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각처럼 대화가 되지 않을까? - 인간관계의 갈등과 오해를 없애주는 소통의 기술
앤드류 뉴버그 & 마크 로버트 월드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알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왜 생각처럼 대화가 되지 않을까? 참으로 어려운 게 팀원 간의 소통이다. 조금만 일이 어려우면 그냥 부정적으로 분위기 흐린다. 어려울수록 도전적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면 영락없이 꼰대 취급하고, 부드럽게 달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인 것처럼 대충대충 넘기려 한다. 마음속에서는 연봉 받으면서 이러면 안 되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의 진행을 위해 꿀꺽 삼기고 만다. 나름 직장에서 아래 위로 신뢰를 받는다고는 생각하지만 내 속마음에는 이런 이중적 생각이 담겨있다. 예전에는 퇴근 후 한 잔 술로 서로를 위안하고 다시 직장 일에 몰입하곤 했지만 요즘의 신세대는 많이 달라 술자리 문화를 배격할 줄 안다. 힘들어도 노력하는 직원은 그저 아껴주고 싶은데 뺀질이하고는 어떻게 말이 잘 안 섞인다. 그러니 갈등과 앙금만 쌓인다. 어렵다.


인간관계의 갈등과 오해를 없애주는 소통의 기술을 익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드럽게 설득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화가 나면 말에 조리가 없어지고 버벅거리기만 한다. 화는 결국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는 정도는 이제 알 나이인지라 요즘은 이 점을 매우 조심한다. 하지만 그래도 뜻대로 안될 때가 있다. 그저 수양이 부족한 내 탓이라 여기기는 하나 뭔가 해결의 스킬이 필요하긴 하다. <왜 생각처럼 대화가 되지 않을까?: 인간관계의 갈등과 오해를 없애주는 소통의 기술>은 이런 나의 니즈에 부합하는 책이다. 이 책은 말하기에 서툰 이에게 꼭 필요한 힐링 스피치를 다루고 있다. 읽어보니 타인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과 관련된 실제적 증거를 제시하려고 노력을 많이 기울인 책이란 것은 알겠다. 공감 안가는 자기계발서의 주요 특징인 '~하라'만 넘치는 그런 책은 아니구나.


이 책의 전제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언어 능력이 있지만 타인과 소통하는 데에는 놀라울 정도로 미숙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대화(심지어는 낯선 사람과 나누는 대화)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12가지 전략(이를 연민소통 Compassionate Communication 이라 정의한다)을 확인하고, 이를 사용하면 대화하는 두 사람의 뇌가 서로 공조하기 시작하는 아주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한다. 이 특별한 유대와 공조는 이른바 '신경 공명 neural resonance'이라는 현상이라는데, 이 고조된 상호조화 상태에서 듣는 이의 뇌에 깊은 공감과 신뢰감을 자극하여 부정적인 사고패턴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 단 몇 분이라도 이 전략들을 연습한다면 더 명확하게 생각하고, 창의력을 높이며 타인과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어찌 관심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민 소통이 무언지 잠깐 나열해 보자.


1단계 : 긴장을 푼다. 2단계 : 현재에 머문다. 3단계 : 내면의 침묵을 강화한다. 4단계 : 긍정성을 높인다. 5단계 :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숙고한다. 6단계 : 즐거운 기억에 접속한다.(여기까지가 일종의 준비운동 단계이다). 7단계 : 비언어적 신호를 관찰한다.(이 다음 단계부터 대화를 시작한 후의 과정이므로 일관성을 가지고 충실하게 전략을 펼쳐야 한다). 8단계 : 감사를 표현한다. 9단계 : 따뜻하게 말한다. 10단계 : 천천히 말한다. 11단계 : 간단히 말한다. 12단계 : 깊이 듣는다.


