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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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몸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여전히 우리들은 우리들의 정신세계에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 정신을 둘러싸고 지탱하고 있는 우리의 몸에 대해서는 소홀한 게 사실이다. 이 글은 우리의 시선을 일차적으로 그 몸에 두고 있다.

물론 이 글이 말 그대로 몸 또는 걷기의 즐거움과 그에 대한 찬양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걷기가 바로 우리의 몸을 의사들의 지식이 아닌 우리의 자신의 체험으로 이해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발 한 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은 우리의 정신의 심연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걷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몸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신 세계로 들어가게 되며 어느 순간 몸과 영혼이 하나가 되는 합일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힘들게 땀을 흘리며 입술이 바싹 타들어갈 즈음 정상에 도달하고 그 곳에서 들이마시는 공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건 세상의 때에 찌든 우리의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정화의 순간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걷기예찬은 그다지 새로운 글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걷기가 세상으로부터 초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걷기가 세상으로부터의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임을  작가는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걷기는 세상, 특히 도시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시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즉 걷기는 19세기 파리의 많은 지식인들이 파리의 시내를 거닐면서 그 당시 파리를 이해하였듯이, 현대의 걷기는 급변하는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걷기를 통한 세상에 대한 알기는 다시 나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밖으로만 향해 있던 시선은 다시금 나에게로 돌아와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걷는 동안 일시적이긴 하겠지만  나는 현실의 모든 굴레와 외투를 벗어버리고 원초적인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차가운 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세상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시간에 쫓기면서 살아간다. 우리의 모든 것은 빨라야 한다. 어느 통신사의 광고처럼 속도가 생명이다. 하지만 천천히 걷는 과정에서 우리는 잃어버리고 놓쳐버렸던 많은 것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 핏발이 선 우리의 시선은 걷는 과정에서 순화되고 모든 것을 넉넉하게 받아들이고 어느 순간 그 속도와 시간을 일어버리는 순간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스티븐슨의 말처럼 우리는 '영원'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걷는 것처럼 천천히 읽어야 한다. 반드시 끝까지 빨리 읽어야 된다고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읽어야 한다. 그 때 우리는 이 안에 있는 많은 보행자와 함께 걸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번역자의 번역이 우리의 숨고르기를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아마도 이런 생각은 내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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