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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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침대와 책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 웅진지식하우스

'나는 언제부터 책을 읽었을까?' 내가 지나온 시간을 조금씩 살펴보았다.
문득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대략 대여섯 살, 혹은 예닐곱 살 언저리였을 것이다. 친척 집에 놀러갔었던 모양이다.
책꽂이에서 서유기를 보곤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 있는데 삼촌이 자꾸 옆에서 밥을 먹으라고 말을 건다. 대답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대꾸도 하지 않고 읽고 있으니까 책 읽는 나를 그대로 들어서 밥상 앞에 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책을 읽었다. 어린이 동화용으로 나온 책이니 아무리 글이 많다고 해도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밥숫가락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잘 해서 성적을 올리면 으레 무슨 무슨 전집, 위인전 뭐 이런 걸 선물로 받곤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가끔 나는 책을 읽으면서 모험을 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한발 내딛는 느낌으로 책 표지를 펼친다.
그 책에는 평소에 내가 궁금해 하던 세상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나는 활자속에서 그 비밀을 찾는 모험을 하는 것이다.

요 몇 년 새 나는 제법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문학, 심리학, 진화론 분야의 책에 주로 손이 간다.
읽다보면 해답은커녕 오히려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에 한숨이 나올 때도 있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게 되기도 한다.
평소에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던 의문들, 딱히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뭣해서 그냥 묻어두고 있던 것들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만날 때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게다가 그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저자에게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침대와 책"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를 배열해서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의 저자는 라디오 PD라고 한다. 매일 밤마다 졸음에 겨워 견딜 수 없는 그 순간까지 침대 속에 파묻혀서 책을 읽는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줄거리를 적어야 한다거나 책을 읽은 느낌을 나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맞는 말인데 나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그다지 심각하게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사실이 나를 당황하게 한다.
'나도 어지간히 선입견에 사로잡혀 사는 놈이구나.'라는 생각도...

저자는 자신의 감정과 책에서 만난 문장을 치환한다.
자신의 감정을 구구절절이 나열하지 않고 자신이 읽었던 책의 문장을 빌려온다.
기쁠 때, 슬플 때, 상사에게 깨지고 났을 때, 친구가 힘들어할 때, 사랑하고 싶을 때, 술마시고 싶을 때, 그리고 그냥 살아가면서 그저 그런 날...
그 모든 날들, 그 모든 감정을 다른 작가의 글을 빌어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전마저 같은 방법으로 찾아낸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저자의 표현력은 참 인상적이다.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표현은 이거다.
"나는 그를 아연이라 부른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아연으로 부른다고 했다. 이유는 그녀가 읽었던 책 <백년의 고독>에 나오는 문장 때문이다.
"그는 뻬뜨라 꼬떼스의 침실 지붕을 아연판으로 덮어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솟아오르곤 하던 그녀에 대한 깊은 친밀감을 오롯하게 맛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마꼰도에 최초로 아연판을 가져온 사람이 되었다."

아연판과 사랑하는 사람을 연결 짓는 <백년의 고독>이나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연'이라는 호칭을 선사하는 저자나 참 상상력이 대단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궁금증은 일지 않았다.
꽤나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음에도 내 눈길은 그 책의 제목이 아니라 그 책에서 저자가 선택한 문장에 머물렀다.
그리고 저자만의 '문장 활용법'에서 언뜻 보이는 감수성이 부러웠다.
아마 저자는 무척 예민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감수성이 이 책 곳곳에서 저자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드러난다.

낭중지추, 송곳은 주머니에 감추어도 뚫고 나온다고 하던가?
'침대와 책'에서 드러나는 그녀만의 날카로운 송곳에 찔린 무디기만 한 내 감수성이 아파한다.
나의 무딘 감수성에 통증을 선물한 저자의 송곳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앞으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나는 저자를 송곳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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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미래 -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이다!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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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화의 미래 - 홍춘욱 / 에이지21 

우리는 언제나 부자를 꿈꾼다.
오늘보다 더 많은 돈을 벌 내일을 꿈꾸고, 멋진 집과 그만큼 그럴듯한 자동차를 상상한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종종걸음을 걷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밤을 꼬박 새고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한다.
그 돈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바로 그 돈 때문에...

우리는 학교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
국어, 수학, 영어, 철학, 지리, 사회, 도덕, 윤리, 미술, 음악, 체육, 기술, 가사...
참 많이도 배웠다. 돈 버는 것 빼고는 전부... 

학생시절,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열심히 공부만 하면 대학가서 예쁜 애인이 생기는 줄 알았고, 대학 졸업하면 취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를 하면 평생 그에 대한 보답을 받으며 그렇게 살 것처럼 배워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예쁜 애인은 생기지 않았고,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어도 취직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때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원화의 미래]는 우리나라 돈인 '원'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돈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상품거래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돈인 원화가 세계 시장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과거에는 어땠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한다.

