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누구나 한 번쯤 - 결혼 이후의 사랑 이별 너머의 성장
보영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사랑 누구나 한 번쯤- 결혼 이후의 사랑 이별 너머의 성장

보영 (지은이) | 헤르츠나인 | 2015-11-25


 홍대 근처에 작은 커피숍이 하나 있다.

 홍대 전철역 4번 출구와 8번 출구 중간쯤에 있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바로 보이는 건물 2층이다.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인테리어의 여타 커피숍과는 달리 너저분하다. 가끔 높게 쌓인 원두 박스가 출입구를 떡하니 막고 있기도 하다. 바닥에 빵부스러기 몇 개쯤 떨궈도 티도 나지 않는 그 어수선함이 좋다.

 이 커피숍의 이름은 “코끼리 탈출하다”이다.

 가끔 이곳에 간다.

 그 곳에서 이 책, “그 사랑, 누구나 한 번쯤”의 작가를 만났다.


 작가와는 가끔 만나면 반갑게 수다를 나누는 친구다. 이혼이라는 경험을 했다는 동질감도 있을 것이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애를 하는 것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여름, 보영작가는 내게 “나 조만간 책 나온다.”고 했었다.

 그리고 지난 번 만났을 때 이 책을 한 권 받았다.

 흰색 표지에는 나무 한 그루와 빨간 옷을 입은 남녀, 그리고 역시 빨간색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예쁜 그림인 줄 알았는데 사진이라고 한다.


 아담한 판형, 제법 두툼한 책을 건네받았다.

 제목 앞에 작은 크기로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결혼 이후의 사랑, 이별 너머의 성장”


 집에서 내가 주로 책을 읽는 공간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는 게 꽤 유용하다.

 역시 화장실에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서문을 읽다가 책을 도로 덮었다. 왠지 화장실에서 냄새 풀풀 풍기며 읽기 미안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잔잔한 음악을 틀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장만 넘겼다.

 콧등이 찡했고, 피식 웃음이 흘렀으며,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내가 알던 보영작가의 고운 얼굴, 큰 눈과 화사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뒤에 이런 아픔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책장을 덮고 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적나라하구먼.”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그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안겨준 사람도 있었고, 또 다른 행복을 알려준 이도 있었다. 


 내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엄마와 헤어진 지 십년이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십년 세월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아파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는 법을 배웠고, 상처를 잘 덮어두는 방법도 배웠다. 가족들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어 안심시키는 요령도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십년이 지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시간만 지나갔을 뿐이다.

 들여다보면 그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아직도 아프기만 하고, 가족들 특히 이제 고등학생이 될 딸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아이 문제로 가끔 통화하는 아이엄마에게는 여전히 아주 딱딱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언젠가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후배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이혼한 뒤의 삶이 이렇다는 걸 알았다면 난 아마 이혼하지 않았을 거야. 누구도 나에게 이혼을 하고 나면 얼마나 아픈지, 괴롭고 힘든지 말해주지 않았거든.

 하긴, 말을 해준다고 알 수 있겠니? 겪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의 작가는 그 고통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왔을까?

 이제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이건 결국 내가 보영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뜻일 게다. 그리고 그런 공감을 통해 내가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경험을 쌓아간다는 의미일 게다.


 이런 공감 끝에 작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이젠 늘 행복하세요.”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함께 눈물 흘리며 그렇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은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114페이지 “나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살고 싶지 않다.”

 언제부턴가 쉽게 먹는 인스턴트 음식에 너무 익숙해졌다. 정성스러운 밥상, 정갈하고 맛깔 나는 그런 밥상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잊지는 않아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 소중하게 밥상을 준비해야겠다.


 138페이지 “잠시지만 내 곁에 살다 간 위대한 여인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진정한 사랑은 너처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캄캄한 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작은 촛불이 된다. 이제 “진정한 사랑은 나처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155페이지 “그런데도 실패했다면 그건 내 운명이다. 인정하고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참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면 아프고 힘들지라도 상처는 받지 말아야 한다. 억울해하는 것조차 억울할 뿐이다. 차라리 받아들이고 덜 아파하자. 언젠가 그 아픔이 행복으로 바뀔지도 모르니까...


