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누구나 한 번쯤 - 결혼 이후의 사랑 이별 너머의 성장
보영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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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 누구나 한 번쯤- 결혼 이후의 사랑 이별 너머의 성장

보영 (지은이) | 헤르츠나인 | 2015-11-25


 홍대 근처에 작은 커피숍이 하나 있다.

 홍대 전철역 4번 출구와 8번 출구 중간쯤에 있는 골목길로 접어들면 바로 보이는 건물 2층이다.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인테리어의 여타 커피숍과는 달리 너저분하다. 가끔 높게 쌓인 원두 박스가 출입구를 떡하니 막고 있기도 하다. 바닥에 빵부스러기 몇 개쯤 떨궈도 티도 나지 않는 그 어수선함이 좋다.

 이 커피숍의 이름은 “코끼리 탈출하다”이다.

 가끔 이곳에 간다.

 그 곳에서 이 책, “그 사랑, 누구나 한 번쯤”의 작가를 만났다.


 작가와는 가끔 만나면 반갑게 수다를 나누는 친구다. 이혼이라는 경험을 했다는 동질감도 있을 것이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연애를 하는 것에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여름, 보영작가는 내게 “나 조만간 책 나온다.”고 했었다.

 그리고 지난 번 만났을 때 이 책을 한 권 받았다.

 흰색 표지에는 나무 한 그루와 빨간 옷을 입은 남녀, 그리고 역시 빨간색의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예쁜 그림인 줄 알았는데 사진이라고 한다.


 아담한 판형, 제법 두툼한 책을 건네받았다.

 제목 앞에 작은 크기로 이런 글이 적혀 있다. “결혼 이후의 사랑, 이별 너머의 성장”


 집에서 내가 주로 책을 읽는 공간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는 게 꽤 유용하다.

 역시 화장실에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서문을 읽다가 책을 도로 덮었다. 왠지 화장실에서 냄새 풀풀 풍기며 읽기 미안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잔잔한 음악을 틀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놓고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장만 넘겼다.

 콧등이 찡했고, 피식 웃음이 흘렀으며,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내가 알던 보영작가의 고운 얼굴, 큰 눈과 화사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뒤에 이런 아픔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책장을 덮고 난 이렇게 중얼거렸다.

 “적나라하구먼.”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그들이 이 책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그녀에게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안겨준 사람도 있었고, 또 다른 행복을 알려준 이도 있었다. 


 내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엄마와 헤어진 지 십년이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십년 세월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아파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는 법을 배웠고, 상처를 잘 덮어두는 방법도 배웠다. 가족들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어 안심시키는 요령도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십년이 지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시간만 지나갔을 뿐이다.

 들여다보면 그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아직도 아프기만 하고, 가족들 특히 이제 고등학생이 될 딸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아이 문제로 가끔 통화하는 아이엄마에게는 여전히 아주 딱딱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언젠가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는 후배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만일 이혼한 뒤의 삶이 이렇다는 걸 알았다면 난 아마 이혼하지 않았을 거야. 누구도 나에게 이혼을 하고 나면 얼마나 아픈지, 괴롭고 힘든지 말해주지 않았거든.

 하긴, 말을 해준다고 알 수 있겠니? 겪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의 작가는 그 고통의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왔을까?

 이제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감정에 공감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이건 결국 내가 보영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뜻일 게다. 그리고 그런 공감을 통해 내가 살아가기 위한 또 다른 경험을 쌓아간다는 의미일 게다.


 이런 공감 끝에 작가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이젠 늘 행복하세요.”

 다른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함께 눈물 흘리며 그렇게 사랑과 행복을 전하는 작가가 되길 바란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그은 구절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114페이지 “나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살고 싶지 않다.”

 언제부턴가 쉽게 먹는 인스턴트 음식에 너무 익숙해졌다. 정성스러운 밥상, 정갈하고 맛깔 나는 그런 밥상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잊지는 않아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 소중하게 밥상을 준비해야겠다.


 138페이지 “잠시지만 내 곁에 살다 간 위대한 여인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진정한 사랑은 너처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캄캄한 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작은 촛불이 된다. 이제 “진정한 사랑은 나처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155페이지 “그런데도 실패했다면 그건 내 운명이다. 인정하고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참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의 원인이 내가 아니라면 아프고 힘들지라도 상처는 받지 말아야 한다. 억울해하는 것조차 억울할 뿐이다. 차라리 받아들이고 덜 아파하자. 언젠가 그 아픔이 행복으로 바뀔지도 모르니까...


 193페이지 “남자가 울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눈길을 확 잡아 끈 여섯 글자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참 울음에 인색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이혼할 때도 찔끔 눈물 몇 방울로 대신했을 뿐이다. 가끔은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고 싶을 때도 있다. 이제는 우는 것도 연습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슬프고, 그래서 더 이 짧은 문장이 내 가슴을 때린다.


 236페이지 “세상에는 분명 선한 끝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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