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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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원제는 '활착(活着 )이다. 즉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인생으로 번역할 수도 있겠다.

번역자로는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이신 백원담선생(동아시아문화의 한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해석으로 사랑받는 분)이다. 이미 푸른숲에서 1997년에 나왔던 책이다.<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원제로 나왔었다.

이 책의 저자 위화는 이 책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活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렇다. 삶은 고단함을 견디는 것이다. 그 고단함을 참고 견뎌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수 많은 일을 겪는다. 이 <인생>이라는 책은 푸구이 노인이라는 사람의 회고담을 민요를 수집하는 내가 듣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푸구이노인은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건달의 삶을 살아간다. 나이 많은 서당의 훈장님은 그의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댁의 도령은 크면 틀림없이 건달이 될거요."

물론 푸구이노인은 젊은 시절 건달이 된다. 도박을 해서 집까지 날린 젊은 푸구이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의 모든 돈이 날아갔다는 것을.그렇게 푸구이는 힘든 세상을 알아간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자신의 땅에서 소작을 살던 푸구이는 아내 자전과 함께 펑샤와 유칭을 낳고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은 유칭,펑샤,자전 그리고 유칭의 아들과 유칭의 남편마저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곤 노후를 맞이한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제 곧 황혼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두운 밤이 하늘에서 내려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광활한 대지가 단단한 가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부름의 자세다. 여인이 자기 아들딸을 부르듯이, 대지가 어두운 밤을 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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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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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미치 엘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제일 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땐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나는 제목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편인데, 제목이 마음에 안 들거나 한눈에 들어 오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이름 나 있어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별로 두껍지 않은 책이라 한눈에 쉽게 읽힌다. 

책 내용은 이렇다. 모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인공은 모리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되는 내용이다.

그 가운데 내게 가장 와 닿았던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미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일을 하고 잇을 때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다는 거지.자기의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타인에 대해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이러한 생각을 하면 인생이 행복하고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인생을 살면서 중요한 것이 정작 무엇인지를 모르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에게 삶을 뒤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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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의 21세기 비전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청림출판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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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피터 드러커도 <제 3의 물결>을 쓴 앨빈 토플러처럼 그저 그런 책을 쓰는 사람이려니 하는 선입견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제 3의 물결>을 보고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피터 드러커는 좀 달랐다. 처음에 마르크스를 비판하면서, 잊혀졌던 그리고 낮게 평가되었던 테일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다. 이 부분에서 테일러가 중요시 했던 것은 바로 지식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책의 주요내용을 요약하자면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사회는 지식사회라고 보며,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은 드러커가 말하는 시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특히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도 쉽게 회의에 대해서 당연히 자주 오래하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회의는 당연히 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구절에서는 나름 고정관념이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미덕은 보수주의자로 보이는 피터 드러커가  자신의 경험이 자신의 보수주의와 경합할 때는 경험의 손을 들어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그는 본받을 만한 프로다.

피터 드러커의 다음 저서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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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6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류는 제 관심분야가 아니라서 안 보게 되더군요.
친절한 소개 감사 ^*^ 추천!

라몬 2008-02-26 09:55   좋아요 0 | URL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고 알찬 서평을 쓰고 싶네요.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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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 시절 인디언이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랑 같이 살면서 자연과 함께 했던 아이의 이야기다. 그는 이 어린 시절을 <내 영혼이 따뜻했던>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보여주고 있다.

인디언의 삶은 어떤 것이었는가? 이 책은 지은이의 어린시절 눈으로 본 인디언 할아버지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추억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보여준 삶을 살아가기엔 대한민국은 너무나 복잡다기한 일이 많은 나라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시대의 소비문화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아주 깨끗하고 맑게 바라보고 싶다면, 이미 거의 멸종단계에 이르러 인디언 보호법아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인디언들의 생각을 아주 잘 드러낸 밑의 글을 읽어 보시라.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1854년)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
나와 함께 온, 지금 당신들 앞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이 사람들은 나의 부족이며 나는 그들의 추장이다.

