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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들 - 당대 최고의 석학 110명에게 물었다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 / 갤리온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우연히 모 방송사의 "TV 책을 말하다"를 잠시 보게 되었다. 독서대중의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가끔은 그런 프로그램이 약간은 상업적인 냄새를 띠는 것 같아서 반감도 없지 않았던 차에 이 책과 이 책의 쓴 저자들의 성격, 그리고 "에지"라는 단체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래서 곧바로 주문하고 전철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피곤한 일상에서 이 내용들은 나에게 다가오지않고 먼지처럼 흐트러지고 나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기를 여러번 ... 하지만 결국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그리고 그 먼지들이 서로에게 이끌려 돌덩이처럼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돌덩이는 어느 영화에선가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지도 모르는 거대한 운석 그리고 그 이후에 찾아올 빙하기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스의 한 철학자가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이후, 아마도 그 이전부터 사람들은 나와 내 주변에 있는 것을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리고 그 노력들은 여전히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그런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들은 지금까지 그들의 선배 그리고 선조들의 노력들을 한낱 거품으로 만들려는 정말로 "위험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래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실낱같이 부여잡고 있는 인간에 대한 많은 믿음들을 그들은 뜨리려고 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의 특이성에 대한 많은 생각은 이제는 깨어져야 할 환상이며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계몽"이라고 외치는 듯 하다.
그러면서 나에게 지금 "가장 위험한 생각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전철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 많은 회사의 도산이 가져온 질은 좋지만 터무니 없이 값싼 물건을 파는 사람들, 세상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고 외치는 사람들, 도움을 요청하며 절뚝 거리는 사람과 목이 터져라 외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사람들, 그리고 아둥바둥 자본의 힘과 권력을 향유해보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이들의 생각들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그리고 어둠침침한 곳에서 맥주 한 잔을 들이키는 매우 감상적인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우울함을 느끼게 하고 또 다른 생각을 보여주는 이 책 ...
그래도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위안은 선하고 옳은 말만 하는 사회가 가장 위험한 사회라고 말하는 대니얼 길버트의 아주 짧은 글이다. 이처럼 별나고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그러나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사회, 그 사회는 아직까지 살만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