이후부터는 단계마다의 멘토성 조언이 이어진다. 말하기만큼이나 중요한 '듣기'부분에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화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꼭 기억하라는 4가지에 포스트잇을 붙여본다. 1) 개인적인 의사소통 방식의 한계를 인지한다. 2) 습관이 된 이전의 대화패턴을 털어낸다. 3) 새로운 신경회로와 행동이 자리를 잡을 정도로 충분히 오랫동안 새로운 소통전략을 실험한다. 4) 타인과 대화할 때 의식적으로 이 전략들을 적용한다. 이 4가지의 의미는 기존에서 벗어나 부단히 연습 노력하라는 거겠지. 그런데 놀라운 게 이 새로운 소통 전략들의 유익한 효과를 체험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하면 1시간이 채 안된다는데 잠시 놀란다. 10분 동안 이 연민소통을 연습한 사람들의 사회적 친밀감과 공감 수준이 11% 증가했다고 주장하니 정말 흥미가 일기 시작한다.


긍정적인 말과 생각은 뇌의 동기부여 중추를 활성화시키며 수많은 삶의 문제와 부딪쳤을 때 필요한 회복력을 키워준다는 정도야 여러 책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긍정적 생각이 지나쳐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여하간 이런저런 설명이 주욱~ 이어지다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대목에서 조금 정독을 한다. 부정적인 내적 언어를 긍정적인 혼잣말로 바꾸기 위한 방법 제시 등은 말이 쉽지 실제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대로만 할 수 있다면 성과, 만족도, 직업적 성공에 큰 보탬이 되리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또 흥미로운 테마는 "서로의 목소리로 연인 찾기"이다. 가장 최근의 연구는 상대방의 소통방식을 더 많이 모방하거나 반영할수록 둘 사이의 신경 공명이 증가하며 이것이 공감, 협력, 신뢰를 높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데 이거 한번 제대로 시도해볼 필요가 있지 싶다. "파트너들이 서로 소통할 때, 일이 잘 풀리려면 그들의 언어 사이클이 서로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하니, 이런 언어적 조화는 데이트에 아주 유용하겠다.^^


또 하나의 중요한 흥미꺼리는 '관대함'이었다. 관대함은 상대방의 뇌에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 우리가 그들을 해롭게 할 의사가 없음을 말해주며, 이런 태도는 의견차이가 있을 때도 격한 말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여주고 협력적인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문을 열어놓는다는 것이다. 결국 여유와 연민이 핵심이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으면서 언젠가 유사한 책을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맞다. 마셜 B.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와 많이 비슷하다. 이 책도 ‘연민’으로 풀어나갔던거 같다. 제법 인기가 있었던 책이라 읽어본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책은 2장으로 넘어가면서 12단계의 연민소통 기술을 풀어내고 있는데, 결론은 12가지 단계와 전략이 신경 공명 과정을 통해 신뢰, 공감, 협력을 촉진하여서 어떤 대화든 놀라운 사건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익숙한 대화 패턴을 바꾸려면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고...

 

연습 이후는 실생활에의 적용이다. 3장은 사랑하는 사람, 직장, 소중한 자녀와의 연민소통에 대하여 풀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트러블은 '상상의 싸움'을 먼저 하라는 조언이 괜찮았고, 비즈니스맨을 위한 맞춤형 연민 소통도 기억해 둘만 했다. 자녀와의 갈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어릴 때부터 대화의 양과 질에 달려있다는 상식을 재확인한다. 연민 소통의 원칙을 가정에 적용하면 자녀의 공격적인 행동은 줄어들고 형제들과도 더 사이좋게 지낸다고 한다. 어쨌거나 연민 소통을 실천한다는 것은 다양한 환경 속의 다양한 인간들 사이에 더 많은 공감과 교감을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하겠다. 아주 감명 깊게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하버드대 교수들이 추천의 글을 보더라도 '기본' 이상의 수준은 되는 듯하다. 실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읽어서 손해 보는 책은 아니라 위안하면서...

 

이 책은 신경과학과 심리학 그리고 명상에서 찾아낸 소통 전략으로 평범한 대화를 비범한 사건으로 변모시킬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 스리니바산 필레이, 하버드 대학교 의대 정신의학과 임상조교수 (이 분의 책, 읽은 적이 있다. <두려움 :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나쁜 습관>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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