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
데이비드 데스테노 & 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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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자신도 놀랄 정도로 인격을 벗어난 행동을 자주 하는 것일까? 의외의 사건·사고를 접할 때마다 궁금해 하는 의문이다. 그래서 가끔 인간의 내면 심리를 다루는 책을 읽어보는데, 이번에 읽은 <숨겨진 인격 : 우리 안에 숨은 거짓말쟁이, 사기꾼, 죄인에 관한 놀라운 진실>은 이렇게 느낌 있고 쉽게 와 닿은 책이 언제 또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핵심은 간단하고 단순한 이분법 같은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격의 모호한 경계에 대하여 실제 행동 실험을 통해 거침없이 설명해 내는 것이 여간 아니더라.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추천할만한 책!!!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을 판단하는가? 그건 '인격'이다. 인격은 단번에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가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인데, 이 책의 전제는 인격이란 것이 개인의 내면에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탄력적 도덕의 역동성이 내재한다는 거지. 이 책은 이러한 인격 판단의 경계가 뚜렷한 듯 모호한 8개의 주제를_성인과 죄인, 위선 대 도덕, Soul Mate냐 Playmate냐, 자부심에서 오만까지, 연민과 잔인함, 공정과 신뢰, 안전과 도박, 포용 대 편협_ 놓고 인간의 이율배반적 아포리아를 풀어내고 있다. 흥미로운 건 그 도구가 이솝 우화의 '개미와 베짱이'라는 거다.

 

인격은 색깔처럼 하나의 연속체를 따라가며 다르게 나타난다. 다만, 이때는 파장으로 이루어진 연속체가 아니라, 개미와 베짱이라는 은유에 담긴 정신 작용을 동반한 심리적 욕구로 이루어진 연속체다. (274쪽)


우화 속 개미의 특성은 어떠한가? 개미는 장기적 상황, 즉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 최선인가를 중시하는 정신체계의 상징이다. 이에 비해 베짱이는 단기적이고 눈앞의 보상이나 즐거움을 중시하는 정신체계를 나타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베짱이가 늘 악을 추구하는 세력이 아니라는 거다. 둘 모두 최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시간대가 다를 뿐이다. 우화 속에서는 개미가 '훌륭한 이야기'의 표본일지 몰라도, 현실 세계의 인간에서는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거다.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 다반사인 세상 아닌가.


베짱이의 근시안적 정신체계가 안내하는 욕구에 따라 행동하고 소유하고 소비할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진화의 한 단면이다. 이런 단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충동이 육체적, 재정적, 정신적 행복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개미의 정신체계_미래에 보상을 얻으려면 지금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 체계_가 끼어든다. 그런데 전적으로 개미의 목소리만 따르다보면 언뜻 착하게 사는 것 같아도 그게 꼭 최선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29쪽) 것이 문제꺼리다. 즐거움을 미루기만 하면 정작 훗날에는 늙은 육체와 외로움만 남기 쉽다는 거지…….


그러고 보면 정말 성인과 죄인(Saints and Sinners), 위선 대 도덕(Hypocrisy vs. Morality), 영속적 사랑을 택할 것인가 욕정의 유혹에 따를 것인가 하는 등등의 주제들은 정말 종이 한 장의 차이이다. 그저 개미와 베짱이의 특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우리의 일시적 상태가 보였을 뿐이다. 가끔 유명인들이 불륜이나 질투로 삐끗하여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저자는 슬퍼하지 말라고 토닥토닥……. 그러한 일은 우리가 선천적으로 결함이 있다거나 못됐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정신이란 게 원래 모순되는 행동과 다양한 속임수를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겉으로 뽐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 능력이 그 거드름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자부심은 돌연 오만으로 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낸다. (142쪽)


책은 이렇게 전 파트에 걸쳐 우리의 도덕률이 정적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우리가 설령 위선적으로 행동하거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더라도, 이것은 우리의 믿음과 도덕을 외면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해서가 아니라 단지 단기적 관심사가 일시적으로 승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관점, 즉 단기 이익(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얻는 것)과 장기 이익(신뢰 받는 높은 명성을 쌓는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어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면 감정싸움에서 확실한 승자 없이 승리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라 하겠다.


이제 다시 인격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본다. 인격이 유동적이라면 어떻게 최적화해야 하는 걸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중요한 점은 융통성이다. 우리 정신체계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가 헤쳐 나가는 세상이 단순하다면 금언이나 계율이니 하는 것들만 따르면 쉽게 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이 바뀔 때마다 그 순간의 필요와 기대에 맞춰 어떻게 행동할지 새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서로 경쟁하는 양자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268쪽)"라고 했다.


융통의 이면을 충족시키는 자기 인격의 황금비율은 결국 '정확한 상황 판단'에 달려 있는 거라 보인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본색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않겠는가. 知人者智, 自知者明이라하여 자신에 대해서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거라 하신 노자의 말씀이 떠오르네……. 어쨌거나 이 책은, 제시된 일부 심리실험 사례들이 다른 유사 책에서도 인용되는 구닥다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도덕적 일탈에 대해 아주 유용한 변명꺼리(?)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읽을거리라고 생각한다. 일독을 권해 볼만한 책이다.


<기타 흥미로운 부분>
○ 음식과 성관계. 이 둘은 대단히 보편적인 즐거움인 동시에, 위험성을 종종 잘못 판단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음식과 성관계에서도, 케이크를 두 조각째 먹는다거나 소중한 상대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거나 하는 의지 부족은 결국 우리 행동의 단기적 보상(식욕이나 성욕 채우기)과 장기적 위험(체중 증가나 관계 파탄)을 정확히 저울질 못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217쪽)


○ 군대에서 교관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 병사들을 훈련해 한 사람처럼 똑같이 움직이게 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에서 흥미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더라.
다른 사람과 동작을 맞춰 움직이는 행위는 "개인이 확장되는 묘한 기분",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을 준단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똑같이 움직이다보면 실제로 서로 가깝게 느낄 수도 있단다. 그런 행위는 일종의 사회 접착제처럼 개인을 더 큰 전체에 묶어준다네... 일사불란의 힘을 아주 잘 설명하고 있어 보인다.(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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