 193페이지 “남자가 울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눈길을 확 잡아 끈 여섯 글자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참 울음에 인색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이혼할 때도 찔끔 눈물 몇 방울로 대신했을 뿐이다.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을 때도 있다. 이제는 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슬프고, 그래서 더 이 짧은 문장이 내 가슴을 때린다.


 236페이지 “세상에는 분명 선한 끝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천국을 보았다
이븐 알렉산더 (지은이) | 고미라 (옮긴이) | 김영사 | 2013-04-08 | 원제 Proof Of Heaven (2012년)

 

한 달 전쯤 셀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그 책은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무척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 난다는 의미다. 죽음 이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책은 무척 지루했고 재미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내 생각과 일치했다. 나 역시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며 내세나 영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라는 제목의 이븐 알렉산더가 쓴 책에서는 위의 경우와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뇌 전문가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시작한 어느 날, 이븐 알렉산더는 극심한 통증 끝에 혼수상태에 빠져서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저자는 죽음과 다름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인공호흡기를 이용해서 숨을 쉬고는 있지만 그 외의 모든 신체반응은 아무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죽은 듯 일주일이 흘러간다. 더구나 그의 뇌는 아예 정지상태가 되어 버린다. 아마 가족의 동의가 있었다면 그대로 ‘사망’을 선고하고 절차를 밟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는 상태인 셈이다.
이 시간동안 저자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일주일 만에 깨어난 저자는 빠르게 신체기능을 회복하게 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일주일간 자신의 경험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을 검토하여 이 책을 출간하게 된다.

 

핵심은 이것이고, 이 이야기의 앞뒤로 저자의 어린 시절, 성장과정, 결혼,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는 경우는 말 그대로 죽었다 깨어난 사람을 말한다. 일단 쉽지 않은 경험이기에 그들의 말은 믿을 수도,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경험은 뇌의 착각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려 애쓴다.

 

이 책의 저자가 경험한 죽음은 어땠을까?
우선 육체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공간을 초월한 이동을 이야기한다. 땅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어둠의 상태에서 갑자기 아주 밝은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한다.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닌,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대화를 한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책의 말미에는 그 대화상대가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친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생김을 묘사할 수는 없지만 나를 사랑하는 엄청난 존재, 신을 보았다는 것...
대략 이 정도가 저자가 ‘죽어 있었던 일주일 동안’ 경험했던 것들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저자의 삶을 바꾸게 된다. 저자는 철저하게 과학적 데이터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의사이고 간혹 보게 되는 ‘임사체험’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천만분의 일’ 수준의 발병률을 가진 희귀한 상황에서 일주일간 뇌사상태를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죽음 이후를 믿게 되었으며 자신의 경험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무척 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지금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유독 이런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 일 것이다.’
‘~ 듯 했다.’
‘~의 의미~’
‘~를 깨닫게 된다.’
‘~느껴진다.’
‘~것처럼‘
‘~ 싶었다.’
‘~아니었을까?’
‘~ 같았다.’ 

 

이런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어려울 때 많이 사용하는 말들이다. 물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명확한 실체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죽음 이후의 경험은 사실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경험한 일주일간의 뇌사상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 바로 그것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든다. 저자 역시 이러한 의구심을 의식한 모양이다. 책 곳곳에서 ‘죽은 것과 같은 상황’, ‘적어도 뇌의 활동에 의한 착각이나 환상은 아닌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일단 무척 재미있다.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런 통증으로 쓰러진 남자가 일주일간 생사를 오간 이야기니 긴박감이 있고 슬퍼하고 아파하는 가족이 있으며 그를 살리려는 의료진의 노력이 있다. 당연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죽음 이후를 경험했다고 하니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역자가 번역을 잘 했는지 문장도 매끄러워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는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일주일간의 죽은 상태’라는 주장은 공감할 수 없다. 어쨌든 저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고 의료진의 도움으로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를 계속 받고 있었으므로...
의학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식 없이 장비에 의존해 숨을 쉬는 뇌사 상태,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이들의 모습은 많이 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죽음 이후’에 대한 경험담은 나를 설득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어쨌든 그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는 ‘죽음과 같은 상태’에 있다가 돌아온 것이지 실제 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앞서 소개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정말 죽음 이후를 설명하려면 죽은 사람이 직접 설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나 역시 이에 동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죽음 이후를 믿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을 믿고 있고, 신, 영혼의 존재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븐 알렉산더의 체험담이 또 다른 체험과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죽음 이후가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개개인의 신념이 아닐까? 죽음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에게는 그 믿음을 응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처럼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는 사람은 다른 이유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나름대로의 응원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의 박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린 파월의 실전 리더십
콜린 파월 & 토니 콜츠 지음, 남명성 옮김 / 샘터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여전히 아메리칸드림이 유효하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나라일까?
2013년 현재 미국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미국의 기준을 표준이라고 들이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표준은 공정하지 않다. 그리고 너무나도 지독하게 돈으로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금융제국이 조금씩 삐걱대는 파열음을 듣게 된다.
미국으로 이민 간 친척들은 치과 치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적어도 내가 어릴 적 듣던 꿈꿀 수 있는 나라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얼까?

