도 신년 벽두에 만나다니!
사실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관심이 덜한 채 살아왔는데, 몇몇 기업가들은 내심
’그 사람 참 아깝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해 보인다. 국내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한 획을 아주 굵게 그은 성공한 기업가이면서도 어찌 그들은
탐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교과서에나 나올 법할 정도로 올곧은 성품에,
나보다 남을 위할 줄 알며 급기야 내 이웃, 내 직원, 내 나라, 내 민족을
위할 줄 알았을까? 저 혼자 잘 사는 것에만 온 관심이 쏠린 채로 한 평생
살다 가는 이들도 많은데 어찌 그들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꿈꾸었는지,
그 결단과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내심 궁금해진다는 말이다.
저자, 에구치 가쓰히코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함께 오랜 시간 일해왔다고
하는데, 그간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관련하여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해왔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이제껏 출간된 자신의 저서 중에서도 인간 존중과
개인의 풍요로운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엄선해 만든 책이라 한다.
이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맨 먼저,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존감을 가지라 한다. 2~3장은
삶이 억울하게 느껴지거나 실패를 하더라도 함정에 빠지거나 흔들리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라는 내용이며, 4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일반적으로 필요한 자세를 언급하고 있으며, 5장은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해
‘소통’의 기술을 알리고, 6~7장은 맡은 일에 대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어떤 것을 피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제목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인간관계’에 대해서만
말하는 책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타인의 마음을 사로 잡고,
힘겨워도 다시 일어설 줄 알고, 맡은 바 성과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사실상 언제 어디서나 타인의 개입이 있을뿐더러,
때로는 그들의 개입이 결과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제목을 이렇게 지은 것 같다.
나와 남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길뿐이다. 여기, 가고자 하는 길에
결국 도달한 한 사람이 있다 치자. 그가 도달했으되 그 길로 향하는 도중에
만난 이들을 모두 무시하거나 혹은 뒤로 제쳐두거나, 앞서 가는 이를 뒤로
고꾸라뜨리고 저만 혼자 가겠다는 마음으로 그 길 끝에 혼자 선 것이라면,
그 자의 인생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저 혼자만이 살 수 없고 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과
뒤섞여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운명인 것을, 어찌 저 혼자 잘났다고
혹은 저 혼자 소중한 존재라며, 이기적인 마음과 헛된 욕망 앞에
그렇게 힘없이 쓰러질 수 있을까? 성인이 아닌 이상, 나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한다거나 나보다 상대를 더 위한다는 것은 실천하기 아주 어렵다.
다만,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듯, 다른 이들 역시 소중한 존재임을 그 사실
하나만이라도 언제 어느 순간에도 잊지 않는다면 지금보다야 더 따뜻한 혹은
좀 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 해를 새로이 시작하기에 앞서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역시 먼저 살다간,
그것도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훌륭하게 살다 멋지게 떠난 인물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조심스레 책을 덮는다.
단적으로 말하면, "마쓰시타 고노스케"라고 해서 특별하지는 않다.
그를 다룬 책들이 그렇듯 유난히도 물 흐르듯 술술 읽히는 것은
어떤 특수한 상황이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제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끔씩 열어 보는 법정 스님의 책들이 유난히 자주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멋지게 사시다 멋지게 가신 큰 인물들께서 세상에,
또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법정 스님께서는 행복이 무엇이냐며 가족들끼리, 또는 한두 사람끼리라도
조촐하게 모여 녹차를 마시며 잔잔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바로 거기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올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바로 그것이 행복이라는
말씀이시다. 또한 나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공동체와의 유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기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어찌 그리도 훌륭히 살다 생을 마감했는지 궁금해진다.
접하면 접할 수록 더욱 궁금해지는 인물이랄까?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사랑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소한 마음 씀이다.
낯선 이웃에게 너그러워지는 일이다. 낯선 이웃에게도 우리가 너그럽게
대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따뜻한 미소를 보내는 것, 이것도 사랑이다.
부드럽고 정다운 말씨를 쓰는 것, 이것도 사랑이다. ...... (중략) 다시 말하면
사람으로서 그 도리를 다하는 것이 친절이고 사랑이다. 사랑이 없는 지식은
자칫 파괴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래서 그 자신까지도 파멸시키고 만다. (pp. 134~135)
인간이 가진 개성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희생되는 전체라면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개인도 살고
전체도 살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자신만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다양한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전체와 개인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행복이 실현된다. (p. 21)
끝으로 참, 이 책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든다.
깨끗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이 유난히 책의 성격과 잘 맞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