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노스케 이야기 오늘의 일본문학 7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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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작품 중에서는 <동경만경>과 <퍼레이드>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것들과 이어지는 듯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우선, 이전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인공. 매우 어리버리하고 순박한 청년을 요시다 슈이치에서 보게 되다니 놀랍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 따뜻함에 위로받게 된다. 그의 작품들은 늘 싸늘하고 냉정했는데. 순간순간, 픽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드는 요노스케의 청춘기는 별다를 것 없고 버라이어티하지 않지만 그의 도쿄에서의 1년이 적어도 그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특별하게 만든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아 그 사람이, 그 아이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할까. 이미 나는 초중고 시절 친구들을 대부분 잊고 그 시절을 없애버렸는데. 대학시절도 이제는. * 난 확실히 '청춘소설' 또는 '성장소설'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편애하는 편이다.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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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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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 번역, 출간 러시에 제일 신나서 편승한 사람은 바로, 나다.

예전부터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루야마 겐지를 열심히 읽어대긴 했지만

재작년부터 온다 리쿠, 미야베 미유키, 오쿠다 히데오, 이사카 고타로, 요시다 슈이치를

읽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읽고 있다.

저들 외에도 전작 읽기에 도전 아닌 도전을 하게 된 작가가 몇 더 되고

- 가쿠다 미쓰요나 미우라 시온, 이시다 이라, 기리노 나쓰오, 다카노 가즈아키 등등 -

거의 읽지 않았던 미스터리도 무리 없이 읽고 있는데

균형은 좀 잡아야겠다는 생각도 조금은 한다.

한편으로는 끌리면 읽는 거지, 책 읽는 데 무슨 반성과 균형까지, 싶기도 하고.

 

어쨌든 온다 리쿠는 나오자마자 읽을 수밖에 없다.

<도서실의 바다>도 출간 즉시 '찜'해놨다가

드디어 오늘 도착. 오늘 완독.

아마도 '도코노' 시리즈를 제외하면 - 이건 연작이니까 -

처음 선보인 단편집일 것 같은데

이미 나온 여러 장편들의 시초가 되거나

앞으로 나올 작품의 실마리이기도 한 짧은 작품들 모음이다.

띠지의 홍보 문구에는 '온다 리쿠 입문서'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의 작품을 이것으로 처음 접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듯하고

온다 리쿠를 이미 읽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성격이 강하다.

 

<밤의 피크닉>이나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등의 주인공이 나오니까

아, 요 다음이 요 이야기군, 아니면 이 사람이 나중에 이렇게 나오는군 하는

작은 연결성을 찾는 즐거움을 준달까.

대체로 여기 소개된 것들은 약간 섬뜩한, 온다 리쿠 특유의

'알지 못하게 슬쩍 상처를 내놓고 무표정하게 시침 뚝 떼기'라는 장기가

보이는 작품들이다.

어쩐지 어두운 밤에 보면 무서울 표지 그림처럼.

 

여담으로, 온다 리쿠 책은 북폴리오 표지들이 제일 낫다.

일본 원서의 아트웍을 적절하게 쓰기도 하고.

랜덤하우스의 <구형의 계절>이나 <불안한 동화> 표지는 참, 너무하시네, 했다....

 

온다 리쿠를 수식할 때 자주 쓰는 '노스탤지어의 작가'라는 말,

어쩐지 식상하기도 하고 와닿지도 않았는데

이 책 마지막에 묶인 <노스탤지어>를 읽고는

'그리움' - 원초적인 기억으로서의 - 이라는 말을

이렇게 간지럽지 않게 담백하게 표현하기도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선배에게

대체 온다 리쿠의 작품은 얼마나 많은 거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나올 게 많다는 대답.

2년 사이에 벌써 19권이나 나왔는데도!

1991년에 데뷔한 작가가 왜 이리도 늦게 소개가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계속 번역된다고 하니

비록 출간 순서는 뒤죽박죽이더라도 조용히 읽어볼 테다.

현재 스코어, 나의 베스트는

<밤의 피크닉> <삼월은 붉은 구렁을> <네버랜드> <흑과 다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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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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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이다.

어린 작가라고?

