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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엔 원년의 풋볼 (무선) ㅣ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4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평점 :
소설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만 알고 읽기 시작하였는데, 이야기의 초반은 무척 관념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였다. 특히 주인공의 친구가 매우 기괴하게 자살한 장면이나 소설 초반의 주인공의 행위 등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주인공의 동생 다카시가 주축이 되어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부터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었고, 나름대로 이야기의 의미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아직도 내 스스로가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였는 지는 확신은 없지만 내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 초반 주인공 친구의 자살이나 주인공 아내의 알콜중독 등은 전쟁에서 패전한 일본의 분위기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패망한 국가에서 과거의 폭동을 본딴 새로운 폭동이 발생하는 것, 특히 그 지역의 경제를 장악한 조선인에 대한 불만으로 폭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꾸준히 군국주의로 회귀를 꿈꾸거나 종군위안부 등의 문제에 불성실한 현 일본 체제의 민낯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폭동을 일으킨 다카시가 예전에는 지네도 처지하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인물이었지만, 그 후 누이동생을 임신시키고 자살까지 이끌게 되지만 아무런 도덕적 책임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물로 성장하였다는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를 이끄는 인물들의 본성이 비겁하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종반으로 가면서 폭동의 주체가 된 다카시의 만행은 주인공의 아내를 임신시키고 마을의 처녀를 강간하려다 살해하는 등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까지 진행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끝나게 되는데,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의 의미 역시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악행의 정도가 점차 심해지면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아무런 논리적 근거없이 자기 변호를 하는 다카시의 모습은 최근에 나타난 우리나라의 아직 청산되지 못한 적폐세력이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면서 최후의 발악을 하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오로지 자신들의 지난 악행을 덮고 비논리적이지만 억지로나마 이유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닮은 듯 하다.)
무척 난해한 소설이었지만, 국내외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세력들의 본질에 대해 약간이나마 알 수 있게 해주는 통찰을 주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