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천국을 보았다
이븐 알렉산더 (지은이) | 고미라 (옮긴이) | 김영사 | 2013-04-08 | 원제 Proof Of Heaven (2012년)

 

한 달 전쯤 셀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었다. 그 책은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무척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 난다는 의미다. 죽음 이후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 책은 무척 지루했고 재미없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내 생각과 일치했다. 나 역시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며 내세나 영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라는 제목의 이븐 알렉산더가 쓴 책에서는 위의 경우와 정반대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뇌 전문가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죽음 이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시작한 어느 날, 이븐 알렉산더는 극심한 통증 끝에 혼수상태에 빠져서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으로 실려 가게 된다. 그로부터 일주일간 저자는 죽음과 다름없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인공호흡기를 이용해서 숨을 쉬고는 있지만 그 외의 모든 신체반응은 아무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죽은 듯 일주일이 흘러간다. 더구나 그의 뇌는 아예 정지상태가 되어 버린다. 아마 가족의 동의가 있었다면 그대로 ‘사망’을 선고하고 절차를 밟아도 아무런 무리가 없는 상태인 셈이다.
이 시간동안 저자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일주일 만에 깨어난 저자는 빠르게 신체기능을 회복하게 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일주일간 자신의 경험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의 체험담을 검토하여 이 책을 출간하게 된다.

 

핵심은 이것이고, 이 이야기의 앞뒤로 저자의 어린 시절, 성장과정, 결혼,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는 경우는 말 그대로 죽었다 깨어난 사람을 말한다. 일단 쉽지 않은 경험이기에 그들의 말은 믿을 수도,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다. 그래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경험은 뇌의 착각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려 애쓴다.

 

이 책의 저자가 경험한 죽음은 어땠을까?
우선 육체의 한계가 없기 때문에 공간을 초월한 이동을 이야기한다. 땅속에 갇혀 있는 것 같은 어둠의 상태에서 갑자기 아주 밝은 공간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한다.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닌, 느낌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대화를 한다. 그 상대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책의 말미에는 그 대화상대가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친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생김을 묘사할 수는 없지만 나를 사랑하는 엄청난 존재, 신을 보았다는 것...
대략 이 정도가 저자가 ‘죽어 있었던 일주일 동안’ 경험했던 것들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저자의 삶을 바꾸게 된다. 저자는 철저하게 과학적 데이터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의사이고 간혹 보게 되는 ‘임사체험’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가 ‘천만분의 일’ 수준의 발병률을 가진 희귀한 상황에서 일주일간 뇌사상태를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죽음 이후를 믿게 되었으며 자신의 경험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무척 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지금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유독 이런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 일 것이다.’
‘~ 듯 했다.’
‘~의 의미~’
‘~를 깨닫게 된다.’
‘~느껴진다.’
‘~것처럼‘
‘~ 싶었다.’
‘~아니었을까?’
‘~ 같았다.’ 

 

이런 표현은 정확한 표현이 어려울 때 많이 사용하는 말들이다. 물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명확한 실체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죽음 이후의 경험은 사실 나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자가 경험한 일주일간의 뇌사상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 바로 그것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든다. 저자 역시 이러한 의구심을 의식한 모양이다. 책 곳곳에서 ‘죽은 것과 같은 상황’, ‘적어도 뇌의 활동에 의한 착각이나 환상은 아닌 상태’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일단 무척 재미있다. 어느 날 아침, 갑작스런 통증으로 쓰러진 남자가 일주일간 생사를 오간 이야기니 긴박감이 있고 슬퍼하고 아파하는 가족이 있으며 그를 살리려는 의료진의 노력이 있다. 당연히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죽음 이후를 경험했다고 하니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역자가 번역을 잘 했는지 문장도 매끄러워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는 이 책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겠다.


하지만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일주일간의 죽은 상태’라는 주장은 공감할 수 없다. 어쨌든 저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고 의료진의 도움으로 생명 유지를 위한 치료를 계속 받고 있었으므로...
의학적으로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식 없이 장비에 의존해 숨을 쉬는 뇌사 상태,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이들의 모습은 많이 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죽음 이후’에 대한 경험담은 나를 설득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어쨌든 그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다. 그는 ‘죽음과 같은 상태’에 있다가 돌아온 것이지 실제 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앞서 소개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정말 죽음 이후를 설명하려면 죽은 사람이 직접 설명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나 역시 이에 동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죽음 이후를 믿지 않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음 이후의 또 다른 삶을 믿고 있고, 신, 영혼의 존재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븐 알렉산더의 체험담이 또 다른 체험과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죽음 이후가 존재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개개인의 신념이 아닐까? 죽음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에게는 그 믿음을 응원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처럼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믿는 사람은 다른 이유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고 그 나름대로의 응원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갖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의 박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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