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와 함께 춤을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선비 정신을 찾아서
백승종 지음 / 사우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외부의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꼿꼿함이 무엇으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답을 여섯 명에게서 찾는다. 안중근 의사, 역관 홍순언, 의병장 곽재우, 언관 백인걸, 여성 선비 송덕봉, 심산 김창숙으로, 저자는 이들을 진정한 의미에서 최고의 선비로 평가한다.  



여기서 말하는 책이란 오락을 위한 서적이 아니요, 요리나 가사를 위한 실용적인 서적도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한 재테크 책도, 출세하기 위한 처세의 책도 아니고, 일상의 필요를 위한 기술 서적도 아니다. (중략) 이름하여 인문 서적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인간의 도리를 설명하고, 삶의 목적을 말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온 내력을 기록한 책인 것이다. 오늘날의 용어를 빌린다면, 문학과 역사와 철학의 책들이다. - 2장, '선비 정신은 어디서 오는가' 중에서



저자가 꼽은 최고의 선비 6인의 공통점이 독서라는 건 예상 밖의 답변은 아니다. 흔히 '선비'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흰옷을 입은 수염 기른 남자가 책을 읽거나 붓으로 뭔가 쓰는 모습이 아닌가. 물론 그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훌륭한 선비가 되는 건 아니다. 심산 김창숙 선생의 말씀을 빌리자면, 성인의 글을 읽고도 성인이 세상을 구제한 뜻을 깨닫지 못하는 가짜 선비가 있는 법이니까. 진짜 선비는 쉼 없는 독서와 수양으로 지식을 실천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이다.  



책을 많이 읽고 왼다고 훌륭한 선비가 되는 것이 아니다. 참된 선비가 되려면 먼저 마음을 철저하게 다스려 사私를 불식해야 한다. 사를 버려야 큰 공公을 이룬다. 나를 버려야 천하를 끌어안을 수 있다. 이기利己를 버린 사람만이 이타利他의 정치를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이요, 참된 학문이다. - 정옥자, <시대가 선비를 부른다> 중에서 



선비 정신을 본받자고 하는 책은 이 책 말고도 많다. 그런 주장을 펼치는 책이 끊임없이 발행되는 건, 오늘날 참된 의미의 선비가 실종되었기 때문에,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먼훗날 우리의 후손이 지금 이 시대를 기억할 때 과연 누가 선비로 역사에 살아남을까? 21세기 이순신, 안중근, 안창호, 이황, 정약용, 정도전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있을까? 부정부패가 심하던 조선 후기에는 집안에서 누구 하나 높은 벼슬을 하면, 친척들까지 농기구를 모두 내다버렸다고 한다. 부정부패는 몇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심각하고, 금수저론 역시 온갖 패러디를 양산하며 회자되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고 주장하는 이들의 대척점에 서서 민중을 위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진짜 선비'의 출현을 고대한다. 

 


잘 알려진 사람의 여태껏 모르고 지내던 면모를 알게 되는 건 즐겁다. (아니라는 의견도 많지만) 다수에게 <홍길동전>의 저자로 잘 알려진 허균은 역시 독특하다. 인간의 욕망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은 성리학자들과는 반대로 허균은 성욕과 식욕을 중시하며 성리학이 말하는 인간 본성론에 반대했는데, 홀어머니 상중에도 기생과 어울리던 그는 정통한 성리학자들에게 강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또, 스티브 잡스에 비견할 만큼, 뛰어난 융합형 인재로 불리는 정약용이 농업 중심의 사회를 꿈꾸다 정작 의사가 되겠다던 큰아들의 꿈을 접어버린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우리나라 역대 임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분 중 한 분인 정조에 대한 박한 평가는 의외지만 흥미롭다. 저자는 정조가 매우 보수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자력으로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려는 의지가 빈약했다며, 성리학을 내세우던 정조가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어떻게 다수의 무명 지식인을 억압했는가를 지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