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미스 다이어리 1
최수영 외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 순정만화와 순정소설 그리고 문고판 연애소설들을 짬짬이 읽었었다. 한 번 잡으면 마지막 장까지 일사천리로 앉은 자리에서 끝내고는 그 긴 여운에 취해 막연히 '연애'를 꿈꾸던 시절이 생각난다.

정작 한 살, 두 살 나이 먹어서는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보고 늙다가 결혼이란 걸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제대로 된 연애'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애들 키우고 생활하기 바빠서라는 토를 달 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왜 그렇게 살았느냐?'ꡑ는 질문을 받는다면 둘째가 말문이 막힐 때 잘 쓰는 말을 인용해야 한다.  '고냥(그냥) .......'.

이러다가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일반적으로 사랑을 거론하기에는 많이 늦어 보이는 때에  늦바람이 나는 것은 아닌지.

나는 텔레비전을 평소에 잘 안 보는 사람 (사실은 볼 시간이 없어서 못 보는 것임)이라 <올드미스 다이어리>라는 시트콤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둘째 낳고 몸조리할 때 케이블티비에서 방영해 주는 <섹스 엔 더 시티>를 몇 번 봤었다.

경력이 빵빵하고 돈 잘 버는 노처녀 4인방의 연애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여배우들보다 특별히 더 매력있어 보이지는 않으면서도 자유분방하고 대단히 자연스러워 내심 경외감까지 들 정도였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내가 옛날 사람이란 걸 새삼 일깨우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린 덕분에 젊은 엄마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수시로 부딪치다 보니 주제파악을 못했던 것 같다. 요즘 젊은이들은 때로는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로 당당하여 황당할 때도 많다.

고대의 유적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푸념을 했다지 않은가. 하지만 가치관이라는 것은 시대가 바뀌면서 변화하는 것이고, 인생을 살아가며 자의반 타의반 둥글게 다듬어질 것이기에 걱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순정파, 작업파, 이 둘의 중간파의 세 부류의 연애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세태의 코드에 맞게 연하남과의 연애가 자연스럽고, 소위 '작업'의 진수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텔레비전의 시트콤을 기반으로 나온 소설이기에 묵직한 맛은 없을지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거리로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