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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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내가 졸업 후 직장생활하며 사적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 3대 트로이카가 있었다. 신경숙, 공지영, 은희경. (70년대 배우로는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이 있었지...ㅋ) 그 막내 주자쯤의 은희경이 이제 60대 중반이 되어 신작 장편을 출간했다. 딱 작가 나이인 안나, 경선 두 자매 이야기.

공지영도 신경숙도 이런저런 풍문의 여파에 휩싸였지만, 은희경은 계속 작품활동으로만 이어져서 지금까지 건재하다. 북토크도 많이 안하시는 분이 내가 제주포럼 했을 때 강연연사로 와주셨는데, 그 때의 그 은방울 같은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은희경다운 목소리였다 ㅎㅎ

<새의 선물> <빛의 과거> <시간의 감촉>. ‘시간3부작‘이라고 했다. 작가가 나이 들어가면서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걸 살려서 쓴 소설들이라 연작처럼 생각할 수 있겠다. 나는 작가의 인생이 느껴지는 글이 좋다. 젊은 사람이 세상 다 아는 노인처럼 쓰는 것도 싫고, 나이든 사람이 젊은 감각을 잃치 않았네 어쩌네 하는 것도 별로다. 그리고 보통은 작가가 30대에 쓴 글이 제일 좋다. 인생에서 가장 자신 있을 시기. 그 패기, 그 감각.

이 소설은 은희경 특유의 새침함과 거리두기가 깔려 있으면서 솔직한 그 나이의 심정이 느껴지는 글이다. 이런 게 바로 은희경 문체이지! (아래 인용)
- 한 사람의 몸안에는 수많은 장소와 시간이 들어 있다. 몸은 기쁨과 고통과 욕망과 상실의 부화장이고 사랑의 꿈과 외곡을 간직한 도서관, 마지막 삶이 거처할 최후의 집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재로 사라진다. 개체의 시간을 끝내고 무한에 섞여드는 여정이다. - 373 p.
- 우리 모두 오늘이라는 시간의 초보자이고 계속되는 한 삶은 늘 초행이다. - 381 p.

프루스트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평생 헤매였고, 이제 은희경도 ‘시간의 감촉‘을 논한다. 아마도 모든 문학과 철학의 주제가 ‘시간‘ 아닌가 싶다. <시간의 감촉>에서 65세를 너무 노년이 된 듯 표현해서 약간 속상(!)하기도 했지만, 아직 내가 그 나이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은희경이 그리고 있는 65세는 그리 어둡지 않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매일 오늘의 ‘첫 순간‘을 느끼며 살고 있어서 희망적이다. 나도 과거의 시간을 소중히 몸속에 간직하고, 현재를 첫 순간처럼 살아내며, 미래를 차분히 맞이하는 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고 싶다. 은희경처럼.

* 종이책 표지의 촉감이 아주 좋다. 시간의 감촉이 이런 것일까.
* 일본 여행 부분은 조금 줄였으면 좋았겠다. 거기서 좀 지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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