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4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네레 마어 글, 이지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2005년 초에 ‘2002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이혼해 이혼율이 47.4%로, 미국 51%, 스웨덴 48%에 이어 세계 3위이다’라는 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이혼율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9.3%가 맞다고 반박하는 등의 논란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1990년대 한국과 주변 아시아국가 28개국의 이혼율 증가추이를 비교한 결과 살펴본 결과 1991년 이혼율 1.06%에 불과했던 한국은 1998년부터 아시아 최고 이혼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1950년대에 비해 11배나 증가하였다’는 발표가 있었다.

우리의 주변에서도 이제는 이혼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마저 형성된 것을 느낀다. 아이의 학교를 가보아도 한 학급에 편모 또는 편부 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네레 마어의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도 부모의 이혼을 아이의 시각으로 담담히 써내려간 그림동화이다. 198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1989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무슨 상을 수상한 것이니 한 번 읽어 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혼이라는 것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인 사회를 살아가면서 아이에 대한 고려는 어느 정도였는지 어른들은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집, 나를 낳아준 부모가 전부인 것으로 받아 들이는 어린 나이의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이혼했다. 앞으로 같이 살지 않기로 했다.’고 일방적인 통고를 받는 아이가 겪을 고통과 충격, 어른으로 자라가는 과정에서 느낄 심적인 위축감을 어떻게 치유해 줄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 베른트는 ‘엄마 아빠는 헤어지기로 했다. 아빠를 자주 만나러 가도 된다. 네가 아빠를 자주 만난다고 엄마가 슬퍼하지는 않는다’는 통고를 엄마에게 듣게 된다. 아빠의 집에 처음 갔던 날 아빠가 서투른 솜씨로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카드놀이를 하다가 베른트는 마침내 참고 있던 걸 물어본다.

“아빠,  집에는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베른트, 네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단다. 우리 셋은 이제 다시 함께 살지 못할 거야.”

아빠의 냉정한 대답을 들은 베른트는 그만 엄마한데 데려다 달라고 한다.

어른들의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하는 베른트는 엄마에게 반항도 해 보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베른트는 곰인형을 데리고 인형놀이를 한다.

- 곰인형 보보가 두꺼운 숄을 말고 침대에 누워 있다.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깜짝 놀란다 ‘열이 45도나 돼요! 어서 병원에 데려가야 해요.’ 엄마 아빠는 병원 침대 옆에서 둘이 손을 꼭 잡고 아이를 걱정하고 있다. -

때때로 베른트는 슬퍼지고, 때로는 아빠가 방문을 열고 “베른트, 어서 나와. 밥 먹자.”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어느날 베른트는 가지고 있던 두 마리 곰인형 중에 한 마리를 아빠 집에 가져다 놓기로 한다.

적어도 베른트의 분신인 곰인형만큼은 엄마 집에도, 아빠 집에도 다 있게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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