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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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좋아했지만 학창시절 이후 거의 접해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작가들의 목록이 있는데, 그 중 어슬러 K. 르귄의 벽은 가장 높다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시리즈물로 분량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르귄의 글을 모은 책을 발견하고 간단하게나마 그녀의 짧은 글들을 통해 SF에 대한 생각이나 문학에 대한 자세를 옃보면서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수박 겉핧기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대부분의 글이 서평인 것을 알게 되었고 대상 책을 거의 접해 보지 못했던 책들이라는 것을 알게되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통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에서 작품에 대한 정보나 줄거리를 거의 알 수 없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고 더구나 저자의 서문에 나와 있듯이 서평을 의뢰받은 책 중에는 작가가 좋아하지 않은 책도 제법 있어 간간히 영혼없는 글도 섞여 있는 듯하다.

 

여성 SF작가라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영역을 다룬 분으로서 성차별을 여러 겪으신 듯하고 이에 대한 글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장르는 다르지만 우리나라 현재 작가의 경우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성의 손에서 나오고, 그 중 상당수는 현재의 정치 상황, 사회상황에 대한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보는) 분석, 고민이 담긴 많은 작품이 담긴 것을 보아 왔고, SF의 가치가 상상력의 나래를 펴는 것 이외에 현재 인류가 사는 시공간을 떠난 삶을 통해 현재의 삶을 관조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더 많은 여성 SF작가의 출현을 바라는 것이 다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알게 된 작가들로는 주제 사라마구나 웰스, 파스테르나크, 슈테판 츠바이크 등이 있고 이 중 주제 사라마구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고 글도 가장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카인 이외에는 읽어 본 적이 없고 카인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르귄이 애정을 담긴 글로 칭찬을 아끼지 않은 눈먼 자들의 도시과 르귄이 만들어낸 작품 속 SF 세계관은 앞으로 꼭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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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주의 첫 순간 - 빅뱅의 발견부터 암흑물질까지 현대 우주론의 중요한 문제들
댄 후퍼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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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주에 대한 책을 읽으면 우리 주변 태양계 내부 행성에 대한 이야기나 지동설, 천동설 등을 다루었지만 최근에는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우주의 기원과 초신성 폭발로 인해 우리 몸을 비롯한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물질의 생성 등을 주로 다루는 것 같다. 이에 대한 시작은 허블이 발견한 적색편이와 이로부터 얻은 우주의 팽창에 대한 가설부터라고 생각한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에서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자연스러운 유추이지만, 매우 좁은 공간에 엄청난 밀도의 물질, 또는 물질을 이루기 전의 에너지가 있었다는 생각과 이로부터 어떻게 현재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을 만들게 되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현재의 천문학에 대한 주된 이슈인 것 같다. 빅뱅 직후의 우주 상태에 대한 해석을 위해 상대성이론과 양자약학을 결합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또한 위의 이론을 적용하여 우주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이를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로 부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이 책에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암흑물질에 대한 해결의 최일선에 있는 연구자인 댄 후퍼의 암흑물질에 대한 생각과 그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다.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어려운 지배방정식 등 수학적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가능한 한 쉬운 말로 그의 고민과 천문학/물리학의 최일선 연구가 소개되는데 부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문가가 가이드하는 과학 강의라는 매력이 분명히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암흑물질이나 암흘에너지를 도입하지 않으면 우주 팽창이론을 설명할 수 없는 물리이론이 완벽하지 않기 떄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수정 뉴턴역학이라는 접근방법에 대한 소개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에 관측된 중력파 등의 증거를 볼 때 현대 물리 이론이 나름의 정확성을 유지하고 있고 생각할 수 있어 현재의 방법론의 결과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기대하는 감마선 관측결과가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어 암흑물질에 대한 비밀을 하루 빨리 밝힐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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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9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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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자오선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코맥 매카시의 작품으로 국경 삼부작 시리즈중 찻 번째이다. 핏빛 자오선과 유사한 시대적, 지리적 배경이지만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가 분명해지고 배경에 대한 묘사도 분명해져서 핏빛 자오선의 현실인지 꿈속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판타지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부 모험소설의 온전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작과 유사하게 시 같은 아름다운 배경묘사 문체와 함께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등으로 코맥 매카시가 미국의 최고의 작가 중에 한 명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보다 가장 아름다운 문체를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원서로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다.

