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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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 빠담, 파리 - 양나연 (지은이) / 시아출판사 

양나연 작가의 빠담 빠담, 파리를 읽었다.
작가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그녀는 잘 나가는 개그작가다.
바보상자 앞에서 넋 놓고 앉아 있는 시청자들에게서 웃음을 유발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
생일날, 집 앞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경험은 분명 고통스러운 것이었을 게다. 그런 사고를 겪고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보통 심리적으로 극단의 경험을 하면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에게는 ‘생일날 집 앞에서 겪은 공포’가 변화의 매개가 되었나 보다. 

대접받는 개그작가, 인기 있는 코너, 가족과 친구들...
이런 것들은 분명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그녀의 새로운 선택에 걸림돌이 되고 올가미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그런 현실의 벽을 모두 타고 넘었다.
개그작가라는 직업을 벗어던졌고, 그와 함께 인기는 날아가 버렸다. 가족의 만류도 넘어선 그녀는 망설임 없이 프랑스로 날아갔다.
그것도 ‘관광 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겠다는 확고한 다짐과 함께...

난 사실 그녀가 프랑스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꽤 유명한 가이드로 살았던 일 년 보다 그녀의 그 결단이 부럽다.

떠난다는 것, 모두 버린다는 것, 그렇게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직업을 갖고 밥 벌어 먹고 살 결심을 하고 그걸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쩌면 말도 되지 않는 무모함일지 모르겠다.

그런 무모함, 그런 대담함, 그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결국 그녀가 말한 대로 그녀가 경험한 ‘죽음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때문이었을까?
그런 경험을 했기에 평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외침,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를 따라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책에는 그녀가 경험한 파리 가이드 1년을 상세하게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파리 가이드 활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며 통곡한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지내고 그녀는 초보 가이드에서 유명한 ‘강유미 가이드’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렇게 1년을 보낸 그녀는 또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파리 가이드 생활... 그 생활이 제법 몸에 익었을 것이고, 그냥 그대로 가이드로 살면 또 그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에 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또 다른 변화를 갈망했고, 처음 파리로 떠나던 날 모두 놓았던 것처럼 파리에서의 1년을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

책 내용 중에 ‘서른둘의 양나연이 서른셋의 양나연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구절이 있다. 멋지다. 자기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으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후회없이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만이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

양나연 작가는 그렇게 자신에게 ‘열심히 살아온 날들’을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그녀는 그에 대한 보답처럼 ‘사랑하는 사람’, ‘가족’, ‘아기’를 선물한 인연도 만나게 된다.
누구는 대한민국 땅덩어리 한 구석에서 맴을 돌며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살아가는데...
그녀는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시작한 인연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한민국 서울에서 결실을 맺는다. 실로 지구를 누비며 그렇게 인연이 이어진 것...

이제 아이엄마가 된 그녀, 양나연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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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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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복할까?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 별이 엄마 / 시아출판사

내 딸 수민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1학년 입학 후, 한 반에 자폐를 앓는 아이가 있었다. 말도 안통하고 혼자 노는 그 아이와 짝이 된 아이들은 일주일도 못 버티고 담임선생에게 짝을 바꾸어 달라고 했단다. 그러던 중 수민이가 그 아이와 짝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둘이 잘 어울렸었던가 보다. 어느 날 담임선생이 이런 말을 한다. "수민이가 재훈이하고 잘 어울리는데 당분간 짝을 바꾸지 않아도 될까요?"
두말하지 않고 그러라고 했다. 일학년 내내 수민이는 재훈이와 짝을 했다.

나중에 수민이에게 물었다. "재훈이랑 친해?"
신기하게도 재훈이는 수민이가 말을 걸면 대답을 한단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쳐다보거나 가끔 "응"하고 말을 하기도 한단다.
"재훈아. 연필은 입에 넣는 거 아냐."
"응. 연필은 입에 넣는 거 아냐."

