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 - 살면서 늙는 곳, 요리아이 노인홈 이야기
가노코 히로후미 지음, 이정환 옮김 / 푸른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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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치매환자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고, 치매환자라도 당당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와는 달리 나이 든 분들이 함께 모여서 공동체로 살아가면서 외로움도 떨쳐 버리고, 도움을 주는 사람도 좀 더 편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노인들은 모시는 형식은 아톨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도 소개된 방식인데, 그 책을 읽으면서도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어떤 식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할 지는 의심스러웠는데,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일본에서 실제로 구현한 사례를 보게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참조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해주었으면 한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중에도 치매국가책임제를 이야기한 바 있는데, 단순히 치료와 간병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대상자분들의 삶이 만족스럽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이 책에서 소개된 공동주택 형식의 노인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법을 검토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아쉬운 점이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의 대부분이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쓰여있어서 공동주택에서 함꼐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노인들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소개된 내용이 이 책에 소개된 공동주택이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는 오바 노부요 할머니인데, 이 분이 혼자 살면서 노인요양시설을 거부면서 한 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인요양시설이라니, 뭔 헛소리랴! 너하고 뭔 관계인데! 나는 여기서 살다가 객사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야! 썩 꺼져!"이다. 즉, 무엇보다 다른 사람에 의존하는 것보다 자신이 결정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노인분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 생각에서 출발해서 진정으로 노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공동체가 형성되고 발전한 셈이다. 이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의 모습이나 심정도 소개되면 훨씬 좋았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공동체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점에서 노령층의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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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간다움을 말하다 - 정의가 사라진 시대,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묻다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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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고전작품을 그 저자가 아닌 역사 상의 다른 인물 (인문학자)의 시각을 통해 보여주는 책이다. 아마도 각 작품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권위를 더하기 위해서 역사 상의 인물의 시각을 통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주장이 강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바로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의 두께가 그리 두껍지는 않기도 했지만, 책에 빠져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책에 집중하는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의 <날개>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는 자본주의의 횡포에 시달리고 고통받는 개인의 실존이나 상실을 다루는 내용이다. 이 책들은 학창시절에 읽었을 때는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나이를 더 먹고 직장을 다니는 상태에서 <변신>을 읽을 때는 그레고리의 심정이 너무나 잘 이해되었다. <변신>에서 그레고리가 인간으로서의 가치감을 상실하고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이유는 가족을 비롯한 타인들이 자신을 지배하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이 개념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넘어서서 좀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고 있다. 철학자 머레이 북친의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는 인간에 의한 인간 지배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라는 말처럼, 인간 상호 간에 사랑이 회복될 수 있다면 돈 (또는 자연, 물질)은 결국 그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어 자본의 지배에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펄 벅의 <대지>,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은 실존주의 철학과 연간되어 해석된다. 즉, 생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믿는 가치를 따르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이 소개된다. 이와 연관해서 헤밍웨이의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결토 패배란 없다.'나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가 인용되기도 한다. 예전에 읽은 <돈키호테>의 의미는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사람을 풍자하는 내용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최근에 접하는 <돈키호테>의 의미는 이와는 다르게 자신이 믿는 가치를 꿋꿋하게 믿고 지키는 사람을 상징한다는 책을 많았던 것 같다. 같은 작품 속에서도 기존의 시각과 다르게 참된 인간다움을 다시 찾는 노력이 시도되는 것도 인상적인데, 그만큼 우리사회가 인간다움에 목마른 상황이라고 생각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인문학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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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소파에 누운 경제 - 자본주의가 앓는 정신병을 진단하다
토마스 세들라체크.올리버 탄처 지음, 배명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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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를 의인화하여 프로이트 정신분석을 시도한다. 다양한 책을 읽어왔지만 기존에는 전혀 본 적없는 참신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정신분석도 쉽지 않은 내용인데 과연 이데올로기 (사조) 또는 이론의 분석이 가능할 지 의심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책의 내용이 만만치않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집중해서 여러번 되새기면서 읽고 노력해야 가까스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내용인데, 이 책에서 자본주의와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이트 이론이나 신학의 내용도 기존에 잘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소개되는 릴리스라는, 이브가 탄생하기 전에 아담과 함께 탄생한 여성의 존재가 소개되고 자본주의와 연관하여 이야기되었는데, 이 존재가 이 책에서 처음 접했기에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본 릴리스의 존재는 이브와는 다른 투쟁적인 존재이고, 이 존재와 함께 소개된 존재들도 아킬레우스나 카산드라 등의 투쟁적인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이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성경이나 신화 등에서 투쟁적인 여성이라는 존재가 잘 안 알려지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나 음모가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의 배경이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고 투쟁한다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투쟁적인 인물과 자본주의를 연관시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이 여겨진다.

