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별이 엄마 지음 / 시아출판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행복할까?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 - 별이 엄마 / 시아출판사

내 딸 수민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1학년 입학 후, 한 반에 자폐를 앓는 아이가 있었다. 말도 안통하고 혼자 노는 그 아이와 짝이 된 아이들은 일주일도 못 버티고 담임선생에게 짝을 바꾸어 달라고 했단다. 그러던 중 수민이가 그 아이와 짝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둘이 잘 어울렸었던가 보다. 어느 날 담임선생이 이런 말을 한다. "수민이가 재훈이하고 잘 어울리는데 당분간 짝을 바꾸지 않아도 될까요?"
두말하지 않고 그러라고 했다. 일학년 내내 수민이는 재훈이와 짝을 했다.

나중에 수민이에게 물었다. "재훈이랑 친해?"
신기하게도 재훈이는 수민이가 말을 걸면 대답을 한단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쳐다보거나 가끔 "응"하고 말을 하기도 한단다.
"재훈아. 연필은 입에 넣는 거 아냐."
"응. 연필은 입에 넣는 거 아냐."

나중에 재훈이 엄마를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하신다.
"수민이 덕분에 재훈이가 학교 가는 걸 좋아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2학년 올라갈 걱정을 하신다. 이제 1학년 2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3학년이 되었다. 2학년 때는 반이 나뉘어 만나지 못했는데, 3학년이 되고 보니 또 한 반이 되었다. 수민이가 먼저 담임선생에게 재훈이와 짝을 하겠다고 했단다.
그 날 집에 와서 수민이가 재훈이에 대한 서운함을 이야기한다.
"아빠, 재훈이가 날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왜? 재훈이가 너 싫대?"
"아니, 내가 말을 걸어도 잘 대답도 안 해. 1학년 때는 안 그랬는데..."
"재훈이가 아픈 거 알지?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며칠 지나면 괜찮을 테니까 조금 기다려 봐."

3학년 여름방학 직전, 수민이는 재훈이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먼저 수민이에게 초대장을 건네주더란다.

[행복한 엄마 다른 별아이]를 주문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위에서 소개한 재훈이 때문이기도 했다. 

재훈이 엄마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민망할 정도로 내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수민이가 재훈이에게 잘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수민이가 잘 해주는 게 아니고, 둘이 친한 거죠. 마음 맞는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는 건데요. 뭘..." 

그런 재훈이 엄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재훈이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수민이가 재훈이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까...
3학년이 되고 수민이와 한 반이 되어 기쁘단다. 재훈이도 수민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고 좋아하더란다. 

소아암에 걸려서 투병 중인 딸을 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딸의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살고 있다.
태어난 지 불과 일년여만에 발병을 해서 열한 살이 되었으니 십년이 넘었다. 그동안 아이에게 들어간 병원비 덕분에 살림은 거덜이 나고, 이제는 나라에서 주는 보조금을 신청하려 했더니 정상적인 가정은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부모가 있고, 아빠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는 지원 대상으로 선발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액이 얼마인지와 관계없이 말이다. 

이 친구는 요즘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나라에서 주는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절박하다.
자식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는데, 이제는 나라에서 쥐어주는 지원금 때문에 부부의 연을 끊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는 이 친구... 

이 친구는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를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열한 살이 된 딸아이는 여전히 학교에 입학하지 못 하고 있다. 키와 몸무게는 내 딸 수민이의 초등학교 1학년 때와 비슷하다.
오랜 병 치료로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 했다. 기운이 없어 조금 멀리 산책이라도 나가려면 유모차를 타야 한다. 그리고 열한 살 여자아이가 유모차에 들어간다. 그만큼 왜소하다는 말이다.
그런 딸을 보며 이 친구는 다시금 주먹을 쥔다. 

"내가... 소원이 뭔지 알아? 우리 딸, 안 죽고 잘 커서, 이다음에 결혼식장에 손잡고 들어가는 거... 그게 내 소원이야."
언젠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 친구가 내게 한 말이다. 

평범하다는 것, 그냥 남들처럼 크고 남들처럼 사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행복인지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이 친구를 떠올렸다. 

수민이가 백일이 지날 무렵부터는 내가 목욕을 담당했다.
매일 아이를 씻기고 나서 온몸 마사지까지 하고나면 거의 한 시간 넘는 시간이 걸린다.
수민이가 여섯 살이 되고, 아이 엄마와 이혼을 하게 되면서 수민이 전신마사지는 끝을 맺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매일 수민이와 씨름하던 한 시간이 참 소중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 덕분인지 수민이는 또래의 다른 여자 아이들에 비해 아빠하고 노는 걸 참 좋아한다. 

지나고 나서 하는 이야기이니 수민이와의 한 시간이 소중했다느니, 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솔직히 매일 한 시간씩 아이 씻기고, 마사지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땀이 뻘뻘 흐르고 기운이 쪽 빠진다.
게다가 어쩌다 하루 이틀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 같은 시간에 해야 하니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제법 되었을 게다.
나는 겨우 하루 한 시간, 아이 씻기고 돌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별이 엄마가 별이를 위해 들인 정성을 보니 이건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다.
이 책에서 별이 엄마는 이렇게 말을 한다. '닥치면 다 해요.'
맞다. 맞는 말이다. 나도 닥치고 보니 매일 한 시간씩 아이를 씻겼고, 시간이 흐르니 학부모가 되어서 아이 공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혼을 하고, 수민이와 둘이 남게 되니까 일찍 일어나서 옷을 입히고 머리를 빗어서 묶어주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출근을 했다. 물론 아이 아침 식사도 거르지 않았다.
이 투박한 손으로 아이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색색깔의 고무줄로 예쁘게 묶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닥치고 보니 다 해냈다. 

별이 엄마는 '닥치면 다 해요.'라는 말로 별이와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난 상상할 수 있다. 그 말을 하기까지 별이 엄마가 겪었을 고통의 시간들, 눈물의 나날들을 말이다.
감히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수민이 목욕을 시키거나, 유치원 보내기 위해 머리를 묶어주는 따위의 육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지막 장을 덮고 보니 정확히 한 시간 반이 지났다. 별이 엄마의 글 솜씨는 한 시간 반 동안 내 눈을 붙잡고 있었다. 

이 책은 분량이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별이 엄마는 이 책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볍고 명랑하게 말을 건넨다. 너무 무겁지 않게 편하게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냥 툭 뱉어낸 것 같은 말 한마디, 하지만 그 말을 하기까지 별이 엄마가 별이와 겪었을 고통의 시간을 상상할 수 있었다. 

별이 엄마가 지내온 그 시간과 별이의 성장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띈 구절들이 있다.
무심한 듯 말하지만 정말 가슴을 때리는 문장들...

"별이에게 약을 먹였다. 그리고 나도 먹었다."

"그렇다. 그래도 웃는다."

"너보다 하루만 더 살수 있다면......"

별나라에서 지구를 방문한 별이...
별이에게 지구에서 생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별이 엄마에게 언제나 행복한 날들만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항상 바쁘고 콩 튀듯 팥 튀듯 하는 별이 덕분에 별이 엄마는 다이어트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별이 엄마가 별이에게 고마워해야 할 부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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