나중에 재훈이 엄마를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하신다.
"수민이 덕분에 재훈이가 학교 가는 걸 좋아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2학년 올라갈 걱정을 하신다. 이제 1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3학년이 되었다. 2학년 때는 반이 나뉘어 만나지 못했는데, 3학년이 되고 보니 또 한 반이 되었다. 수민이가 먼저 담임선생에게 재훈이와 짝을 하겠다고 했단다.
그 날 집에 와서 수민이가 재훈이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한다.
"아빠, 재훈이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왜? 재훈이가 너 싫대?"
"아니, 내가 말을 걸어도 잘 대답도 안 해. 1학년 때는 안 그랬는데..."
"재훈이가 아픈 거 알지?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며칠 지나면 괜찮을 테니까 조금 기다려 봐."

3학년 여름방학 직전, 수민이는 재훈이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먼저 수민이에게 초대장을 건네주더란다.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를 주문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위에서 소개한 재훈이 때문이기도 했다. 

재훈이 엄마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민망할 정도로 내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수민이가 재훈이에게 잘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수민이가 잘 해주는 게 아니고, 둘이 친한 거죠. 마음 맞는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건데요. 뭘..." 

그런 재훈이 엄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재훈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수민이가 재훈이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까...
3학년이 되고 수민이와 한 반이 되어 기쁘단다. 재훈이도 수민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고 좋아하더란다. 

소아암에 걸려서 투병 중인 딸을 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딸의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살고 있다.
태어난 지 불과 일년여만에 발병을 해서 열한 살이 되었으니 십년이 넘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들어간 병원비 덕분에 살림은 거덜이 나고, 이제는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을 신청하려 했더니 정상적인 가정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부모가 있고, 아빠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는 지원 대상으로 선발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액이 얼마인지와 관계없이 말이다. 

이 친구는 요즘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에서 주는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자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데, 이제는 나라에서 쥐어주는 지원금 때문에 부부의 연을 끊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는 이 친구... 

이 친구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열한 살이 된 딸아이는 여전히 학교에 입학하지 못 하고 있다. 키와 몸무게는 내 딸 수민이의 초등학교 1학년 때와 비슷하다.
오랜 병 치료로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 했다. 기운이 없어 조금 멀리 산책이라도 나가려면 유모차를 타야 한다. 그리고 열한 살 여자아이가 유모차에 들어간다. 그만큼 왜소하다는 말이다.
그런 딸을 보며 이 친구는 다시금 주먹을 쥔다. 

"내가... 소원이 뭔지 알아? 우리 딸, 안 죽고 잘 커서, 이다음에 결혼식장에 손잡고 들어가는 거... 그게 내 소원이야."
언젠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평범하다는 것, 그냥 남들처럼 크고 남들처럼 사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이 친구를 떠올렸다. 

수민이가 백일이 지날 무렵부터는 내가 목욕을 담당했다.
매일 아이를 씻기고 나서 온몸 마사지까지 하고나면 거의 한 시간 넘는 시간이 걸린다.
수민이가 여섯 살이 되고, 아이 엄마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수민이 전신마사지는 끝을 맺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매일 수민이와 씨름하던 한 시간이 참 소중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덕분인지 수민이는 또래의 다른 여자 아이들에 비해 아빠하고 노는 걸 참 좋아한다. 

지나고 나서 하는 이야기이니 수민이와의 한 시간이 소중했다느니, 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솔직히 매일 한 시간씩 아이 씻기고, 마사지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땀이 뻘뻘 흐르고 기운이 쪽 빠진다.
게다가 어쩌다 하루 이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해야 하니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제법 되었을 게다.
나는 겨우 하루 한 시간, 아이 씻기고 돌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별이 엄마가 별이를 위해 들인 정성을 보니 이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이 책에서 별이 엄마는 이렇게 말을 한다. '닥치면 다 해요.'
맞다. 맞는 말이다. 나도 닥치고 보니 매일 한 시간씩 아이를 씻겼고, 시간이 흐르니 학부모가 되어서 아이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혼을 하고, 수민이와 둘이 남게 되니까 일찍 일어나서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어서 묶어주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했다. 물론 아이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이 투박한 손으로 아이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색색깔의 고무줄로 예쁘게 묶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닥치고 보니 다 해냈다. 

