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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 -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
모드 쥘리앵 지음, 윤진 옮김 / 복복서가 / 2020년 12월
평점 :
이책을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드 쥘리앵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고 그녀의 불행에 대해 경악을 금치못했을 것이고 그런 것들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 역시 그런 호기심 때문에 이책을 구입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 관심은 모드의 아버지 루이디디에 에게 집중되었다. 도대체 인간이 어떤 상태에 도달하면 진심으로 딸을 사랑하는 방법이 이런 방식일까 하는 점이었다. 루이 디디에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무척 궁금했다.
루이 디디에는 1902년에 태어났고 몰인정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열두살에 닥친 1차세계대전 동안에 두려움과 굶주림을 겪었고 이후에는 사업에 성공해큰돈을 벌었지만 다시 닥친 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독일의 힘앞에 심한 공포와 직접겪진 않았지만 나치수용소의 비극으로 지우지 못할 상처를 가지게 됬다. 세상에 여러번 실망했고 여러번 배신당했다.프리메이슨의 교리를 받아들여 고위간부로 활동하면서 이 세상이 타락했고 어두운 힘의 먹이가 되어버렸다는 영적 관점을 지니게 됬다. 그래서 그는 인류를 일으켜 세우라는 부름을 받게될 선택받은 아이를 낳아 초인으로 키우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가 딸에게 세뇌시켰던 말은 "인간은 더없이 사악하고 , 세상은 더없이 위험하다. 이땅은 나약함과 비겁함으로 인해 쉽게 배신자가 되는 나약하고 비겁한자들로 가득차 있다"
"절대절대절대 아무도 믿어서는 안된다. 어떤것이 너를 위한 일인지 말해줄 사람은 세상에 나 하나 뿐이다.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세상을 지배하고 암흑을 무찌를 수 있다."
상당히광기 상태였고, 잔혹하고, 이론들이 뒤섞여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써놓고 보니 이단종교의 교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딸이 나약한 인간이 되는것을 극도로 싫어 했는데 , 자신은 그누구보다도 정신적으로 나약한 인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는 인간들에게도 세상에서도 따뜻함이나 희망을 찾아낼수 없었고 결국 초인적인 딸을 키워 혼탁한 세상을 구하겠다는 과대망상을 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았고, 자신이 아는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어린딸을 학대하는 혹독한 훈련만이 올바른 길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던것 같다.
하지만 모드는 정신력이 강한 인간이었다. 왜 자신의 삶이 메마르고 ,끝이 보이지 않는, 자비없는, 똑같은 나날인지 이해하지도 못하고 생각해볼수도 없고 질문을 할수도 없어 괴롭고, 아버지 목소리만 들어도 피가 얼어붙을 것같이 무섭고, 아버지가 바라는 우월한 존재가 되지 못할것 같아서 늘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사소하고 은밀한 저항으로 아버지의 엄포가 거짓임을 확인해 보기도 하고, 아버지가 자신의 정신을 조사할때 마음속 경보를 울려 방어하는 법도 터득한다, 또한 사랑이 없는 메마른 삶속에 한줄기 빛 ( 동물, 책, 음악이 주는 기쁨)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 정신의 생명수로 사용해 연명해 나간다.
결국 어느날 모드는 아버지가 횡설수설 쏟아낸 초인의 세계에 대한 매혹이 완전히 증발하고, 아버지는 모든 능력을 타고난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친구도 사랑도 따뜻한 손길을 줄주도 받을 주도 모르는 동물들까지 겁을 먹게 하는 이상한 헛소리 하는 남자일 뿐이라고 바라볼수 있게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야단치고 위협하고 윽박지르면 자살특공대 처럼 폭발해버리는 단계까지 간다.
이단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나약한 성인들이나, 아버지의 첫번째 희생자인 모드의 어머니가 남편을 증오하면서도 남편의 손아귀에서 단 한걸음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조력자가 된것을 본다면, 모드의 정신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새삼 감탄스럽다.
* 루이디디에가 딸이 자라서 이러이러한 사람이 되는 것이 좋겠다란 희망이 극단적이고 광기가 있어서 비난받지만, 사실 대다수 부모는 나름대로 자식의 타고난 기질과는 무관하게 부모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주입시키며 양육한다. 다행히 부모가 바라는 방향에 자식의 기질이 잘맞아 이끄는대로 잘 성장하는 자식도 있지만, 기질이 전혀 맞지 않는데 끌려간 경우는 사춘기가 되어 본인의 힘과 생각이 커지면서 완전히 다른길로 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루이디디에도 이해 받을 수 있는 면이 있긴하다. 부모가 세상을 어떤 곳으로 인식 하는가는 자신의 삶의 방식뿐만 아니라 대대 손손 전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어디선가 봤던, 어린아이는 결국 어른이 된다는 말이 맥락없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