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는 왜 맞을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20
게르트루드 쭉커 그림, 페터 아브라함 글, 강석란 옮김 / 국민서관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영리한 생쥐 뾰족귀 로버트는 생쥐학교 2학년이다. 로버트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건물들 사이에 있는 쥐아파트 18층에 산다. 쥐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는데, 가끔은 아주 오래 쥐 전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서지 않고 휙 지나쳐 버리는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쥐가 타고 있는 것이다. 로버트는 18층에 재빨리 내려서 도시가스관 옆 작은 구멍에 쏙 들어가 엄마 아빠가 오기를 기다린다. 거의 매일 오후 로버트는 꺅! 하고 인디언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고 그럴 때마다 엄마 아빠는 깜짝 놀란 척을 한다.
“학교에서는 어땠니?”
“받아쓰기에서 ‘가’를 맞았어요.”
“뭐, ‘가’라구?”
“거짓말! 로버트는 ‘우’를 받았어요”
엄마는 뽀뽀를 해주고 아빠는 꼬리를 잡아당기며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여늬 때와 똑같이 인디언 장난을 쳤을 때 엄마 아빠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른다.
“받아쓰기에서 ‘가’를 맞았어요”
“뭐? 하긴 멍청한 짓을 해도 아들 편만 들잖아요.” 하면서 엄마와 아빠는 다투기 시작했다. “장난이예요. ‘우’받았어요.” 엄마 아빠는 갑자기 싸우기를 멈추더니 “세상에, 부끄러운 줄 알아! 거짓말을 하네!”하며 철썩 따귀를 때렸다. 갑자기 따귀를 맞게 된 로버트는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 옥상으로 간다. 옥상에 올라가 보니 누군가 햇볕을 쪼이려고 갖다 놓은 선인장 화분을 보고는 홧김에 힘껏 발로 차 꽃을 떨어뜨린다. 그리고는 위태위태 처마끝에 올라가 거리를 내려다 보며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이 꼴을 보았으면 좋겠어. 걱정이 돼서 꼬리를 물어뜯었을 텐데!’
갑자기 까치 아저씨가 나타났다. “얘, 너 미쳤어? 날개도 없잖아?”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예요?” “음, 너 뾰족귀 로버트구나. 너희 아버지와 난 오늘...”
로버트는 까치 아저씨에게 하마터면 낮에 아버지가 고양이에게 물려 죽을 뻔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저씨도 그래서 괜히 아들의 따귀를 때리셨나요?” “그건 또 네가 어떻게 아니?” 까치 아저씨는 창피했던지 인사도 없이 빠르게 날아가 버린다.

로버트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쩌면 모든 부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공정하지 않은지도 몰라! 그런데 사람들도 그럴까? 상상이 안돼.’
우연히 같은 반 토끼이빨 리타를 만나게 된다. 리타는 꽃이 부러지고 내동댕이 쳐진 선인장 화분을 발견했다.
“누가 그랬지?“
”내가 그랬어.“
”왜?“
”우리 엄마 아빠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어.“
”아마 누구나 가끔은 공정하지 않은가 봐.“
리타는 홧김에 동생에게 꿀밤을 한 대 먹인 것이 생각나 “난 공정하지 않은 적 없어.”라고 말하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야, 이제 그만 하고 사람들 약이나 올리며 엘리베이터 타고 놀자.”
리타와 로버트는 마침 쥐 운행 중인 엘리베이터에 타서는 층마다 다 누르고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사람들을 골탕먹인다.

뾰족귀 로버트는 왜 따귀를 맞았을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홀긴다’는 속담처럼 단순히 아빠생쥐가 죽을 뻔 했었던 일때문에 화가 가시지 않아서 그럴까?

명색이 어린이 동화이기는 하나 어른들도 읽고 여러 면으로 생각해 볼 단서를 주는 어른동화이기도 하다. 크게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처럼 능동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일이고, 작게는 가정에서 내 아이들에게 난 어떤 이유로 야단을 치거나 매를 때렸을까를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 컬러가 아닌 흑백 그림이 있는 동화이다. 컬러 사진의 유행이 한참 무르익은 후 복고풍으로 바랜듯한 흑백사진이 유행하더니 동화그림도 그런가 보다.
울긋불긋한 컬러에 익숙해 있던 눈에 흑백의 감각이 신선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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