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까지 이 시대 대표 지성 134인과의 가장 지적인 대화
비카스 샤 지음, 임경은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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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었다. 재미 삼아 만든 블로그가 대박 났다. 관심 주제에 관한 글을 올리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의 인터뷰를 곁들였는데 방문자가 계속 늘더니 급기야 책으로 내자는 의뢰를 받은 것.


자, 그럼 블로그 주인은 뭐부터 할까?


블로그의 어느 부분을 책에 싣고 어디를 뺄지를 결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목차와 챕터가 잡히면, 그 안에는 특정한 흐름이 보일 것이고.


비카스 샤 Vikas Shah의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은 그렇게 완성된 책이다. 원제 'Thought Economics'는 2007년에 그가 만든 블로그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세계를 '움직이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창조하는')건 생각이나 아이디어라고 보기 때문에 '생각 경제학'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할까'를 담은 책이다.



책은 인터뷰 형식인데 참여한 이들의 이름만 보면 이보다 더 화려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표지부터 저자보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을 더 부각했을까. 유발 하라리부터 조던 피터슨처럼 요새 '핫'하다는 학자들은 다 나온다. 어디 학자뿐이겠는가. 앞으로 한창 뉴스에서 보게 될 버진 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 같은 글로벌 기업의 대표부터 행위예술가로 유명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필두로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총출동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나, 다니엘 브레이크'로 유명한 영화감독 켄 로치에 (다시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온) 축구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까지 실로 다양하다. 바꿔 말하면, 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하다는 사람과는 죄다 저자가 인터뷰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본인도 서문에 밝히듯이 '아니, 이 사람하고도 인터뷰를 했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인터뷰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책을 내자는 의뢰를 받고 그간 작업한 걸 훑어보다가 공통된 주제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 결과 제일 첫 번째 챕터를 '정체성1'으로 정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공통점'이기 때문이란다. 책을 읽다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각기 하는 일이 다르고, 국적도 나이도 다른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더니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누구인가?'하는 질문이었다는 얘기. 정체성이란 개인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사회나 집단을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집단 내 소속감으로 이어진다. 소속감을 공유하는 이들에게는 고유의 문화2가 싹트기 마련이고, 그 안에는 리더가 존재하니 이야기는 리더십3기업가 정신4으로 계속된다. 그러나 제아무리 훌륭한 리더라도 빠지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차별5갈등6. 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민주주의7가 제시된다. 챕터는 이렇게 구성된다(숫자 표시).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레이아웃만큼이나 깔끔 그 자체.




스펙트럼은 방대한데 각각의 질문과 답변은 짧다 보니 피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다. 한 가지 장점을 꼽자면, 한 가지 (소)주제에 관해 다른 입장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윤리적 혹은 도덕적 책임이 필요한가" 하고 묻자, 마야 안젤루와 얀 마텔의 대답은 달랐다. 마야 안젤루는 모든 이는 타인에게 도덕적 책임이 있으니 작가도 보편적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한 반면, 얀 마텔은 예술은 일종의 목격자일 뿐이고 도덕성이란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려고 작가가 선택하는 딜레마라며 뒤로 한발 물러서는 식이다. 누구의 의견이 옳고 그르고 하는 문제는 아니니 독자가 알아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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