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우울증 - 행복해지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정신 건강 프로젝트
사이쇼 히로시 지음, 황선종 옮김 / 더난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굿바이, 우울증 - 행복해지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정신 건강 프로젝트
사이쇼 히로시 (稅所弘) 지음
더난출판 (2010 / 2008)

우울증에 대한 자료 몇 가지
1. 신형 우울증의 다양한 증세는 최근까지도 그저 단순히
'신경증성 우울증’이라고 불려왔는데, 심지어 그 이전에는 우울증으로
취급 받지도 못한 채 제멋대로이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이라고 오해 받던
시기까지 있다. (p.22)

2.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의 30퍼센트 가량이 신형 우울증이다.
밤에만 우울해지거나 일주일에 이삼 일만 우울해지는 프티petit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30퍼센트보다 훨씬 높은
비율일 것으로 추정된다. (p. 22)

3. 날이면 날마다 기분이 우울하며 몸과 마음이 활기를 잃어버리는 상태가 적어도
2주일 이상 이어지면 우울증이라고 한다. (p. 27)



언제부턴가 포털에서 제공하는 인기 검색어 리스트에
비극적 사건의 주인공들이 상위에 오르는 일이 빈번해졌다.
‘자살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붙은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의 사인을 두고 거의 하나같이 ‘(심각한)우울증’이라 말한다.
이 책은 대체 우울증이 무엇이고 그 증상이 어떠한지,
또 종래에 우리가 알고 있던 정형 우울증과 현 시대의 신형 우울증이
어떻게 다르며, 이 병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흔히 우리는 뭉뚱그려서 그냥 ‘우울증’이라 말하지만,
실제로 우울증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증상도 다르다.
특이할 만한 사항은 신형 우울증이 등장한 그 배경이다.

저자는 자신의 환자 중 70퍼센트가 대인 관계에서 갈등을 보이는 신형 우울증 환자라며
그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외동으로 자랐거나 편 부모 가정에서 자란 이들의 경우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거나 혹은 그와 정 반대로 지나친 기대와 애정을 받고
자라서 타인의 평가에 안절부절 못하고 그로 인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단다.
쉽게 말해서, 신형 우울증이 등장하게 된 그 핵심적 요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애정 결핍이나 과잉으로 사회적 규범이나
윤리관, 협조성 등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데 있다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에 대한 대목도 흥미롭다.
먼저, 우울증은 정신 기능보다는 기분 또는 감정에 장애가 생긴 것으로,
국제적으로는 ‘기분장애’로 분류된다고 한다.
기분장애에는 크게 쌍극성 장애와 단극형 울증이 있는데,
쉽게 말해서 전자는 조울증이고, 후자는 우울증이다.
우울증 환자는 조울증 환자보다 그 수가 3배에서 4배에까지 이른다고 하는데
'책임감이 강하고, 일을 열심히 하며, 한 가지 일에 열중하며,
철저하고 정직하며 꼼꼼하고, 정의감이 강하고 양심적인’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우울증에 걸리기 쉽단다.
(물론 지나치게 단순하고 비약적인 논리라는 점을 감안하고)반대로 생각해보면,
책임감이 없고, 맡은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한 가지 일에 열중하지 못하고,
빈틈투성이인데다, 늘 거짓말을 일삼고, 정의감이나 양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말이다.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맞는 말인 것도 같다.
누구보다 양심적이었고, 정의감이 강했고, 매사에 철저했고,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이들의 얼굴이 절로 떠오르니 말이다.

일례로, 지난주에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 박용하씨가 아프리카에
자비로 설립한 학교를 담은 한 TV 프로그램을 봤다.
앞부분을 얼마나 놓친 건지는 모르겠고 대충 절반 이상은 본 것 같은데
그곳에서 박용하는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놀아주기도 하다가
혼자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말할 때는 기어코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정확하게 그가 말한 문장 그대로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는
"쟤들(아프리카 아이들)을 어떻게 안 도와줘? 그럼 쟤들 보러 어떻게 살라고?”라는
식의 말을 거듭 반복했다. 당시 나는 이 책을 읽던 중이었는데,
방송을 보면서 책에서 읽은 내용이 박용하의 얼굴에 오버랩됐다.
물론 이제 고인이 된 그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없지만 적어도 방송에서 비친
그의 눈빛과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진정 그곳의 아이들을 위하는 것으로 들렸고,
지구 반대편에서 그런 상황에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강요당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이 한데 뒤섞여 그에게 큰 부채의식으로 남았나 보다.
잘못된 현실에도 마땅히 자신이 그곳에서 마주친 그 수많은 눈동자들 속에 어린
고통과 가난을 지워주지 못한다는 데에서 오는 절망이 그의 눈 속에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나의 지나친 비약일까?

한류스타가 된 만큼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이었을 것이며
탑 스타가 되기까지 자기관리도 철저했을 것이고, 또한 더 없이 꼼꼼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고 아이들을 대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그의 양심과 정의감이 엿보인다.
평범 혹은 평범 이하의 사람들과 한데 어울려 살기에는
그들은 너무 깨끗하고 또 너무 선하고,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정의로웠나 보다.
그들이 견뎌내기에는 이 세상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더럽혀져 있나 보다.

이 책은 우울증에 대한 진단이나 그 배경에 대한 추적이나 연구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저자 나름의 해결방안 또는 대처방안에 더 큰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저자 사이쇼 히로시는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베스트셀러
<<아침형 인간>>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제시하는 해법
역시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라는 그의 조언에
고개가 선뜻 끄덕여지지 않은게 사실이지만(분명 이런 저런 까닭에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없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위대한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인용한 걸 보니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겠다.
“인간은 슬프기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퍼지는 것이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세상 만사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말과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좋은 생각만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고, 우리네 인생은 덧 없을 정도로 짧기만 한데
어찌 부정적인 생각이나 사념에 빠질 틈이 있겠냐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신형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한‘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질 않던가?
잠시 머리를 비우고 마음 가득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무엇보다 스스로가 ‘열심히 노력해서 꼭 낫고야 말겠다’라는
강한 의지도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말이다.

마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우울해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마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야 마음이 움직이다’라는 마음과 몸의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p. 85)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신형 우울증이 등장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다소 짧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생활 양식이 변하고 사회 구조가 변함에 따라 우울증의 증상도
전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핵가족화 된 각 가정과 당사자 개인의
성격적 측면으로의 접근이 주를 이룬다는 말이다.
가정뿐만 아니라 그룹이나 조직처럼 사회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좀 더 보충됐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신형 우울증의 증상이 주로 대인 관계에서 나타난다고 하는 만큼,
일방적인 노력이 아니라 (어느 곳의 누구이든)양 방향의 노력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불편한(홍보효과는 차치하고. 보관이나 이동시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띠지가 표지 자체에 붙어 나온 것은 참 좋은 아이디어 같다.

중간에 삽입된 여러 체조 동작들을 보고 따라하면 좋을 것 같다.
장 시간 회사에서 자리에 앉아서만 일하는 경우에는 따라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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