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구판절판


밝게 빛나지 않는 것은 닭이건, 돼지건, 개건, 함께 있는 존재를 의기소침하게 만든다-240쪽

아다마는 탄광촌 출신답게 착 가라앉은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아다마, 그건 아니야. 내 자신이 싫어졌을 뿐이야"
나와 아다마는 얼굴을 마주 보았다. 자신이 싫어졌다. 그것은 열일곱 살 소년이 여고생에게 사랑을 구걸 할 때 이외에는 결코 입밖에 내어서는 안 될 대사다. 누구든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다. 경제력도 없고 아내도 없는 지방도시의 이름 없는 열일곱이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선별되어 가축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귀로에 선 순간이므로 그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말해서는 안 될것을 말하면, 그 후의 인생이 어두워질 뿐이다. -217쪽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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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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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전문가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누구든지 처음은 있는 법, 독수리도 기는 법부터 배우지 않는가.
처음이니까 모르는 것도 많고 실수도 많겠지.
저런 초자가 어떻게 이런 현장에 왔나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니 이 일을 시작한 지 겨우 6개월 된 나와 20년 차 베테랑을 비교하지 말자.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며 되는 거야.-20쪽

그러나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소리 내어 말은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빛, 수줍은 미소, 살짝 스치는 작은 손동작 하나에도 고마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은 한여름 아이스크처럼 녹아내린다. 이처럼 늘 작은 것이 우리를 위로하고 감동시킨다. 언제나 작은 것이 우리를 괴롭히고 상처를 내는 것처럼..... 우리 요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거다. 이래서 긴급구호는 달콤한 중독이다.-205쪽

하지만 마음이 뜨겁다고 해서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하는 일마다 다 잘할수 있겠나. 그럴 리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다. 처음 먹었던 마음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도 없다. 그러나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할 자신은 있다. 그 일을 하면서 내가 가진 어떤 힘도 아끼지 않을 자신도 있다. 물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음처럼 안 되는 일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진인사(盡人事)'했노라 말할 수 있다면 그 일에 미련도, 후회도, 원망도 없다. -282쪽

나는 천재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놓은 일보다 보통 사람이 몇 년에 걸쳐 땀과 열정을 바쳐 이룬 일이 훨씬 값지다고 생각한다. 진인사 후 대천명(盡人事後待天命)이다. 사람이 할바를 다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늘의 도움을 청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 떳떳하다.-283쪽

우리, 함께 가요!


'친필 싸인' ^-^-앞표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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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3월
절판


*슬픈 지도*

사랑하는가?

눈물의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슬픈 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12쪽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19쪽

*세상사*

울지 마
울지 마

이 세상의 먼지 섞인 바람
먹고 살면서
울지 않고 다녀간
사람은 없어

세상은
다 그런 거야

울지 마라니까!-27쪽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30쪽

*무지개*

첫눈이 듣던 날
받아먹자고 입 벌리고 쫓아다녀도
하나도 입 안에 듣지 않아
울음 터뜨렸을 때

얘야.
아름다운 것은 쫓아다닐수록
잡히지 않는 것이란다
무지개처럼

한 자리에 서서
입을 벌리고 있어 보렴
쉽게 들어올 테니까

나이 오십이 되어
왜 그날의 할머니의 타이름이
새삼 들리는 것일까-78쪽

*슬픔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백두산 천지에서

아!
이렇게 웅장한 산도
이렇게 큰 눈물샘을 안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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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 용감한 사람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가고.. 순수하고 정결한 것을 사랑하고..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것. 이것이 나의 여정이다. 아무리 희망이 없어 보여도, 아무리 길이 멀어도, 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천상의 목표를 위해서는 지옥에 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 영광의 여정에 충실해야 나 죽을때 평화로우리... 그리고 이것 때문에 세상은 더 좋아지리. 아무리 조롱받고 상처 입어도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잡을 수 없는 저 별을 잡기 위해...."-117쪽

하늘에 무지개 보면
내 가슴은 뛰노라
내 인생 시작되었을 때 그랬고
지금 어른이 돼서도 그러하며
늙어서도 그러하기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게 나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내 살아가는 나날이
자연에 대한 경외로 이어질 수 있다면
-146쪽

"누구든 젊었을 때 며칠간만이라도 시력이나 청력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로 시작하는 이 글에서 켈러는 '단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계획표를 짠다.
방금 숲 속에서 산책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냐고 물었더니 "뭐 특별한 것 못 봤어"라고 답하더라면서 켈러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질문한다.
"보지 못하는 나는 촉감만으로도 나뭇잎 하나하나의 섬세한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봄이면 혹시 동면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첫 징조, 새순이라도 만져질까 살며시 나뭇가지를 쓰다듬어 봅니다.아주 재수가 좋으면 한껏 노래하는 새의 행복한 전율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손으로 느끼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볼 수있으면 하는 갈망에 사로잡힙니다. 촉감으로 그렇게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는데, 눈으로 보는 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래서 꼭 사흘 동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무엇이 제일 보고 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첫날은 친절과 우정으로 내 사람을 가치 있게 해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이 읽어 주는 것을 듣기만 했던, 내게 삶의 가장 깊숙한 수로를 전해준 책들을 보고 싶습니다. 오후에는 오랫동안 숲 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겠습니다. 찬란한 노을을 볼 수있다면.. 그날 밤 아마 나는 잠을 자지 못할 겁니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보겠습니다......."-151쪽

별들이 드리운 밤을 눈앞에 보며,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258쪽

" 어째서 지금까지 저 높은 하늘이 눈에 띄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제라도 이것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렇다! 저 끝없는 하늘 외에는 모든 것이 공허하고 기만이다. 저 하늘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 연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에 대한 사랑, 적에 대한 사랑, 그렇다. 이것이 신이 이 땅 위에서 가르친 사랑이다"-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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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 디자인이 예뻤다. 

글을 읽고 싶었는데 선뜻 다가가지 못했던 분의 신작에세이집!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읽어서 그랬는지 일주일 내내 읽었다.

넘어가는 페이지가 아까워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최승미 화가의 삽화는 이야기를 곱고 아기자기하게 만든다.

어느분의 리뷰에서 맘이 착해지는 책이라고 쓰신걸 봤는데.. 역시 동감한다.

마치 동화처럼 읽힌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책!

특히나 초록색이 많이 들어간 삽화는 더욱 눈을 즐겁게 해준다.

칼럼이 연재되었던 시기가 이즈음, 봄이었나보다.

봄햇살, 봄하늘,봄바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마음에 힘이 되는 좋은 이야기와 더불어 아직 접해보지 못한 문학작품들을

쉽게 소개해주셔서 원작을 펼쳐보고 싶게끔 만든다.

내 생각엔 신문사의 칼럼 기획 의도가 제대로 적중된것 같다.^^

개인적으로 안데르센 자서전이 먼저 읽고 싶어 진다.

책을 읽고 보니 문학의 최종 목적은 사랑이 아닐까 하고 말하신 피천득님의 말씀이 와닿는다.

 난 참 한주일동안 아름다운 사람과 좋은 곳을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맘이 꽉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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