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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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이만교 / 그린비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筆)살기]

얼마 전, 평소에 글쓰기와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시는 M선생님께서 급작스레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이런 좋은 책을 왜 이제야 봤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제법 두툼한데다가 앞부분의 내용이 자꾸 눈 밖으로 벗어나려 해서 손이 가지 않았지만 M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분하게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후 내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글쓰기란 정말 어려운 거구나.’
한 마디만 더 하자면 이런 말도 하고 싶다.
‘글쓰기는 진짜 매력적인 것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에 띄고 공감하게 된 내용은 이런 것이다.
생각나는대로 쓴 거니 똑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대략 이렇다.

"제 대학시절 꿈은 시인이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아름다운 시어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중년의 대기업 간부로 근무하며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양복입은 남자가 이렇게 말을 한다면, 사실 그의 꿈은 [시인]이 아닐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그의 꿈을 다시 풀어보면 이렇게 된다.
"제 꿈은 '대학시절에는 시인이 꿈이었다'고 말하면서 안정된 대기업에서 넥타이메고 생활하는 남자, 그러면서 가끔 술안주 삼아서 '나도 꿈은 멋진 시인이었거든'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누구나 꿈은 이루어진다.
그 꿈이 무엇이든 그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말이 오로지 진실이 아닐 것이며, 그의 내면에 드리워진 꿈의 실체를 접근해가서 확인하면 사실 그의 꿈은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글을 쓰지 않으면서 [작가]라고 말할 수 없고, 지금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으면서 [피아니스트]가 꿈일 수는 없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라.


자신의 내면에서 속삭이는 진실한 꿈의 모습을 들여다 보라.
작가가 꿈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내 꿈은 작가야." 라고 말을 하면서 가끔 생각날 때 끄적거리는 흉내를 내는 사람]이 꿈인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 글을 읽고 내 자신이 참 많이 부끄러웠다.

나는 밤을 새우며 글도 쓰고 일도 한다. 그리고 TV프로 중에서 관심 있는 걸 찾아서 다시보기로 감상한다. 가끔 일본 드라마도 보고 종종 쇼핑몰 사이트를 뒤적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을 한다.

나의 꿈을 위에 적은 방식으로 다시 바꾸어보면 대략 이렇게 될 것 같다.

밤에 잠 설쳐가며 열심히 내 꿈인 작가가 되기 위해 일한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일본 드라마도 보고, 가끔 야동도 보고, 사람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송년회랍시고 폭탄주도 몇 잔 걸치는 사람..., 그러면서 남들에게는 [내 꿈은 작가야. 그 꿈을 위해 밤도 새가며 열심히 일을 하지.]라고 뻥을 치는 사람..., 돈 없다고 절절 매면서도 사실 돈 버는 일을 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게으름뱅이.

이 책은 참으로 꼼꼼하게 글쓰기에 대한 다양한 예문을 제시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읽고 차이점을 찾고 느끼게 해준다.
가끔은 너무 친절해서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읽는 이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글쓰기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또 하나 이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부분은 이런 내용이다.

“결국 글쓰기는 ‘경험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주제를 구현’하는 일이다.”

나도 종종 글을 쓰다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 경험을 솔직하게 써서 재미도 없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글을 쓰는 게 옳은 것일까? 아니면 적당한 과장과 축소를 통해서 재미와 의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을 한다.

“작가가 실제 경험을 했는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책의 두께도 두툼해서 쉽게 펼치기도 망설여지지만 내용도 쉽게 쓱쓱 읽어나갈 책은 분명 아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한 손에 빨간 볼펜을 잡고 놓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내 눈길을 끌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장을 만나면 여지없이 밑줄을 죽죽 그었다.
앞으로 이 책을 몇 번 더 읽게 될 것 같다.
밑줄 그은 부분을 만나면 조금 고민도 해가면서 그렇게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을 하는 것과 닮아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것이다.
말을 할 때는 억양과 몸짓, 표정으로 또 다른 의미를 만들 수도 있고 실제 입으로 나오는 말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은 그럴 수 없다. 온전히 종이 위의 글자로만 소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고자 할 때는 하고 싶은 말의 내용과 함께 얼굴 표정, 몸짓에 해당하는 모든 추임새가 포함되어야 한다. 또는 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온전히 글로만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 한다.

 이 책이 내게 알려준 것이다.
어려운 것이구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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