우리는 왜 이곳에 왔는가? 연어 떼를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올해의 첫 연어 떼가 강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연어는 우리의 주된 식량이기 때문에 연어 떼가 일찌감치 큰 무리를 지어 강의 위쪽으로 거슬러 오는 걸 보는 일만큼 우리에게 즐거운 일은 없다.
그 숫자를 보고서 우리는 다가오는 겨울에 식량이 풍부할 것인가를 미리 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이 더없이 기쁜 까닭은 그 때문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어 떼가 햇살에 반짝이며 춤추는 것을 우리는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았다. 또 한 번의 행복한 겨울이 우리를 찾아올 것을 짐작한다.
우리가 무리를 이루어 몰려왔다고 해서 전투를 벌이려고 온 것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
나는 당신들이 우리의 땅에 온 것을 기쁘게 여기고 있다.
당신들과 우리는 모두가 이 대지의 아들들이며, 어느 한 사람 뜻 없이 만들어진 사람이 없다.
하지만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들은 이 땅에 와서, 이 대지 위에 무엇을 세우고자 하는가?
어떤 꿈을 당신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가?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그저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세우고 나무들을 쓰러뜨릴 뿐이다. 그래서 행복한가?
연어 떼를 바라보며 다가올 겨울의 행복을 짐작하는 우리만큼 행복한 것인가?
워싱턴의 대추장(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대추장은 우정과 선의의 말도 함께 보냈다.
그가 답례로 우리의 우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그로서는 친절한 일이다. 그의 부족은 숫자가 많다. 그들은 초원을 뒤덮은 풀과 같다.
하지만 나의 부족은 적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다음에 드문드문 서 있는 들판의 나무들과 같다.
백인 대추장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는 제의를 하며 우리에게는 아무런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이다.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 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들 황색인(혹은 붉은 얼굴-옮긴이)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가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이곳이 바로 우리 황색인들에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형제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잎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워싱턴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온 것은 곧 우리의 아버지가 되고 우리는 그의 자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안을 잘 고려해 보겠지만, 우리에게 있어 이 땅은 거룩한 것이기에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울과 강을 흐르는 이 반짝이는 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약 우리가 이 땅을 팔 경우에는 이 땅이 거룩한 것이라는 걸 기억해 달라.
거룩할 뿐만 아니라, 호수의 맑은 물 속에 비췬 신령스러운 모습들 하나 하나가 우리네 삶의 일들과 기억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소리이다.
강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갈증을 풀어준다. 카누를 날라주고 자식들을 길러준다.
만약 우리가 땅을 팔게 되면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형제들에게 하듯 강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아침 햇살 앞에서 산 안개가 달아나듯이 황색인은 백인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났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골은 신성한 것이고 그들의 무덤은 거룩한 땅이다.
그러니 이 언덕, 이 나무, 이 땅의 흙은 우리에게 신성한 것이다.
백인에게는 땅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똑같다.
그는 한밤중에 와서는 필요한 것을 빼앗아 가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땅은 그들에게 형제가 아니라 적이며 그것을 다 정복했을 때 그는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백인은 거리낌 없이 아버지의 무덤을 내팽개치는가 하면 아이들에게서 땅을 빼앗고도 개의치 않는다. 아버지의 무덤과 아이들의 타고난 권리는 잊혀지고 만다.
백인은 어머니인 대지와 형제인 저 하늘을 마치 양이나 목걸이처럼 사고 약탈하고 팔 수 있는 것으로 대한다.
백인의 식욕은 땅을 삼켜 버리고 오직 사막만을 남겨놓을 것이다. 모를 일이다.
우리의 방식은 그대들과는 다르다. 그대들 도시의 모습은 황색인의 눈에 고통을 준다.
백인의 도시에는 조용한 곳이 없다. 봄날 잎새 날리는 소리나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곳이 없다.
나는 황색인이라서 이해할 수가 없다. 인디언은 연못 위를 쏜살같이 달려가는 부드러운 바람소리와 한낮의 비에 씻긴 바람이 머금은 소나무 내음을 사랑한다.
만물이 숨결을 나누고 있음으로 공기는 황색인에게 소중한 것이다.
짐승들, 나무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숨결을 나누고 산다.
백인은 자기가 숨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여러 날 동안 죽어가고 있는 사람처럼 그들은 악취에 무감각하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대들에게 땅을 팔게 되더라도 우리에게 공기가 소중하고, 또한 공기는 그것이 지탱해 주는 온갖 생명과 영기(靈氣)를 나누어 갖는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기억해야만 한다.
우리들의 할아버지에게 첫 숨결을 베풀어준 바람은 그의 마지막 한숨도 받아준다.
바람은 또한 우리의 아이들에게 생명의 기운을 준다. 우리가 우리 땅을 팔게 되더라도 그것을 잘 간수해서 백인들도 들꽃들로 향기로워진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보겠다.