별이 엄마는 '닥치면 다 해요.'라는 말로 별이와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상상할 수 있다. 그 말을 하기까지 별이 엄마가 겪었을 고통의 시간들, 눈물의 나날들을 말이다.
감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수민이 목욕을 시키거나, 유치원 보내기 위해 머리를 묶어주는 따위의 육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정확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별이 엄마의 글 솜씨는 한 시간 반 동안 내 눈을 붙잡고 있었다. 

이 책은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별이 엄마는 이 책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볍고 명랑하게 말을 건넨다. 너무 무겁지 않게 편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냥 툭 뱉어낸 것 같은 말 한마디, 하지만 그 말을 하기까지 별이 엄마가 별이와 겪었을 고통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었다. 

별이 엄마가 지내온 그 시간과 별이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구절들이 있다.
무심한 듯 말하지만 정말 가슴을 때리는 문장들...

"별이에게 약을 먹였다. 그리고 나도 먹었다."

"그렇다. 그래도 웃는다."

"너보다 하루만 더 살수 있다면......"

별나라에서 지구를 방문한 별이...
별이에게 지구에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별이 엄마에게 언제나 행복한 날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항상 바쁘고 콩 튀듯 팥 튀듯 하는 별이 덕분에 별이 엄마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별이 엄마가 별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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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 보통 사람을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소설 창작의 비밀
프랜신 프로즈 지음, 윤병우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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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 프랜신 프로즈 / 윤병우 / 민음사 

나는 어릴 적부터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소설을 쓰고 싶었고, 시를 짓고 싶었다.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제법 책도 많이 읽는다는 소릴 들었고, 시화전에도 참여해봤으며 짧은 소설을 써보기도 했다.
살면서 조금씩 내 꿈과 멀어지는 걸 절감하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런 내게 글쟁이의 꿈을 다시금 꾸게 한 것은 내 딸 수민이었다.
"아빤 꿈이 뭐야?"라는 물음을 내게 던진 수민이...
나는 그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고, 그런 내게 "아빠 꿈은 언제 이루어지는 거야?"라는 또 다른 물음으로 내 가슴을 헤집어 놓았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고민을 해야 했고 무언가 하고 싶다는 열망을 되찾았다.
창작 강습을 듣기도 했고 작법과 관련된 책도 읽기 시작했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들춰보지 않았던 소설이며 시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매일의 짧은 일기 노릇을 하던 다이어리에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고민이 되는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쓴 글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뭐라고 할까?
어떻게 하면 보다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누군가의 추천? 혹은 어디에선가 본 서평일지 모르겠다.
프랜신 프로즈의 [소설,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주문을 했다.
제법 두툼한 이 책의 원 제목은 'Reading Like A Writer'이다.
책의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보다는 원제목이 훨씬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는 방법, 어떻게 읽고 고민해야 하는지, 더구나 글을 쓰는 입장에서 다른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게 쓰는 몇 백 줄의 그저 그런 문장보다 깊게 고민하고 고쳐 쓴 한 줄의 문장이 훨씬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스쳐가듯 몇 줄 적는 것보다 마치 정밀묘사를 하듯 세밀하고 꼼꼼하게 적은 글이 얼마나 함축적이고 감동을 주는지 이야기한다. 

더구나 책의 뒤에는 [소설 쓰기 두려운 날 읽기 좋은 책]의 목록을 몇 페이지에 걸쳐 빽빽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므로 여기에서 소개된 책은 모두 영미권 작가의 책이거나, 영어로 번역된 책이다. 

