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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평점 :
국내에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이다. 그간 기시미 이치로의 책들이 서로 비슷한 면이 있어서 약간의 갈등을 느끼기도 했지만, 책 제목이 그 동안 고민했던 문제와 연결된 주제라서 읽기로 했는데 의외로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 어느 정도 언급되었던 저자의 부모님을 간병하고 사별하는 과정에서 느낀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인데 많은 울림이 있었다. 그간 사람들이 늙어가고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대하는 문학 작품이나 심리학과 철학 등의 책을 제법 본 편인데, 아직까지는 이러한 노화와 죽음의 과정을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가 수월하지 않았는데, 이 책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병상에 계시거나 치매상태인 부모님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에 대해 저자의 충고를 보면, 부모님 스스로가 당신들의 가치를 느끼도록 해서 부모님이 가족에 기여하는 일에 주목하여야 한다고 한다는 말이 기억난다. 이 점을 강조한 저자의 말이 있는데 이를 소개하자면 '가장 큰 효도는 불효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저자의 아버지가 아들을 돌보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건강과 활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사례가 소개되었는데, 부모님을 미롯한 노인들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기여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있다. 이에 연관하여 사람이나 일의 가치를 성과위주로만 보게 된다면 노인의 역할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치매 상태인 저자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하나는 최근 개봉되었던 영화 Arrival에서 외계인의 언어를 배운 후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대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언어학자의 모습과 치매환자가 무척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치매상태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리 비극적이라고 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환자가 기억을 잃어버리거나 혼돈하게 되는 까닭에는 환자의 심리를 가볍게 해주기 위한 뇌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 등에 기초한다), 그 상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치매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즉, 치매환자의 말이나 현실이 인식이 틀렸다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치매환자를 간병할 때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이 든 부모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를 살리는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방법을 배우는 방법으로도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되는데, 무엇보다 자신과 부모님과의 관계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