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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강은 바다에서 만나고 - 정치학자 임혁백 교수와 떠나는 지중해 역사문화
임혁백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나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등의 여행가를 특히 좋아하여 상당히 많은 여행기를 읽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고는 싶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대리만족을 하기 위하여 읽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읽었던 여행기의 상당 부분은 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떠나는 여행기였는데, 그 이유는 제가 아들과 함께 떠나고 싶다는 바람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세계를 여행하는 눈높이가 그 쪽에 맞춰져 있어 정작 여행지의 모습이나 문화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은 그간 제가 읽었던 여행기와는 달리 나이가 환갑을 넘으신 교수님 내외가 친구 내외와 함께 유럽지역을 여행하신 글입니다. 다른 여행기와는 달리 렌트카를 이용하고 가는 곳마다 와인을 음미하시는 등 럭셔리한 분위기이지만 제가 세계여행이 가능한 날이되면 이 책을 쓰신 교수님 연배와 비슷하게되고 유사한 방식으로 여행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이야기를 함꼐 써주셔서 책을 읽는 재미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공부도 많이 되었습니다. 정치적인 면에서 저와 비교적 코드가 맞아(?) 읽기도 수월하였습니다.
이 여행기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하자면, 우선 디즈니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 나오는 성의 모델이었던 독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을 때 루드비히 2세는 국민세금이나 국가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비를 사용하엿다는 점. 이토록 교양있고 민주적인 왕이었지만, 강제 유폐되고 다음날 익사체로 발견되었다니 안타까운 역사의 한 장면이 아름다운 성의 모습과 겹쳐지게 됩니다.
독일의 돌로미테, 이탈리아의 피렌체를 지나면서 아름다운 유적과 역사와 함께 저자는 맹자의 폭군방벌론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를 지켜주는 가장 튼튼한 요새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여행기의 역사와 더불어 현 한국의 현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발칸지역을 여행하면서 이 지역의 끊임없는 분쟁의 역사와 원인에 대해 고찰한 후 다음과 결론을 내린다. "종교전쟁이야말로 인간의 영혼을 가장 타락시키는 매우 더러운 전쟁이고 가장 유혈적인 전쟁이다." 계급간의 투쟁은 계급 간에 이익을 나누는 타협이 가능한 전쟁이지만 종교전쟁은 타협이 불가능한 정체성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저도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이타심을 실현하는 것이 최고의 실천 덕목인데 오히려 종교를 이유로 타 종교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에서 볼리비아의 모래사막을 본 후 이 책을 통해 추가적으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를 꼭 가보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한 마디로 저자가 소개한 것처럼 나이아가라의 폭포가 그랜드 캐니언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곳이라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또한 저자의 생각처럼 '인종청소'와 같은 악행을 저지르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에서 천국을 보여준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모든 종족이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신 것이라는 생각에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다음은 오스트리아와 독일 여행기인데 개인적으로 가 본 곳이 소개된 부분도 있어 무척 반갑게 느껴졌고 특히 전쟁 때 미국이 잘스부르크의 문화유산을 존중하지않아 폭격을 하지않았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여행지와 더불어 그 속에 숨어있는 역사와 문화를 함께 알게되니 무척 뿌듯한 독서였고 저또한 비슷한 기회를 얻어 이 곳을 실제로 가볼 수 있는 날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