흔히 말하는 고전, 또는 좋은 책이라고 말할만한 작품에서 문장을 빌어와서 소개하고, 그 문장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진행된다.
소설을 쓰는 법, 적절한 단어, 표현의 선택, 아름답고 진실한 문장 하나, 인물의 창조, 대화의 본질, 세부 묘사, 등장인물의 한숨이나 미소, 작은 행동 하나까지 모두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장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모두 그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품의 문장을 통해서...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그 모든 자료들을 뒤졌을까? 
아니면 평소에 짬짬이 정리하고 모으는 습관이 이 책을 쓰게 만들었을까? 

이유가 무엇이든, 프랜신 프로즈는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말을 한다.
좋은 글을 쓰려거든 좋은 글을 읽어라. 

그냥 훑어보지 말고, 꼼꼼하게 읽고 세밀하게 분석하며 작가가 문장을 만든 이유, 그 숨은 뜻을 찾기 위해 고민하라. 

이 책은 그다지 재미있는 책이 아니다.
솔직히 지루하다. 읽고 있자니 좀이 쑤시고 하품도 나오며, 피곤한 상태에서는 그냥 눈이 슬슬 감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기위해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연습만큼 확실한 보험은 없구나.' 

언젠가 완성할 나의 책을 위해...
난 오늘도 다른 작가의 작품을 펼쳐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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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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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 웅진지식하우스

'나는 언제부터 책을 읽었을까?' 내가 지나온 시간을 조금씩 살펴보았다.
문득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대략 대여섯 살, 혹은 예닐곱 살 언저리였을 것이다. 친척 집에 놀러갔었던 모양이다.
책꽂이에서 서유기를 보곤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푹 빠져 있는데 삼촌이 자꾸 옆에서 밥을 먹으라고 말을 건다. 대답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재미있어서 대꾸도 하지 않고 읽고 있으니까 책 읽는 나를 그대로 들어서 밥상 앞에 앉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책을 읽었다. 어린이 동화용으로 나온 책이니 아무리 글이 많다고 해도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밥숫가락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공부를 잘 해서 성적을 올리면 으레 무슨 무슨 전집, 위인전 뭐 이런 걸 선물로 받곤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가끔 나는 책을 읽으면서 모험을 하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한발 내딛는 느낌으로 책 표지를 펼친다.
그 책에는 평소에 내가 궁금해 하던 세상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나는 활자속에서 그 비밀을 찾는 모험을 하는 것이다.

요 몇 년 새 나는 제법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문학, 심리학, 진화론 분야의 책에 주로 손이 간다.
읽다보면 해답은커녕 오히려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에 한숨이 나올 때도 있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게 되기도 한다.
평소에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던 의문들, 딱히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뭣해서 그냥 묻어두고 있던 것들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만날 때면 나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게다가 그에 대한 해답을 알려주는 저자에게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침대와 책"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를 배열해서 제목으로 삼은 이 책의 저자는 라디오 PD라고 한다. 매일 밤마다 졸음에 겨워 견딜 수 없는 그 순간까지 침대 속에 파묻혀서 책을 읽는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줄거리를 적어야 한다거나 책을 읽은 느낌을 나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맞는 말인데 나는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그다지 심각하게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사실이 나를 당황하게 한다.
'나도 어지간히 선입견에 사로잡혀 사는 놈이구나.'라는 생각도...