왜 미국의 주식이 흔들리면 우리나라에서는 오두방정을 떠는지, 왜 국제유가가 흔들거리면 주식시장이 엉덩이에 불붙은 강아지마냥 발광을 하는지...
금값이 미친 듯이 치솟는 이유는 뭐고, 우리가 왜 매일 달러환율에 대한 뉴스를 꼬박꼬박 들어야 하는지
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2019년, 원화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예상을 담고 있다. 이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원화의 십년 후'가 설득력이 있는 것은 단순하게 저자의 바람을 담은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저자가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다.
저자는 1997년의 IMF에서 촉발된 대한민국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빼먹지 않고 점검한다. 

더불어 747공약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공약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언급을 하고 분석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제대로 경제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저자가 나 같은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써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그다지 까다롭거나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전문용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꽤 어려운 자료가 인용되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책 말미에 별도로 해설 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본문을 읽다가 번호 표시가 된 부분이 나오면 바로 바로 뒤편의 해설을 찾아 읽었다. 그러다보니 번거롭기도 했고, 책을 읽는 흐름이 끊겨서 더디기는 했지만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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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반전 지식의 반전 1
존 로이드 & 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 해나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지식의 반전(The Book of General Ignorance) 존 로이드/존 미친슨, 이한음 - 해나무 

친구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이 책을 집어 들고 왔다. 산만해 보이는 표지 이미지는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지식, 혹은 황당한 사실들을 그려 넣은 것이다.
지식의 반전은 모두 이백삼십가지의 잡다하거나 중요한 지식, 상식, 사실들을 나열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짤막하게 구성되어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제목으로 한 페이지, 길어도 세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들고 다니면서 부담 없이 책장을 펼칠 수 잇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목 ‘지식의 반전’이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살면서 상식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을 모조리 뒤집어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만리장성이 우주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공 구조물이라고 알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 산이고, 달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모두가 틀렸다고 말한다. 심지어 태국의 수도는 방콕이 아니란다.

정말 그럴까?


이 책에 의하면 그렇다. 그리고 그 모든 답을 함께 실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쓴 저자가 영국인이라 영국에 관한 이야기와 영국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황당한 질문 하나.
지구상에서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동물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건, 인간을 죽음에 몰아넣은 동물을 말하는 것이다. 과연 무엇일까?
지금까지 죽은 인간의 절반 정도가 이 동물에 희생당했다고 한다. 약 450억명을 죽인 이 동물은 바로 모기이다.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아쉽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벨’은 아니다. 피렌체의 안토니오 메우치라는 사람이 발명을 하고 특허도 받았지만 특허갱신료 10달러가 없어서 놓쳤다는 것이다.

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에 따라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다. 재미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업무와 관계있느냐를 기준으로 볼 수도 있겠다.
‘밥벌이에 도움이 되는 책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책’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어떤 쪽에 해당될까?
‘밥벌이와는 전혀 관계없는’ 상식과 사실로 꽉 채워진 책이 아닐까?

이런 기준은 어떨까?
‘술자리에서 흥미를 북돋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 이 기준을 적용하자면 제법 그럴듯한 책일 것이다.
또는 ‘모르는,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한 책’으로도 그만이다.
술자리에서 그닥 할 말이 없을 때, 또는 소개팅으로 나가서 만난 상대와 그다지 이어나갈 이야깃거리가 없을 때 불쑥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지구상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어딘지 아세요?” - 리투아니아, 세계 평균의 세배가 넘는 나라이고 신경정신과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지루함 때문에 자살한다는 스웨덴은 20위에도 들지 못한다.

“바이올린의 줄을 만드는 재료가 뭔지 아세요?” - 고양이 창자는 아니고(이런 루머가 있나보다.), 실제로는 양의 창자라고 한다.
“에디슨의 발명 중에서 영어 사용자가 매일 몇 번씩 쓰는 것은 무엇일까요?” - Hello, 이 단어는 에디슨이 ‘그레이엄 벨’의 전화기를 검사하다가 이 단어가 제법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도 잘 들린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 전에는 당연히 Hello가 없었고 훌루(hullo), 할루(Halloo) 와 같은 말들이 쓰였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어이’ 정도가 될까?
이 정도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낚시가 되어줄 것 같다.