 

어쩌면 미국은 아주 심각할 정도로 자국우선주의, 아니 어쩌면 지독한 국수주의로 똘똘 뭉친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그런 미국이 여전히 강대국인 이유를 내 나름대로 말하자면, 누구나 원하면 미국의 시민이 될 수 있는 원칙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재 미국이라는 나라는 말 그대로 온 세상 모든 인종들이 다 모여 구성하고 있다. 나 역시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만 충족할 수 있다면 언제든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전 세계에 미국시민이 될 수 있는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이야 말로 미국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펼쳐든 책, <콜린 파월의 실전 리더십>의 저자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군인인 콜린 파월 역시 이민자 출신이다. 그의 부모는 미국으로 이민을 했고, 그 역시 청년 시절에는 허드렛일을 하던 이민 2세대일 뿐이었다. 더구나 그는 육군사관학교 출신도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대학인 뉴욕시립대학을 다녔고, 그곳에서 ROTC로 군인의 길에 들어선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미국의 군, 정계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 게다가 그는 흑인이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 역시 흑인이다. 바로 이것이 지금의 미국이 여전히 힘을 갖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콜린 파월이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느낀 가장 큰 특징 하나.
이 책에서 저자는 자기가 무조건 옳다고 큰소리치지 않는다. 책 앞머리에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며 거기에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나 역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슬로건,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자신이 겪은, 아니 미국과 미국의 정치적 우방과 적국들이 겪은 역사적 사실들을 들이대며 이야기한다.
그 자신이 이 원칙들을 적용하며 군 생활을 했고, 정치를 했으며 국제무대에서도 활동했다고 하니 어설프게 개인이나 작은 공동체 수준에서 겪은 경험을 갖고 반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인물들로는 감히 맞대볼 수조차 없는 이름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미국의 대통령, 의회의원부터 세계 각국의 정상들, 영국왕실, 사우디의 왕까지 말이다. 게다가 그의 선택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것들이었다.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벌인 전쟁, 소말리아 내전 같은 엄청난 인명 살상을 불러온 비극에서부터 나라 사이의 외교적인 사건까지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입장에서는 저자의 경험이 워낙 거대한 것들이라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저자 역시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 자신도 실수를 했었으며 매일이 두렵다고 했고 잘못된 선택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오히려 웬만한 정치, 첩보물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엄청난 일을 책임져야 하고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서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과연 얼마나 클까?
그런데 그가 그런 일을 하면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준 것들은 모두 우리가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들이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책 내용 중에는 한국 사람인 내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책을 마무리하는 뒤쪽에서는 ‘이런 내용을 꼭 넣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점, 더불어 옛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것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값은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첫 번째 문장은 이것이다.
“당신 행동의 이유가 당신의 외부에 존재한다면 그건 이유가 아니라 핑계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왜 이 일을 했어?”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이유를 나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라는 말이다. 잘못된 일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아야 할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는다면 그건 ‘내가 했지만 내 탓이 아냐’라고 말하려는 핑계일 뿐이다.
또 하나.
전장에서 지휘관이 있어야 할 자리는?
정답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

 

글쎄...
내가 뚜렷하게 리더라는 자리,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부리면서 성과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자리를 차지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내 성격 자체가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만일 내가 그런 자리에 앉아야 한다면 그 땐 이 책을 꺼내서 다시 한 번 꼼꼼이 읽어보게 될 것 같다.