 

스토리도 무척 흥미로운데, 소년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16세의 존 그래디가 부모와 갈등을 피해 친구 롤린스와 가출하여 멕시코로 가고, 사고뭉치 블레빈스와 만나 함꼐 지내다가 다툼 끝에 총격전을 치르기도 하고, 한 목장에 정착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말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목장 주인의 딸과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한 순간 그 행복이 깨지고 감옥에 갇히는 등 갖은 고생을 하게 되는데, 정말로 질풍노도의 시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이야기이다. 결코 행복하거나 아름다운 결말은 아니지만 가혹한 운명 속에서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을 정말 잘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작가의 국경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에서 첫 번째 작품의 등장인물과 두 번째 작품의 등장인물이 나온다고 하니 어서 나머지 두 작품도 어서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고 다른 분들께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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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온다 - 일본의 부상, 한국 경제의 위기
김현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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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역임한 김현철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의 최근작으로, 잃어버린 30년이란 경기침체를 딛고 성장하고 있는 일본경제와 점차 경제가 침체되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는 책이다. 저자의 과거를 조명하면서 위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어 경제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아베 전 일본수상과의 친분과 과거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원래 알던 것과 매우 다르게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자신의 외조부의 정책을 이어받았고 중국 대신 일본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그의 전략이 현재 미국의 국제전략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과 과거 한--일 동맹이 이루어진 2차례의 경우에 대한 정치적 뒷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하지만 지난 한--일 공조체계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기 상황을 강화시켜 일본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었고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지난 경우처럼 한--일 공조체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만의 독자적 행보가 있었을 때 우리나라의 성장이 가능했던 점을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자가 경제보좌관 시절 추진했던 신남방정책의 경우 미중무역분쟁으로 우리나라 중국시장을 잃을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곳이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며, 중국과의 신냉전을 주장했던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등이 모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시 중국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역시 독자적인 외교 및 경제 행보를 가야 할 것이다. 저자가 주장한 것처럼 우리 민족은 일본과 달리 순종의 민족이 아닌 도전의 민족이므로 당장 현재의 위기도 도전적으로 극복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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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시대 - 재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상상하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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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혁명을 예견한 제레미 리프킨의 새로운 책인데, 기존가 그가 펴냈던 많은 책 내용이 모여있고 전체적인 내용은 성장에 집중한 산업화 시대의 경제 대신 균형과 회복을 강조한 내용으로, 유사한 내용은 이미 도넛 경제학 등의 책에서 이미 많이 주장되었다.

 

글로벌 그린 뉴딜이란 책을 써서 에너지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필독서로 만들었지만 정작 유용한 내용은 거의 없어 아무말 대잔치라고 평한 분의 서평이 생각나는데,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 그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는 책을 읽고 그의 비전이 이루어지는 미래사회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주 실감하는데 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될 떄마다 이와 관련되는 내용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주장이 어떻게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이슈몰이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주장을 위한 회복력의 시대를 위해 과연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은 4장에서 분산형 동료시민정치라는 이름의 대의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데, 민주주의의 종말이라고 할 만큼 양극화가 심해진 현대사회에서 이점이 과연 가능할지 의안한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단지를 만들려고 할 때마다 주위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왜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지, 또 무슨 이유로 반대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갈 길이 어려워도 우리가 가야만 하는 길에 대한 비전을 꾸준히 해주는 것만으로 저자는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실천 방법을 찾기가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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