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올 한 해 출판계의 주요 키워드가 정의무소유란다
이는 3월에 입적하신 무소유의 법정 스님과 6
개월 만에
50만부 이상이 팔린 화제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의 저자이자 
하버드대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이 올 한해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는 말로도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의란 무엇인가?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몇 해 전에 출간된 책이 국내에 뒤늦게 소개됐는데
그 책 역시 나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게 바로 공공철학Public Philosophy: 
Essays on Morality in Politics
으로 국내에는 왜 도덕인가?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
 
 
정의란 무엇인가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마이클 샌델에 대한 
대중과 출판계의 관심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그가 펴낸 다른 저서들 역시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노리고 있(을 게 당연하)다. 그의 책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며 수년 전에 출간된 책들이 모두 앞다투어 출간된다면 어떤 의미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사실
올 해 초 국내에서 이미 
"정의"가 화두가 된
마당에 "도덕"이라고
안 팔릴 이유가 없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실패할 리 없어 보인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겠지만
올 초에는 
내 최고의 기업으로
군림해온 삼성의 폐부를  찌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출간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변변하게 홍보 
한 번 못했지만 
’읽을 사람은 다 읽은’ 책이
되지 않았는가? 그리고 이제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마이클 샌델이
또 한 번 우리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정의에 이어 이번엔 도덕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는 올해 출판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기 구원’을 선정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이면에 정의롭지 못한 
사회 현실에 분노한 대중이 책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
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주위를 봐도정의란 무엇인가
를 소장하지 않은 사람을 골라내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이 책은 거의
Must-Have 아이템이나 다름없어졌다. 
이쯤 되면 근래에 보기 드문 현상이니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말해도 좋을까? 
걸림돌이라면... 모두들 사 놓았지만 완독한 이를 찾기가 다소 힘들다는 점 정도?

(사실 나
역시 그 중 하나지만) 한 해를 ’정의’로 시작하고 ’도덕’으로 
끝마치고자 하는 노력을 보면 
우리 사회는
전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변화하고 진보하고 성숙해져 가는 사람들의
수준만큼
정치인들도
"진화"할 줄 알고, 기업인들도 "성숙"해지려는 노력을 더 기울이면 좋지 않을까?  
윤리적 기반을
잃은 정치야말로 국가와 국민의 공공선에 해악을 끼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따라서 공직자와 정
치인의
도덕성은 일반인보다 높아야 한다.
(p. 121)

 

이 책은 1도덕이란 무엇인가2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와 
3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로 구성된다. 복권과 도박, 소수집단 우대정책

낙태와 동성애,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데다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은 생각해봤음 직한 주제들이어서
비교적 읽기가
수월했다고 치면, 다양한 정치이론을 검토하는2
부는 칸트(Immanuel Kant)에서 
존 듀이(John Dewey)
, 존 롤스(John Rawls)에 이르는 여러 철학자들이
등장해 
어려웠던 편이고, 3부 역시 미국 정치사의 주요 논쟁을 담고 있는 만큼 녹록하지 않다.  

비록 저자 스스로가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은 철저히 일반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말이다
.
 

왜 도덕인가? 지금 왜 우리에게 도덕이 화두일 수밖에 없는가?
우리가 사는 사회가 가장 기초적 가치인 도덕이 있어야 할 자리를 경제논리가 
대신하는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와 거짓말,
각종 로비와 
공직자의 부패
, 경제인의 각종 특혜와 비윤리적인 이권개입

일반 시민의 도덕 불감증 등이 만연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가치를 외면하고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고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다. (본문 중에서)
 
공동선의 정치가 선입견과 편협한 태도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자유주의자들에 반해,  
편협한 태도는 삶의 형태가 혼란스럽고 근원이 불안정하며 전통이 완성되지 않은
곳에서 가장 창궐한다고 주장하는
공동체주의자들. 공동체주의자 한나 아렌트는
 "
대중사회를 견디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그 구성원들의 수가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그들을 결집시키고 관계시키고 분리시키는 힘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라고 말한다. 저자 마이클 샌델 역시 공동체주의의 4대 이론가 
중 하나로
시민의식공동체, 시민적 덕성
을 강조한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연루되어 있는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분리된 채’ 살아간다. 사회적, 정치적 조직이 광범위해지면서 우리의 집합적인

정체성 용어들은 세분되었고 정치적 삶의 형태들은 공동의 목적을 넘어섰다.
우리의 공공생활이 약해지고 공통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느낌이 희미해질 때, 
전체주의적 해법을
제시하는 대중정치에 빠질 위험이 높다. 공공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런 위험성을 지적한다. 
공공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옳다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도덕적·
정치적 과제는
바로 우리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P.166)

 
가족, 이웃, 도시, 마을, 학교 등 전통적으로 사람들에게 도덕적 기준과 소속감을 
부여하고,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고 타인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이해관계의 다름을 해결하고 다른 이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던 공동체 혹은 ’시민사회’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건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우리 역시 가정과 학교의 권위가 한없이 
내려간 지 오래다.
그러므로 우리도  공동체를 구성하는 기본 토대를 재구축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기울이는
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올바르게 시행된 정치는,
국민들이 자신의 욕구를 되돌아보고 그것이 올바른지 
판단한 후 그 욕구를 수정하도록 이끈다
.
고객과 달리 국민은 때로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희생시키기도 한다
.
그것이 바로 정치와 상업의 차이점이다
(pp. 41~42)

 
 
오늘날 미국인의 삶에 만연한 무례함은 훈계를 한다고 해서, 정치적 차이를 
좁힌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당파적 목소리를 누그러뜨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미국인들이 무례한 태도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실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도덕적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깊은 두려움을 나타낸다. 가족, 이웃, 도시, 마을, 
학교, 교회와 노동조합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사람들에게 도덕적 기준과 
소속감을 부여한 수많은 기관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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