 

아! 한 가지 쬐금 재수 없는 점.
저자 스스로 자신이 너무도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알고 있고 그런 점에 어마어마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걸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자부심.
재수 없다고 표현한 건 어쩌면 부러움일 테고, 그런 자부심 가질만한 사람이라는 건 인정해야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부자가 20청춘에게 - 세계 최고의 CEO들이 젊은이에게 전하는 성공비법
명로진 지음 / 아이엠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돈"이라는 놈은 있으면 있을수록 세상 살기 편해진다.

옛날에는 땅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 광에 얼마나 많은 쌀을 쌓아두었는가가 부의 척도였었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돈"으로 환치된다. 땅? 쌀? 건물? 아니다. "돈"이면 된다. 게다가 긴급한 필요가 생길 때면 "돈"을 갖고 있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

지갑이 두둑하면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어깨가 쳐진다.

예전에 2년제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다섯 명 정도씩 조를 편성해서 한 학기동안 인터넷 마케팅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제시한 수업진행 방법은 이런 거였다.

“각자 알아서 주제를 하나 정해 한 학기동안 완성한다. 만일 수업시간에 진행한 프로젝트로 단 돈 한 푼이라도 벌어오면 무조건 A+이다. 돈을 벌지 못한 조는 기말 평가 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학급 동료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모든 조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조별로 마련된 모금함에 학생 개개인이 생각하는 가치만큼 돈을 넣는다. 모인 돈의 액수에 따라 학점을 결정한다.”

결국 수업 목표는 딱 하나였다.

“돈이 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라.”

생각보다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가 높았다.

실제로 "돈"을 벌어온 조도 있었고,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온갖 아이디어가 난무했다.

가끔 “무슨 수업을 돈으로 평가하느냐?”는 다른 교수, 강사들의 핀잔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가장 만족도 높은 수업이라는 평을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살면서 한 번도 "돈"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초, 중, 고등학교를 거쳐 2년제 대학, 편입을 통해 4년제 대학과 대학원까지 지나는 동안 수없이 배운 많은 과목 중에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수업은 없었다.

아니, 학교라는 신성한 곳에서 "돈"이라는 속물을 입에 담는 건 금기! 라는 공공연한 룰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 때 수없이 들었던 말은 이런 거다.

“공부 열심히 해라. 그러면 돈이고 여자고 다 따라온다.”

그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그렇게 말을 했고, 배우는 사람도 그 말을 믿거나 최소한 믿는 척하며 시간을 보냈다.

언젠가부터 재테크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내 기억에 재테크 관련 책 중에서 가장 크게 히트했던 책은 아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그 시리즈를 모두 읽었고 꽤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 외에도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부자 경제학을 위시한 몇 권부터 주식에 관한 책도 읽었고 좀 더 폭 넓게 알고 싶다는 생각에 경제, 경영관련 도서도 읽어 보았다.

하지만 책에서 만나는 "돈" 이야기는 실체가 없다. 그런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여전히 내 주머니는 가난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돈"에 대해 고민한 내 결론은 이거다.

"돈" 자체는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돈이 그토록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돈" 그 자체의 힘이 아니라 "돈"이라는 매개체에 대해 사회구성원이 갖는 믿음 때문이다.

흔하게 듣는 말은 이런 거다.

“무인도에 갈 때 절대 가져갈 필요 없는 것이 바로 돈이다.”

맞다.

사실 "돈"이라는 매개체가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유명했던 어떤 나라에서는 한 때 휴지를 사기에 "돈"이 너무 많이 필요해서 휴지를 사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밑을 닦는 게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고,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 불과 몇 년 만에 맥주 한 잔을 살 정도로 "돈" 가치가 하락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돈"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사회구성원의 신뢰다. 그 말은 그 사회가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내 손에 쥐고 있는 "돈"에 대해 내 주위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만큼의 믿음은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돈"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돈만 갖고 있으면 언제든 내가 필요한 무언가를 이 돈과 바꿀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먹을거리를 해결할 수 있고, 추우면 옷을 살 수 있다. 결국 돈을 갖고 있으면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그 무엇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

이제는 그 돈마저 실물이 아닌 통장에 찍힌 숫자로 갈음되고 우리는 플라스틱 쪼가리로 해결한다. 그 플라스틱 쪼가리의 이름은 신용카드다.