그러나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개인이니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나는 초원에서 썩어가고 있는 수많은 물소를 본 일이 있는데 모두 달리는 기차에서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 둔 것들이었다.
연기를 뿜어대는 철마가 우리가 오직 생존을 위해서 죽이는 물소보다 어째서 더 중요한지를 모르는 것도 우리가 미개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짐승들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은 우리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짐승이 사라져버린다면 인간은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 그대들이 온 이후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제 삶은 끝났고 살아남는 일만이 시작되었다. 이 넓은 대지와 하늘은 삶을 살 때는 더없이 풍요로웠지만, 살아남는 일에 있어서는 더없이 삭막한 곳일 따름이다.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딛고 선 땅이 우리 조상의 뼈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이 땅을 존경할 수 있도록 그 땅이 우리 종족의 삶들로 충만해 있다고 말해 주라.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을 그대들의 아이들에게도 땅을 우리 어머니라고 가르쳐 주라.
땅 위에 닥친 일은 그 땅의 아들들에게도 닥칠 것이니 그들이 땅에다 침을 뱉으면 그것은 곧 자신에게 침을 뱉는 것과 같다. 땅이 인간에게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종족을 위해 그대들이 마련해 준 곳으로 가라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 보겠다. 우리는 떨어져서 평화롭게 살 것이다.
우리가 여생을 어디서 보낼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아이들은 그들의 아버지가 패배의 굴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의 전사들은 수치심에 사로잡혔으며 패배한 이후로 헛되이 나날을 보내면서 단 음식과 독한 술로 그들의 육신을 더럽히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우리의 나머지 나날을 보낼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많은 날도 남아있지 않다. 몇 시간, 혹은 몇 번의 겨울이 더 지나가면 언젠가 이 땅에 살았거나 숲 속에서 조그맣게 무리를 지어 지금도 살고 있는 위대한 부족의 자식들 중에 그 누구도 살아남아서 한때 그대들만큼이나 힘세고 희망에 넘쳤던 사람들의 무덤을 슬퍼해 줄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왜 우리 부족의 열망을 슬퍼해야 하는가?
부족이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 그 이상은 아니다.
인간들은 바다의 파도처럼 왔다가 가는 것이다. 자기네 하나님과 친구처럼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백인들조차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백인들 또한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한가지는 우리 모두의 하나님은 하나라는 것이다. 그대들이 땅을 소유하고 싶어하듯 하나님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하나님이며 그의 자비로움은 황색인에게나 백인에게나 꼭 같은 것이다.
이 땅은 하느님에게 소중한 것이므로 땅을 해치는 것은 창조주에 대한 모욕이다.
백인들도 마찬가지로 사라져 갈 것이다. 어쩌면 다른 종족보다 더 빨리 사라질지 모른다.
계속해서 그대들의 잠자리를 더럽힌다면 어느 날 밤 그대들은 쓰레기더미 속에서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들이 멸망할 때 그대들을 이 땅에 보내주고 어떤 특별한 목적으로 그대들에게 이 땅과 황색인을 지배할 권한을 허락해 준 하느님에 의해 그대들은 불태워져 환하게 빛날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는 불가사의한 신비이다.
언제 물소들이 모두 살육되고 야생마가 길들여지고 은밀한 숲 구석구석이 수많은 인간들의 냄새로 가득 차고 무르익은 언덕이‘말하는 쇠줄’ (電話線)로 더럽혀질 것인지를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
숲 덤불은 어디에 있는가? 사라지고 말았다. 독수리는 어디에 있는가? 사라지고 말았다.
날랜 조랑말과 사냥에 작별을 고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삶의 끝이자 죽음의 시작이다.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 보겠다.
우리가 거기에 동의한다면 그대들이 약속한 보호구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거기에서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날들은 마치게 될 것이다.
마지막 황색인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그들이 다만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구름의 그림자처럼 희미하게 기억될 때라도, 산기슭과 숲들은 여전히 내 백성의 영혼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어머니의 심장의 고동을 사랑하듯이 그들이 이 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당신들이 이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
온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그대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사랑해 달라.
하나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한가지는 알고 있다. 우리 모두의 하나님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한 것이다.
백인들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임을 알게 되리라.
연어 떼를 보았으니 이제 나와 나의 부족은 행복한 얼굴로 돌아간다.
어쩌면 또 한 번의 행복한 겨울은 짐작에 그칠 뿐, 나의 부족에게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꿈일지도 모른다. 당신들 백인들에게 밀려, 살아남기 위해 고통을 받아야 할 막막한 겨울 들판으로 뿔뿔이 떠나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본 연어 떼의 반짝이는 춤을 나의 부족은 잊지 못할 것이다. 이것으로 내 말을 마친다.

