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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두의 하나는 20세기 중반부터 우리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환경 또는 생태학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관심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침묵의 봄>>은 다시 읽게 하는 고전이며 그래서인지 벌써 세번째 번역본이 나왔다. 게다가 세계를 뒤흔든 선언문으로 미국의 독립선언문, 맑스의 공산당 선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장 내일을 위한 우화는 왜 제목이 "침묵의 봄"인가를 알 수 있게 하며 칼슨이 환경(생물학)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 문학을 꿈꾸었음을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한다. 처음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미대륙 한가운데쯤 모든 생물체들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마을이 하나 있다. 이 마을은 곡식이 자라는 밭과 풍요로운 농장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봄이면 과수원의 푸른 밭 위로 흰 구름이 흘러가고 가을이 되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소나를 배경으로 불타즛 단풍이 든 참나무와 단풍나무, 자작나무가 너울거렸다. (......)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똑새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과 습지에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 내일을 위한 우화는 예언과도 같다. 이제 드디어 우리는 칼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듯 하다. 그리고 이제 칼슨이 첫 페이지에서 그린 풍경은 나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어린 시절 해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물장구치고 놀다가 엄마에게 두드려 맞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중랑천은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임 아님을 매일 매일 확인할 때 마다 이 구절은 항상 오버랩되고 있다.
물론 이후 많은 내용은 사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오래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이제는 시장마다 유기농이니 무농약이니 하는 말을 하고 있는데, 설마 지금도 칼슨이 말하고 있는 DDT와 같은 살충제를 사용할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금 여기서 읽고 있는 우리에게 칼슨의 살충제와 제초제이야기는 이제 진부한 이야기같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와 같은 또는 그와 비슷한 화학 약품을 제조하는 회사는 지금도 존재하고 가끔은 TV가 보여주는 폐수로 오염되어 죽은 물고기가 떠 있는 하천을 생각하면 그녀의 주장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하천을 보면서 새들의 노래가 사라져 가고 있는 지금 여기서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 그리고 인간이 선양하는 문명의 어두운 그림자를 나아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가를 생각하니 더더욱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