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세상에 답하다 -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이야기
김원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신화, 세상에 답하다 - 김원익 / 바다출판사
-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 이야기 

2년 전 쯤 글쓰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었던 책이 있다.
풀빛 출판사에서 나온 로널드 B 토비아스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플롯을 모두 스무가지로 정리했다. 이렇게 스무가지의 플롯이 인간이 관심을 갖고 받아들이게 되는 키워드라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중복되는 주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희생자와 희생, 사랑과 금지된 사랑 플롯은 작가 나름대로 구분을 한 이유는 있지만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에 대한 리뷰에서 뜬금없이 엉뚱한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는 모두 열아홉 가지의 주제를 놓고 신화 속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열아홉 가지 주제는 앞서 언급한[~ 스무 가지 플롯]과 상당히 유사하다.

[신화, 세상에 답하다]의 부제는 이렇다.
‘인생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건네는 신화 이야기’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도, 우리 인생에 조언을 해주는 것도 대강 스무 가지 정도의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는 말일까? 

추구 / 모험 / 추적 / 구출 / 탈출 / 복수 / 수수께끼 / 라이벌 / 희생자 / 유혹 / 변신 / 변모 / 성숙 / 사랑 / 금지된 사랑 / 희생 / 발견 / 지독한 행위 / 상승과 몰락

 

이 책의 저자, 김원익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는 엉뚱하게 신화에 푹 빠져서 십년을 살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강의를 하고 온갖 신화 관련 서적을 집필한다고 한다. 역시 사람은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그걸로 먹고 살라는 보장은 없는 모양이다.

앞서 [~ 스무 가지 플롯]의 주제를 나열했으니 이번에는 이 책의 목차를 살펴봐야겠다.

들어가는 말
<출생의 비밀> 영웅의 출생은 무언가 특별하다.
<아버지 찾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원초적 욕망.
<형제 갈등> 피할 수 없는 필생의 라이벌.
<알파걸> 여자,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서다.
<팜므 파탈>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
<사랑> 비극적 사랑이 아름답다.
<우정> 인간의 가장 고귀한 덕목.
<희생> 왜 여자만 희생양이 되는가.
<탐욕>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질투> 질투는 우리 모두의 힘.
<복수> 복수는 꿀처럼 달콤하다.
<오만> 인간이여, 너 자신을 알라.
<근친상간> 비극을 부르는 원시적 욕망.
<간통> 배신인가 사랑의 자유인가.
<금기> 깨기 위해 존재하는 것.
<술>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수수께끼> 관문을 뚫기 위한 통과의례.
<납치> 가부장제의 뿌리 깊은 폭력.
<변신> 변신의 본질은 변모에 있다.
나가는 말
참고문헌

주욱 나열하고 보니 앞서 언급한 [~ 스무가지 플롯]과 같은 것도 있고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본문을 살펴보면 정말 닮았다.
다른 점은 [~ 스무가지 플롯]은 이야기의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이 책은 각 주제 별로 신화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등장하는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 한번쯤은 읽어봤을 책이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접했던 책들은 나이에 맞게 적당히 각색하고 빼고 더한 것들이라 원전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그 수없이 많은 신들과 그 이름, 그리고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신들의 능력에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설령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무수한 신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유명한 몇 몇 신의 이름은 다 들어봤을 것 아닌가?
아폴로, 제우스, 아프로디테... 심지어 동일한 신인데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하니 신명사전(神名事典)을 만든다고 해도 정신없을 것 같다.

이 책에도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신들의 가치관과 인간의 가치관은 정말 다른 것 같다.
신들의 사랑놀이, 근친상간, 질투와 복수... 이런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이건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고,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심한 신들의 행각이 책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재미도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리고 밑줄 그을 문장도 제법 많다. 읽는 내내 내 손에서는 빨간색 볼펜이 떠나지 않았다.
배배 꼬인 내 인생에 적당한 격려도 되고 인생은 그다지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아볼만한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 내 삶이 재미없다면 다른 사람의 삶이라도 들여다보면서 즐겁게 살라는 이야기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가 모두 이 책에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왜 사내들은 어릴 적부터 어깨동무를 하고 개구쟁이 짓을 하며 의리를 찾을까?
왜 딸아이들은 한번쯤 ‘난 커서 아빠와 결혼할테야!’라고 폭탄 선언을 하는지...
왜 모든 남자들은 벌거벗은 여자의 유혹에 번번이 지고 마는지...
서툰 한국말로 TV카메라 앞에서 떠듬거리는 입양아는 왜 그토록 애절하게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는지...
왜 남자들은 항상 야망을 품어야 하고, 왜 여자들은 번번이 사랑보다 돈 가진 남자를 진실하다고 착각하는지...
무협지는 항상 ‘아버지의 원수! 내 칼을 받아랏’하고 외치는 주인공이 필요한지...

이 책은 이런 모든 ‘왜?’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신화에서 찾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신화에서 번번이 그 답을 가져온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고대설화, 중국의 옛적 이야기들은 참으로 서양의 그것들과 닮았다. 어쩌면 그건 인류 모두가 머언 옛날에 같은 사건을 경험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맞게 각색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동서양의 전설들도 비슷하다. 아니, 너무도 닮았다. 어쩌면 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스무 가지 안팎으로 요약되는 인간사라면 이런 말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인생 뭐 있어? 다 똑같은 거지...”

언제부턴가 책을 읽으면서 오타나 오기를 발견하면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도 몇 가지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다.

13P. [아버지도 활쏘기의 명수라서 얻음(얻은) 이름이...]
189P. [동쪽으로 가던 태양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동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 동쪽으로 가던 태양이 방향을 바꾸면 서쪽으로 가야 할 텐데 말이다.
220P. [신의 자리를 탐낸 벨로로폰] - 바로 다음 줄에 벨레로폰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많지는 않다.
오타가 두 개, 잘못된 문장이 하나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부분을 만나면 조금은 아쉽다. 살짝 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말이다. 다음 번 인쇄때에는 바로잡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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