 

* 시애틀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1854년)은 미국대통령 피어스에 의해 파견된 백인 대표자들이 이 땅(오늘의 시애틀 지역)을 팔 것을 강압적으로 요구하자 그에 대한 답글인데 이 문건은 미국독립 200주년을 기념한 '古文書비밀해제'로 120년 만에 세상에 햇볕을 보게 되었다.
당시 피어스 대통령은 추장 시애틀의 편지에 감복한 나머지 이 지역을 '시애틀'이라고 명명했으니 캐나다 접경도시 태평양 연안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시애틀 市>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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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사랑 2008-02-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라울당드레지 님 대단하십니다.

글쓰신 내공이 깊네요..

라몬 2008-02-26 09:52   좋아요 0 | URL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고 그냥 감상에만 그친 점이 있네요. 제대로 된 글을 쓰려 항상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야구의 추억 - 그의 141구는 아직도 내 마음을 날고 있다
김은식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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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아름답다. 실패한 사랑의 아픔일지라도. 아련한 옛 추억의 야구가 여기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야구는 재미있다. 9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에서도 역전타나 역전 홈런이 나온다. 힘든 노동에 시달린 많은 사람들은 야구를 통해 울고 웃는다.

그런 책이 여기에 나왔다. <야구의 추억>이 바로 그런 책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야구와  야구인의 정신을 말한다.

선수 한명 한명에 자신의 생각을 투영한다. 내 경우에는  이미지로서 형성되었다.골수 삼성팬인 나로선 헐크 이만수,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양신 양준혁으로 대표되는 화끈한 타격팀으로서의 삼성을 사랑한다.물론 불멸의 유격수 유중일, 야구천재 강기웅, 안타제조기 장효조 같은 뛰어난 타자와 함께한 삼성 야구의 추억이었기에 더 강렬한 것이었다. 물론 이 책은 여러 구단 선수의 야구정신과 뒷얘기를 들려준다.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내가 이를 갈면서 꼭 이기고 싶어했던 해태타이거즈를 이기는 날에는 내가 이긴 것마냥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야구팬이라면 한번 일독을 권한다. 그리고 고된 일을 마치고, 야구장에 가서 목청껏 자신의 팀과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해 보는 것도 자신의 <야구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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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프로야구 개막 카운트다운에 해가 뜨고 지는 2월입니다!
야구 관련 도서를 즐겨 읽으시는 분들을 찾아다니다 들어왔습니다.:)
찌질하고 부조리한 삶은 이제 모두 삼진 아웃! 국내최초의 문인야구단 구인회에서 우익수로 뛰고 있는 박상 작가가 야구장편소설 <말이 되냐>로 야구무한애정선언을 시도합니다.
야구 소설도 읽고, 야구 경기도 보고, 소설가가 시구까지 하는 야빠 대동단결 이벤트에 참여해 보세요.
인터넷 교보와 알라딘, 인터파크, yes24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