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opia (Paperback) - Penguin Classics
토머스 모어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고)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플라톤 [국가]

1부는 모어와 라파엘, 추기경, 영국인 변호사의 대화형식으로 되어있다. 모어는 이 대화를 빌러 당시 영국사회의 혼란상을 묘사하고 비판한다. 우선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거리에 떠도는 빈민들과 도둑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두고 토론을 벌인다. 처벌의 수위를 높여서 도둑질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모어는 가난한 사람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가혹한 처벌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도둑질에 대한 가혹한 처벌 대신 일자리를 주고 그들 스스로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하는데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도둑들을 만들어내고선 도둑질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혹한 처벌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도둑질을 사형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절도범들을 겁주려는 노력이 실제로는 그들로 하여금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도록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도둑질을 하는 것과 도둑질만을 하는 것에 있어서 그 처벌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무고한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양이 농민을 잡아먹는다!’


1부에 있어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당시 영국의 인클로저운동을 보여주고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다. 모어는 인클로저운동이 양들을 위한 목초지를 만들고 아무도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 실질적으로 사회에 해를 기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목양업자 귀족들에 의한 인클로저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했으며, 농민들의 궁핍함은 점점 더해져 갔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인해 농토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도둑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 몰리게 된다. 인클로저운동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부자들이 물자를 독점하거나 선매하는 행위, 독점권을 획득하여 시장을 자기 마음대로 지배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모어는 더 나아가 사유재산이 인정되고 금전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곳에서는 국가의 바른 정치와 번영을 바랄 수 없다고 이야길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악의 근원이 사유재산과 화폐를 인정하는데 있고, 그 해결책은 일종의 공산사회인 것이다.
 

“엄밀히 말해, 자신이 아니라 양을 먹이는 것이 양치기의 사명인 것입니다.” -[유토피아]

“엄밀한 뜻의 의사는 돈벌이는 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환자를 돌보는 사람인가요?…엄밀한 의미에서 통치자인 한, 그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시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플라톤 [국가]

 

왕의 재산을 늘리는 방법과 진정한 왕의 위엄은 어디서 나는가에 대한 토론에서 플라톤 사상의 영향이 엿보인다. 국가1권에서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와의 정의에 대한 대화에서 트라시마코스가 정의는 ‘강자(통치자)의 이익이다’라고 정의하자 이에 대한 반론으로 소크라테스가 의사의 예를 들어 통치자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물론 모어가 위와 같은 비유를 들어 이야기 하고자 한 바는 정의(正義)를 정의(定義) 내리려고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왕이 ‘이데아의 통치자’에 부합되어야만 왕의 위엄이 생긴다고 본다.

1부에서 모어는 영국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비판함에 있어서 농민의 삶에 관심을 크게 가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토론과정에서 영국인 변호사로 대표된 단편적이거나 편견이 섞인 관점으로 현실해석을 하는 것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추기경의 입을 빌러 영국에서 시행하길 원하는 점진적인 제도의 개혁 방법을 말하면서 실행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모어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국가 ‘유토피아’라는 국가의 이야기를 풀어놓음으로 해서 역설적인 수단으로 현실을 폭로하였다.

  2부. 유토피아에 대한 강연 
 

2부에서는 모어는 ‘유토피아’라는 섬을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그리고 지향점으로 묘사를 하고 있다. 유토피아 섬에서 사람들은 평화롭고 고요한 전원생활을 향유하고 있다. 사유재산과 화폐가 인간의 탐욕을 부르고 사회를 불합리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유토피아 섬에는 사유재산이나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섬은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주로 나뉘어 있다. 그 곳에서는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생활양식이나 제도, 법률이 모두 같다. 시민들은 모두 자급자족함으로써 가난한 농민이나 길에서 방황하는 사람이 없다. 유토피아인들은 기본적으로 농업에 종사한다. 농가에는 필요한 도구가 갖추어져 있다. 2년을 주기로 도시민과 농민이 교체된다. 게으름을 피우며 빈둥거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며 노예처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자도 없다.

이렇듯 ‘유토피아’는 교육과 학문, 생산과 소비, 분배와 소유에 있어서 철저한 평등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평등사회의 밑받침이 되는 것은 강력한 통제와 자유의 제한에 있다. 모어는 사회의 불화와 부정이 사유재산에 연유한다고 생각하고 공유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공유제가 나타나게 된 기원이나 방법들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전반적인 유토피아 섬의 묘사에서 유추하여 본다면 관습적인 통제와 제한으로 공유제가 만들어 지고 유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플라톤의 [국가]에서도 사유재산이 부정의 요인으로 보고 공산주의를 역설한다. 또한 모어와 플라톤의 공산제는 공동체적 윤리와 깊은 관계가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는 엘리트가 지배하는 신분제적 사회이지만 [유토피아]에서는 노예를 제외한 시민들은 경제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평등하며 다만 덕망과 지혜에 따라 위계질서가 이루어지는 사회이다.

유토피아 섬의 또 하나 특징적인 면은 다종교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각 종교들은 다른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으며 각 종교의 하나님은 같은 유일신이다. 이것은 마치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가 각각 다른 종교이지만 모두 같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을 믿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유토피아 섬이 다종교라고 해서 종교의 자유라고 보기는 힘들다. 유토피아인들은 예외 없이 어떠한 종교라도 믿고 있으며 정해진 시기와 시간에 예배와 축제 등을 즐긴다. 유토피아 섬에는 무신론자가 존재 하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가 무신론과 범신론도 허용하며, 스스로의 선택으로 종교를 선택하고, 또는 선택하지 아니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볼 때 유토피아 섬에서의 종교는 종교의 자유가 아닌 종교의 관용으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유토피아 섬에서는 사치를 혐오하고, 안락사가 가능하며, 합의를 거쳐서 이혼이 가능하다. 그리고 장례식은 축제처럼 치러지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들은 당시로서 생각하면 허황될 정도로 새로운 제도와 풍습을 가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