저자는 자신의 감정과 책에서 만난 문장을 치환한다.
자신의 감정을 구구절절이 나열하지 않고 자신이 읽었던 책의 문장을 빌려온다.
기쁠 때, 슬플 때, 상사에게 깨지고 났을 때, 친구가 힘들어할 때, 사랑하고 싶을 때, 술마시고 싶을 때, 그리고 그냥 살아가면서 그저 그런 날...
그 모든 날들, 그 모든 감정을 다른 작가의 글을 빌어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전마저 같은 방법으로 찾아낸다.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저자의 표현력은 참 인상적이다.
가장 내 눈길을 끌었던 표현은 이거다.
"나는 그를 아연이라 부른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아연으로 부른다고 했다. 이유는 그녀가 읽었던 책 <백년의 고독>에 나오는 문장 때문이다.
"그는 뻬뜨라 꼬떼스의 침실 지붕을 아연판으로 덮어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솟아오르곤 하던 그녀에 대한 깊은 친밀감을 오롯하게 맛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마꼰도에 최초로 아연판을 가져온 사람이 되었다."

아연판과 사랑하는 사람을 연결 짓는 <백년의 고독>이나 그 문장을 기억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연'이라는 호칭을 선사하는 저자나 참 상상력이 대단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읽은 책에 대한 궁금증은 일지 않았다.
꽤나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음에도 내 눈길은 그 책의 제목이 아니라 그 책에서 저자가 선택한 문장에 머물렀다.
그리고 저자만의 '문장 활용법'에서 언뜻 보이는 감수성이 부러웠다.
아마 저자는 무척 예민하고 날카롭게 벼려진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감수성이 이 책 곳곳에서 저자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드러난다.

낭중지추, 송곳은 주머니에 감추어도 뚫고 나온다고 하던가?
'침대와 책'에서 드러나는 그녀만의 날카로운 송곳에 찔린 무디기만 한 내 감수성이 아파한다.
나의 무딘 감수성에 통증을 선물한 저자의 송곳에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앞으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나는 저자를 송곳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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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미래 -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이다!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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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화의 미래 - 홍춘욱 / 에이지21 

우리는 언제나 부자를 꿈꾼다.
오늘보다 더 많은 돈을 벌 내일을 꿈꾸고, 멋진 집과 그만큼 그럴듯한 자동차를 상상한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새벽부터 종종걸음을 걷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밤을 꼬박 새고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한다.
그 돈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바로 그 돈 때문에...

우리는 학교에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다.
국어, 수학, 영어, 철학, 지리, 사회, 도덕, 윤리, 미술, 음악, 체육, 기술, 가사...
참 많이도 배웠다. 돈 버는 것 빼고는 전부... 

학생시절, 우리는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열심히 공부만 하면 대학가서 예쁜 애인이 생기는 줄 알았고, 대학 졸업하면 취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를 하면 평생 그에 대한 보답을 받으며 그렇게 살 것처럼 배워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예쁜 애인은 생기지 않았고,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어도 취직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때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원화의 미래]는 우리나라 돈인 '원'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단하게 돈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상품거래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의 돈인 원화가 세계 시장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과거에는 어땠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인지 이야기한다.

왜 미국의 주식이 흔들리면 우리나라에서는 오두방정을 떠는지, 왜 국제유가가 흔들거리면 주식시장이 엉덩이에 불붙은 강아지마냥 발광을 하는지...
금값이 미친 듯이 치솟는 이유는 뭐고, 우리가 왜 매일 달러환율에 대한 뉴스를 꼬박꼬박 들어야 하는지
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2019년, 원화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예상을 담고 있다. 이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말하는 '원화의 십년 후'가 설득력이 있는 것은 단순하게 저자의 바람을 담은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저자가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과거를 반추하는 것이다.
저자는 1997년의 IMF에서 촉발된 대한민국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빼먹지 않고 점검한다. 

더불어 747공약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공약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언급을 하고 분석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제대로 경제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저자가 나 같은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써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그다지 까다롭거나 어려운 내용은 없었다. 전문용어가 등장하기도 하고 꽤 어려운 자료가 인용되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책 말미에 별도로 해설 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본문을 읽다가 번호 표시가 된 부분이 나오면 바로 바로 뒤편의 해설을 찾아 읽었다. 그러다보니 번거롭기도 했고, 책을 읽는 흐름이 끊겨서 더디기는 했지만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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