어려서부터 당연한 사실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명쾌하게 깨지는 충격도 꽤 즐겁다. 역시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런 무수히 많은 ‘모르는 것,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중에서 이백삼십가지는 해결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얼마나 알아야만 하는 걸까?
몰라도 사는 데에 지장 없는 것들은 알 필요가 없는 걸까? 머언 옛날 우리의 조상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해 아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내가아는 것이 사실인지도 궁금하지만 내가 무엇을 얼마나 알아야 할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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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세상에 답하다 -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이야기
김원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 세상에 답하다 - 김원익 / 바다출판사
-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 이야기 

2년 전 쯤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었던 책이 있다.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로널드 B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플롯을 모두 스무가지로 정리했다. 이렇게 스무가지의 플롯이 인간이 관심을 갖고 받아들이게 되는 키워드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중복되는 주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희생자와 희생, 사랑과 금지된 사랑 플롯은 작가 나름대로 구분을 한 이유는 있지만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에 대한 리뷰에서 뜬금없이 엉뚱한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는 모두 열아홉 가지의 주제를 놓고 신화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열아홉 가지 주제는 앞서 언급한[~ 스무 가지 플롯]과 상당히 유사하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의 부제는 이렇다.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 이야기’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도, 우리 인생에 조언을 해주는 것도 대강 스무 가지 정도의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는 말일까? 

추구 / 모험 / 추적 / 구출 / 탈출 / 복수 / 수수께끼 / 라이벌 / 희생자 / 유혹 / 변신 / 변모 / 성숙 / 사랑 / 금지된 사랑 / 희생 / 발견 / 지독한 행위 / 상승과 몰락

 

이 책의 저자, 김원익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는 엉뚱하게 신화에 푹 빠져서 십년을 살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강의를 하고 온갖 신화 관련 서적을 집필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그걸로 먹고 살라는 보장은 없는 모양이다.

앞서 [~ 스무 가지 플롯]의 주제를 나열했으니 이번에는 이 책의 목차를 살펴봐야겠다.

들어가는 말
<출생의 비밀> 영웅의 출생은 무언가 특별하다.
<아버지 찾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원초적 욕망.
<형제 갈등> 피할 수 없는 필생의 라이벌.
<알파걸> 여자,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서다.
<팜므 파탈>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
<사랑> 비극적 사랑이 아름답다.
<우정>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목.
<희생> 왜 여자만 희생양이 되는가.
<탐욕>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질투> 질투는 우리 모두의 힘.
<복수> 복수는 꿀처럼 달콤하다.
<오만> 인간이여, 너 자신을 알라.
<근친상간> 비극을 부르는 원시적 욕망.
<간통> 배신인가 사랑의 자유인가.
<금기>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
<술>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수수께끼> 관문을 뚫기 위한 통과의례.
<납치>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폭력.
<변신> 변신의 본질은 변모에 있다.
나가는 말
참고문헌

주욱 나열하고 보니 앞서 언급한 [~ 스무가지 플롯]과 같은 것도 있고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본문을 살펴보면 정말 닮았다.
다른 점은 [~ 스무가지 플롯]은 이야기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 책은 각 주제 별로 신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하는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한번쯤은 읽어봤을 책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접했던 책들은 나이에 맞게 적당히 각색하고 빼고 더한 것들이라 원전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그 수없이 많은 신들과 그 이름, 그리고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신들의 능력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설령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무수한 신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유명한 몇 몇 신의 이름은 다 들어봤을 것 아닌가?
아폴로, 제우스, 아프로디테... 심지어 동일한 신인데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니 신명사전(神名事典)을 만든다고 해도 정신없을 것 같다.

이 책에도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신들의 가치관과 인간의 가치관은 정말 다른 것 같다.
신들의 사랑놀이, 근친상간, 질투와 복수... 이런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이건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고,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심한 신들의 행각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재미도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리고 밑줄 그을 문장도 제법 많다. 읽는 내내 내 손에서는 빨간색 볼펜이 떠나지 않았다.
배배 꼬인 내 인생에 적당한 격려도 되고 인생은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볼만한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 내 삶이 재미없다면 다른 사람의 삶이라도 들여다보면서 즐겁게 살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가 모두 이 책에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사내들은 어릴 적부터 어깨동무를 하고 개구쟁이 짓을 하며 의리를 찾을까?
왜 딸아이들은 한번쯤 ‘난 커서 아빠와 결혼할테야!’라고 폭탄 선언을 하는지...
왜 모든 남자들은 벌거벗은 여자의 유혹에 번번이 지고 마는지...
서툰 한국말로 TV카메라 앞에서 떠듬거리는 입양아는 왜 그토록 애절하게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는지...
왜 남자들은 항상 야망을 품어야 하고, 왜 여자들은 번번이 사랑보다 돈 가진 남자를 진실하다고 착각하는지...
무협지는 항상 ‘아버지의 원수! 내 칼을 받아랏’하고 외치는 주인공이 필요한지...

이 책은 이런 모든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신화에서 찾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신화에서 번번이 그 답을 가져온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대설화, 중국의 옛적 이야기들은 참으로 서양의 그것들과 닮았다. 어쩌면 그건 인류 모두가 머언 옛날에 같은 사건을 경험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맞게 각색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동서양의 전설들도 비슷하다. 아니, 너무도 닮았다. 어쩌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스무 가지 안팎으로 요약되는 인간사라면 이런 말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인생 뭐 있어? 다 똑같은 거지...”

