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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학생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지하철을 탄 예수’의 저자 엔도 슈사쿠의 문학이다. ‘지하철을 탄 예수’는 현재는 절판 되었는데 저자가 지은 두 권의 책을 조합하여 많은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독교에 대한 책이나 개신교에서 전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완전히 따르기보다는, 동양적 사고방식이나 불교 등의 사고방식 등을 조합하여 동양인의 입장에서 더 받아들이기 좋은 사랑의 하나님에 대한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인류에게 벌을 내리고 심판을 내리는 구약의 하나님보다는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하는 신약의 예수님상이 저자가 강조한 신의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깊은 강’은 위에서 언급한 엔도 슈사쿠의 하나님상에 대해 문학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도의 갠지즈 강은 사람의 신분이나 부와 관계 없이 어떤 사람의 시신도 받아주기에, 늙고 병든 사람들이 죽음을 접할 때 모두 자신의 몸을 강에 의탁한다.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오쓰는 신학생의 길을 걸었지만 학생시절 유혹을 당했다가 버림을 받기도 하고, 기독교의 서양적인 사고체계에 의심을 품어 결국 신부가 되지 못하지만, 갠지즈 강에서 병든 자들의 돌보고 화장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는 삶을 살게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데, 무한한 사랑을 세상에 전파했지만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자신의 희생이었던 예수님의 삶을 연상하게 된다.
어떤 사람도 차별하지 않고 받아주는 갠지즈 강이나 오쓰의 삶과 함께 진정한 기독교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책 속에서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 문구를 보면 이 책의 주제를 더 알 수 있게 된다.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이 소설에는 오쓰 이외에도 아내와 사별하고 환생하겠다는 아내의 마지막 유언에 따라 환생했다고 주장하는 인도 소녀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온 사람, 동남아 참전 중 굶주림 때문에 친구의 인육을 먹는 고통을 접한 사람 등 생과 사의 갈림길 속에서 고민하다 인도로 여행 오게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나오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마지막에는 오쓰의 삶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고, 인디라 간디 수상의 피살 사건이 소재로 함께 포함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저자의 다른 명작 ‘침묵’은 앤드류 가필드가 나온 영화로만 접했는데, 이번 ‘깊은 강’의 독서를 통해 이 작품도 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