최근의 신자유주의 경제사조를 비롯한 자본주의의 병폐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나 성장의 논리로 그 병폐를 부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론적 바탕에 깔려있는 사람들 간의 투쟁이라는 개념은 누군가의 희생이나 고통을 낳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소개된 인물의 부정적인 면을 고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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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3분 데카르트를 읽다 - 일하는 당신, 행복한가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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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상 유명했던 철학자들이 남긴 말들 중에서 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하다. 고로 존재한다.'가 가장 유명한 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데카르트의 철학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철학책이 아닌 매일 아침 명상을 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형식을 쓴 데카르트의 입문서를 읽게 되었을 때 무척 기대하게 되었다. 


처음에 기대한 대로 쉬우면서도 데카르트의 철학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 점은 일본작가들의 쓴 다른 서양철학책을 읽는 느낌과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니체에 대한 책 중에도 일본 작가의 <곁에 두고 읽는 니체>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책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 대한 느낌도 비슷하다. 단, 단점도 비슷한 위험도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데카르트의 생각이 아닌 일본 작가의 생각을 데카르트의 생각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곁에 두는 니체도 일본 작가의 생각이나 서술이 자기계발서와 비슷해서 니체철학을 자기계발서와 비슷하게 오해할 위험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접한 데카르트는 과연 서양 합리주의의 시초라고 부를 정도로 이에 대한 기반을 철저히 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합리적인 이성을 위해서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는 것을  강조한 점이나 왜 사람들이 그릇된 판단을 내리는 것인가에 대한 데카르트의 분석은 무척 놀랍다. 최근의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이성과 비이성의 싸움이라 표현한 정치인도 있었던 것처럼 국민들 중 한 축은 이성적인 사고가 아니라 주입식 교육 등을 통해 받아들인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 같아 화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모습에 대해 데카르트가 비평한 듯한 말이 책 속에 소개되어 있어 인상깊게 보게 되었다.

'어떤 것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흔히 그러하듯) 그것에 관하여 판단을 내리는 경우에는 그릇된 판단이 발생한다.'

이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 한 번 더 의심하고 다시 생각하는 철저함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한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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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이야기
마고 리 셰털리 지음, 고정아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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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그리고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에서 NASA에서 컴퓨터가 많이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의 역할을 대신해서 계산을 수행하면서 달로 유인우주선을 가능하게 한 여성에게 2015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유훈장을 수여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여성이라는 것과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외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그레서인지 이 책의 소개를 보자마자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캐서린 존스를 비롯한 여성 계산인력 (이 책에서는 컴퓨터라 부른다)이 흑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이 인종차별, 성차별을 비롯하여 항공우주공학에 대한 지식의 장벽까지 3개의 엄청난 장벽을 무너뜨린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얼마나 그들이 치열하고 존경스러운 삶을 사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도로시 본, 캐서린 존슨, 크리스틴 맨 등의 인물에 대해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아서 책을 읽고난 후에도 이 분들에 대해 그리 많은 것을 알게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처럼 인물을 따라가는 소설 비슷한 서술이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하나는 이 분들이 엄청난 사회적 편견을 이겨냈는데, 다른 면에서 보자면 아마도 나사에서 냉전이나 또는 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승리하기 정말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었기에 외부 사회에 비해서 그나마 차별이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주항공 분야의 개발과 관련된 책이라 나와 친근한 유체역학 관련된 이야기도 간간히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고, 이 책에서 조금은 부족했던 인물들에 더 잘 알기위해 영화도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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