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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 1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아다치가 삼각관계에 대해 보여주는 방식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선 어떤 결말로 이어져도 만족스러우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고(그만큼 여운이 크다는 말이지만), 삼각관계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인물들(등장인물 절대 다수가 그렇지만)중에서 절대 악자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점때문에 아다치의 만화는 단순한 청춘물의 범주를 넘어선다. <H2>는 그런 아다치의 소위 '청춘만화'를 표방하는 작품들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수작이며, 개인적으론 아다치의 작품들중에서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만화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만화이다.
수많은 격언과 기억에 오래 남는 어록을 만들어낸 <H2>. 그 어록들 중에서 가장 <H2>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대사로 난 '고교야구는 교육의 일환이다'라는 말을 꼽는다. 하루카의 오빠인 센까와 감독이 말한 이 대사는 프로세계의 비정함과 냉정함, 승리를 향한 집착을 비중있게 다루는 다른 스포츠만화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임을 보여주는 동시에 야구가 중심이지만 삼각관계뿐만이 아닌 인생 전체에 대한 조망을 해주는 성장만화이자 교육만화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어설프게 눈요기식이나 상투적으로 집어넣는 사랑과 배신, 삼각관계, 부자간의 갈등 등등을 다루었지만 결국 주인공이 한단계 한단계 레벨업이 되어 최종적인 승리자가 되는 그저그런 스포츠 만화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승리했다.', '피나는 노력과 수많은 인내, 무수히 흘린 땀으로 이뤄낸 값진 승리, 그 뒤에 이어지는 기쁨과 환희', 이런 정형화된 방식을 택하는 스포츠만화는 또 얼마나 많은가.이런 모든 것을 뛰어넘은 <H2>는 스포츠만화중에서도 청춘만화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작인 것이다.
또 하나 아다치 만화의 특징을 거론하자면 '대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대사들은 그 상황을 아주 적절히 묘사하면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림과 표정과 그 대사와의 연계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독서를 할때 항상 지나치고 못보았던 의미를 찾게되어 읽을때마다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명작이란 다름아닌 몇번을 보아도 지겹지 않은 것이다.
아쉽고 여운이 많이 남지만 속편을 바라지는 않는 아다치의 만화들...난 지금 <H2>를 한권씩 한권씩 모으고 있다.
(덧붙임 : 그래도, 누가 뭐라해도 아다치 만화중에서 삼각관계의 극치는 <진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