신용... 믿음...

이게 우리가 "돈"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근원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돈"을 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누군가 나에게 "돈"지불한다는 것은 적어도 그 "돈"의 액면가, 그 이상의 가치를 내게서 가져갈 수 있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그것이 공산품일 수도 있고, 서비스일 수도 있다. 때로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말 몇 마디일 수도 있다. 가수는 노래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농부는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대주고, 제조업자는 생산을 통해 물건을 제공한다. 그 모든 거래는 당연히 "돈"으로 이루어진다.

눈에 보이든, 귀에 들리든 상관없이 다른 이에게 가치를 건네주면 상대방은 나에게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한다.

"돈"을 번다는 것은 바로 가치와의 교환을 의미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다.

서론이 아주 많이 길었다.

이 책 “20부자가 20청춘에게”는 명로진 작가의 2013년 첫 책이라고 한다.

서른 권 넘는 책을 써온 명로진 작가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스무 명의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무 명의 부자는 워낙 유명한 이들이다. 우리가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부자들, 그들의 "돈"에 대한 철학을 풀어낸 책이다.

“리자청, 조지 소로스, 조앤 롤링, 리처드 브랜슨, 오프라 윈프리, 이병철, 존 록펠러, 정주영, 앤드류 카네기, 마쓰시타 고노스케, 칼리 피로리나, 이본 취나드, 하워드 슐츠, 잭 웰치,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스티브 잡스, 스티브 김, 손정의, 샘 월튼“이 20대 청춘에게 이야기한다는 의미다.

사실 부자 수준을 넘는 엄청난 부를 갖게 된 이들은 부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전설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첫 번째 특징은 스스로 부를 일군 사람들이다.

부모 잘 만나서 어마어마한 부를 물려받은 이들이 아니라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을 겪으며 스스로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모아 구성했다.

우리나라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옛 속담을 실천하고 증명한 이들의 이야기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개천에서 나서 용으로 승천한 사람들이 많고, 지금도 여전히 용으로 날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부자가 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은가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무 명의 부자들 중에서 마치 지도를 보고 가듯 똑같은 길을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서 부를 일군 사람은 없다.

매일 매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스스로를 갈고 닦은 사람도 있고, 그냥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했더니 "돈"이 따라왔다는 이도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통해 성공한 지독한 승부사도 있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도 있고, 그냥 자신의 일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충실하게 살아온 이들도 있다.

돈벌레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돈을 번 사람도 있고 때로는 악랄한 이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

"돈"을 벌고 난 후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토록 어렵게 번 "돈"을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한다. 기부단체를 설립한 이도 있고, 직접 기부한 사람도 있다. 최첨단 과학에 투자하거나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사업을 한다.

멋지다. 이게 부자가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 그토록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에 그들은 그 "돈", 그 피같고 금쪽같은 "돈"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다.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5단계에 의하면 부자들은 가장 높은 단계인 <자아실현>의 단계에 해당하는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 것일 게다.

그들의 <자이실현>욕구는 1단계 생리적 욕구나 2단계 안전에 대한 욕구조차 위협받는 이들에게 그 최소한의 욕구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는 것 아닐까?

이 책에서도 꽤 많은 곳에 밑줄을 그었다.

그 중에서 지금 딱 떠오르는 것...

이 책에서 말하는 20대 청춘들뿐만 아니라 부자를 꿈꾸고, 성공을 꿈꾸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싶은 모두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당장 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열아홉번째로 소개한 부자 손정의 편에 나오는 말이다.

[“끝에서 시작해서 다시 앞으로 가라” 인생에서 원하는 목표를 먼저 만들어 놓고 거기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가만있어보자. 내 목표가 무엇이더라?

그게 무엇이었든 이 책을 덮으며 목표 하나 추가한다.

“부자가 되자. 돈 때문에 불편해지는 삶은 이제 그만 끝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공감 진솔한 교감 -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장 프레젠테이션 스토리
석훈 지음 / 마인드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유쾌한 공감 진솔한 교감 -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장 프레젠테이션 스토리

석훈 (지은이) | 마인드북스 | 2012-11-28

작가의 친필 사인을 담아 책을 들고 왔다.

