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빠담 빠담, 파리 - 양나연 (지은이) / 시아출판사 

양나연 작가의 빠담 빠담, 파리를 읽었다.
작가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그녀는 잘 나가는 개그작가다.
바보상자 앞에서 넋 놓고 앉아 있는 시청자들에게서 웃음을 유발하는 대가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
생일날, 집 앞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야 했던 경험은 분명 고통스러운 것이었을 게다. 그런 사고를 겪고 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보통 심리적으로 극단의 경험을 하면 변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에게는 ‘생일날 집 앞에서 겪은 공포’가 변화의 매개가 되었나 보다. 

대접받는 개그작가, 인기 있는 코너, 가족과 친구들...
이런 것들은 분명 그녀가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그녀의 새로운 선택에 걸림돌이 되고 올가미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그런 현실의 벽을 모두 타고 넘었다.
개그작가라는 직업을 벗어던졌고, 그와 함께 인기는 날아가 버렸다. 가족의 만류도 넘어선 그녀는 망설임 없이 프랑스로 날아갔다.
그것도 ‘관광 가이드’라는 직업을 갖겠다는 확고한 다짐과 함께...

난 사실 그녀가 프랑스에서 관광 가이드로 일을 했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꽤 유명한 가이드로 살았던 일 년 보다 그녀의 그 결단이 부럽다.

떠난다는 것, 모두 버린다는 것, 그렇게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 그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직업을 갖고 밥 벌어 먹고 살 결심을 하고 그걸 실제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어쩌면 말도 되지 않는 무모함일지 모르겠다.

그런 무모함, 그런 대담함, 그런 용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결국 그녀가 말한 대로 그녀가 경험한 ‘죽음 문턱까지 다녀온 경험’때문이었을까?
그런 경험을 했기에 평소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외침,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소리를 따라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책에는 그녀가 경험한 파리 가이드 1년을 상세하게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파리 가이드 활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 있었을 것이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며 통곡한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지내고 그녀는 초보 가이드에서 유명한 ‘강유미 가이드’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렇게 1년을 보낸 그녀는 또 다시 새로운 선택을 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파리 가이드 생활... 그 생활이 제법 몸에 익었을 것이고, 그냥 그대로 가이드로 살면 또 그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에 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또 다른 변화를 갈망했고, 처음 파리로 떠나던 날 모두 놓았던 것처럼 파리에서의 1년을 미련 없이 놓아버렸다.

책 내용 중에 ‘서른둘의 양나연이 서른셋의 양나연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구절이 있다. 멋지다. 자기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으려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 후회없이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만이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

양나연 작가는 그렇게 자신에게 ‘열심히 살아온 날들’을 선물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온 그녀는 그에 대한 보답처럼 ‘사랑하는 사람’, ‘가족’, ‘아기’를 선물한 인연도 만나게 된다.
누구는 대한민국 땅덩어리 한 구석에서 맴을 돌며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살아가는데...
그녀는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시작한 인연이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한민국 서울에서 결실을 맺는다. 실로 지구를 누비며 그렇게 인연이 이어진 것...

이제 아이엄마가 된 그녀, 양나연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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