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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노벨상 수상 작가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 <그랜드마더스>에서 우선 그랜드마더스와 러브 차일드를 읽었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은 두 이야기의 주제가 거의 같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 받은 인상은 사회 질서 체계 속에서 감추어진 개인의 욕망을 다룬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랜드 마더스가 이 주제에 좀 더 가깝다고 생각됩니다만), 이 이야기에서 발전한 러브 차일드에서 나온 제임스의 대사가 더 핵심인 것 같습니다.
- "있죠, 나는 나 자신의 삶을 살고 있지 않아요. 이건 나의 진짜 인생이 아니에요. 나는 이런 식으로 살지 말아야해요"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 불륜이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여러 방면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그 대사 뒤의 누구나 하기도 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불만이라는 작가의 해설은 어쩌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시각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어쩌면 모든 이야기의 소재가 이런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다른 이야기들은 역경을 뚫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을 다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 장애물에 도전할 수 없이 그냥 포기하면서 살아야하는 것이 보다 현실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합니다. 제 자신도 언제나 이런 생각과 아쉬움을 가지고 인생을 살고 있기에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주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한순간도 좋아하는 여자를 가슴에서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제임스의 모습이지만, 어느덧 그의 나이가 40대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의 사랑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제임스가 대프니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한 그가 그녀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강한 것은 그만큼 그 사랑에 대한 사회적 장애물이 강했기에 그토록 커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표지에 있는 저자에 대한 소개를 보면,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사상 문제를 다룬 작품을 썼다고 하는데, 제가 읽은 두 편의 경우는 이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런 주제를 단편에서는 다루기 힘들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도리스 레싱의 작품 중에서 좀 더 긴 호흡의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