언제부턴가 책을 읽으면서 오타나 오기를 발견하면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도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다.

13P. [아버지도 활쏘기의 명수라서 얻음(얻은) 이름이...]
189P. [동쪽으로 가던 태양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 동쪽으로 가던 태양이 방향을 바꾸면 서쪽으로 가야 할 텐데 말이다.
220P. [신의 자리를 탐낸 벨로로폰] - 바로 다음 줄에 벨레로폰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많지는 않다.
오타가 두 개, 잘못된 문장이 하나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부분을 만나면 조금은 아쉽다. 살짝 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말이다. 다음 번 인쇄때에는 바로잡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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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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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이만교 / 그린비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筆)살기]

얼마 전, 평소에 글쓰기와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시는 M선생님께서 급작스레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이런 좋은 책을 왜 이제야 봤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제법 두툼한데다가 앞부분의 내용이 자꾸 눈 밖으로 벗어나려 해서 손이 가지 않았지만 M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분하게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후 내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글쓰기란 정말 어려운 거구나.’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이런 말도 하고 싶다.
‘글쓰기는 진짜 매력적인 것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고 공감하게 된 내용은 이런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쓴 거니 똑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대략 이렇다.

"제 대학시절 꿈은 시인이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아름다운 시어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중년의 대기업 간부로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양복입은 남자가 이렇게 말을 한다면, 사실 그의 꿈은 [시인]이 아닐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그의 꿈을 다시 풀어보면 이렇게 된다.
"제 꿈은 '대학시절에는 시인이 꿈이었다'고 말하면서 안정된 대기업에서 넥타이메고 생활하는 남자, 그러면서 가끔 술안주 삼아서 '나도 꿈은 멋진 시인이었거든'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누구나 꿈은 이루어진다.
그 꿈이 무엇이든 그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말이 오로지 진실이 아닐 것이며, 그의 내면에 드리워진 꿈의 실체를 접근해가서 확인하면 사실 그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서 [작가]라고 말할 수 없고, 지금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으면서 [피아니스트]가 꿈일 수는 없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라.


자신의 내면에서 속삭이는 진실한 꿈의 모습을 들여다 보라.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내 꿈은 작가야." 라고 말을 하면서 가끔 생각날 때 끄적거리는 흉내를 내는 사람]이 꿈인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 글을 읽고 내 자신이 참 많이 부끄러웠다.

나는 밤을 새우며 글도 쓰고 일도 한다. 그리고 TV프로 중에서 관심 있는 걸 찾아서 다시보기로 감상한다. 가끔 일본 드라마도 보고 종종 쇼핑몰 사이트를 뒤적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을 한다.

나의 꿈을 위에 적은 방식으로 다시 바꾸어보면 대략 이렇게 될 것 같다.

밤에 잠 설쳐가며 열심히 내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해 일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일본 드라마도 보고, 가끔 야동도 보고, 사람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송년회랍시고 폭탄주도 몇 잔 걸치는 사람..., 그러면서 남들에게는 [내 꿈은 작가야. 그 꿈을 위해 밤도 새가며 열심히 일을 하지.]라고 뻥을 치는 사람..., 돈 없다고 절절 매면서도 사실 돈 버는 일을 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

이 책은 참으로 꼼꼼하게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예문을 제시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읽고 차이점을 찾고 느끼게 해준다.
가끔은 너무 친절해서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읽는 이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글쓰기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또 하나 이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부분은 이런 내용이다.

“결국 글쓰기는 ‘경험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주제를 구현’하는 일이다.”

나도 종종 글을 쓰다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 경험을 솔직하게 써서 재미도 없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글을 쓰는 게 옳은 것일까? 아니면 적당한 과장과 축소를 통해서 재미와 의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을 한다.

“작가가 실제 경험을 했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의 두께도 두툼해서 쉽게 펼치기도 망설여지지만 내용도 쉽게 쓱쓱 읽어나갈 책은 분명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한 손에 빨간 볼펜을 잡고 놓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내 눈길을 끌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면 여지없이 밑줄을 죽죽 그었다.
앞으로 이 책을 몇 번 더 읽게 될 것 같다.
밑줄 그은 부분을 만나면 조금 고민도 해가면서 그렇게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을 하는 것과 닮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말을 할 때는 억양과 몸짓, 표정으로 또 다른 의미를 만들 수도 있고 실제 입으로 나오는 말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그럴 수 없다. 온전히 종이 위의 글자로만 소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고자 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의 내용과 함께 얼굴 표정, 몸짓에 해당하는 모든 추임새가 포함되어야 한다. 또는 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온전히 글로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이 책이 내게 알려준 것이다.
어려운 것이구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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