노란색 간지에 진짜 간지나는 작가의 친필 사인이다!

사실 이 책을 펼쳐들기 전까지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그냥 적당한 프리젠테이션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다. 표지에 흰색으로 쓰인 [PRESENTAION]이라는 글자 때문이리라.

저자 석훈은 현재 농협생명에서 근무 중이며, 사내외 강의도 하고 외부 강사 섭외도 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전문가다.

이 책에서는 프리젠테이션 요령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파워포인트 캡쳐 화면은 절대 등장하지도 않는다.

맨 마지막 장의 [깨알같은 어드바이스]에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쇼 중에 쓸 수 있는 단축키 [b]와 [w] 만 알려준다.

작가 자신의 현장 강의 경험을 살려, 많은 사람 앞에서 특정 주제로 일정한 시간동안 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집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처음 강의라는 걸 했던 게 1990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여학생 한 명 달랑 앞에 앉혀놓고 사시나무 떨듯 떨어가며 이야길 했다.

여학생은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들고 온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를 따라 건네주기까지 했다.

결국 30분도 못 채우고 뛰쳐나간 기억이 난다.

그렇게 강의라는 걸 시작한지 벌써 20년을 훨씬 넘겨버렸다.

간간히 읽었던 강의 기법 관련 책들이 몇 권 있었다.

조벽 교수의 책부터, 제법 유명한 외국 번역서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읽은 책에서 나도 모르게 많은 부분을 배웠고, 지금 강의에서 써먹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유쾌한 공감 진솔한 교감]은 두껍지 않아 읽는 데에도 큰 부담이 없다.

게다가 저자의 경험담이 마치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했다.

강의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제법 효과가 좋은 습관들...

우선, 나는 강의를 할 때, 무조건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다. 아무리 늦어도 삼십분 전에는 도착한다.

배가 고파도 강의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강의실에는 꼭 수강생보다 먼저 들어간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수강생 자리에도 앉아본다.

나는 강의를 하면서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한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강의 시작 전 강사 소개를 할 때, 가장 멀리 있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한다.

강의 중에는 수강생 몇 명과는 꼭 눈을 맞춘다.

강의가 끝나면 모든 수강생이 강의장을 빠져나간 후에 제일 마지막으로 나가며 강의실 문을 닫는다.

이 중 몇가지는 상황에 따라 지켜지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꼭 하는 습관이다.

막연하게나마 이런 게 어떻게든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자료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이런 습관들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저자에게 땡큐~ 인사를 날려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강사의 본분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강사는 "필요한 것을 찾아서 전달하는 사람"이다.

필요한 것을 얼마나 잘 찾는지,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정말 잘 전달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수강생들이 잘 전달받아서 챙겨 가는지... 이 모든 것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챙기는 것이 바로 강사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몇 군데 밑줄을 그었다.

딱 두가지만 적어보자면...

86페이지에서 난 이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하지만 잘 모르면 잘 모른다고 말해야 한다. ‘모른다.’라고 하면 크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만 사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강사 입장에서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건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이 말을 당당하게 하는 데에는 거의 십년이 걸린 것 같다. 그 말을 내뱉으며 머릿속은 아득해졌는데...

정말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강생들이 화를 내지도, 강의가 끝나버리지도 않았고 심지어 강의 후 "좋은 강의 고맙습니다." 인사까지 받았다. 솔직한 게 최고다.

마지막으로 196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참가자들은 보다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전 대학 강의를 주로 할 때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참 많이 했었다.

"여러분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저는 얼마가 되었든 강의료를 받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돈을 사용하는 모든 집단에서 돈을 지불하는 쪽은 갑이라는 위치를 갖습니다.

돈을 냈으므로 만족스러운 강의를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강사는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그만큼 강의를 해야 하고요.

물론 강의를 열심히 들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원래 계약에서 갑은 을이 수행할 업무를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이 책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나도 대략 두어시간 정도만에 다 읽었다.

만일 대중 앞에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처음 맞닥뜨린 이가 있다면...

이 책은 분명 우황청심환보다 좋은 효과를 내줄 것이다.

내가 붙인 이 책의 별명!

우왕!!!청심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