 

작가의 물리적인 나이가 뭐 중요하겠냐만은

- 황석역 작가는 약관도 전에 등단했는걸 -

그래도 80년대생 이 작가가 한국일보문학상 최연소 수상작가로 등장하면서

뭔가 파문과 기대감을 던져준 건 맞나보다.

(내가 동경하는 60년대생 '젊은' 작가님들도 여전하시지만)

 

나 역시 괜히 <달려라, 아비>를

조마조마해 가며 또 괜히 시기해 가며 읽었는데

새로우면서도 백 퍼센트 순도는 아니라는 느낌이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어서 두 번째 책 나오기를 기다렸고,

<침이 고인다>는 역시, 싶다.

 

내가 마음에 드는 건, 무엇보다도,

그가 강북, 아니 변두리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

후줄그레한 피아노 학원, 만두가게, 국수집을,

서울을 빙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2호선, 소음과 냄새가 심한 국철을,

회기역과 신림역, 개봉역을 보여주니까.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옥탑방 그리고 물이 차고 곰팡이 피던 반지하방 역시.

(옥탑방과 반지하를 오가던 답십리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런 다세대 주택들이야 답십리든 신림이든 다 똑같겠지)

 

옹색한 창문이 있는 방 한 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담백하게 그렸고

그들을 함부로 하지 않으며

배부르게도 하고 종종걸음을 걷게 하고 있어서

이 책의 작품들이 좋았다.

 

특히

"어머니는 좋은 어미다. 어머니는 좋은 여자다. 어머니는 좋은 칼이다. 어머니는 좋은 말[言]이다"

라고 하는 <칼자국>을 읽으며

엄마를 겹쳐보고 먹먹해졌다.

우리 엄마에게 해드리고 싶은 말.

 

'다시, 김애란이다'라고 말해진 두 번째 책이니

세 번째 책에는 몇 배의 기대감을 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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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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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캐럴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알라딘이나 이글루스 같은 곳에서 귀동냥을 한 거겠지.

딱 그런 성향.

어쨌거나 <웃음의 나라> <벌집에 키스하기> 모두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고

더불어 북스피어라는 출판사에도 호감을 가지고 있던 터다.

 

얼마 전 아는 분께 캐럴 이 작품 어서 나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더니

그걸 기억하시고 한 권 보내주셨다.

아무튼 '나무바다'라는 제목도 그림도 희한하고 인상 깊어서

얼른 손에는 잡았지만 결국 완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크레인스뷰 3부작' 중 <벌집에 키스하기> 다음으로 두번째 나온 작품인데,

아무 생각 없이 <벌집>을 읽던 기분대로 덤볐다가

어어, 이게 뭐야, 책장을 넘겨야 했다.

 

말하자면, SF라고 할까, 미스터리 SF 혼합 변종 장르이니

굳이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캐럴 양반도 원하지는 않을 테고

뭐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내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어쨌거나 스포일러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외계인도 나오고 시간 여행도 나오고 적당한 호러적인 요소도 있고 액션도 있으니

맞아맞아,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보았을 때의 그런 기분인가 보다.

(그렇다고 '좀비'가 나오지는 않는다.)

 

아픈 몸으로 침대에 비비적대며 후반부를 읽다가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는데

몸이 아파서인지, 내 앞에 열다섯 살의 '나'나 스무 살의 '나'가 나타난다면,

아니면 마흔다섯 살의 '나'가 나온다면 어쩔까 싶으면서

조금 슬퍼졌다.

어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니 참 할 말도 없고

마흔다섯 살의 '나'에게는 무지하게 혼나고 원망 들을 것도 같다.

정말 슬프다.

 

어쨌든 나무바다든 스폰지바다든 솜뭉치바다든

그것을 건너는 방법은 수백 수만 가지일 테고

그 앞에서 떠올릴 생각에는 정답은 없을 것이다.

 

프래니처럼 비틀스 멤버들을(레넌도 매카트니도) 마트에 다 모아놓고

나만을 위한 음악을 연주하라고 시키는 것도 그 한 방법.

그때의 내 신청곡은

I Want To Hold Your Hand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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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 Fall (루시드 폴) - The Light Of Songs (노래의 불빛) - Live
루시드 폴 (Lucid Fall) 노래 / 엔티움 (구 만월당)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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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을 보러 갔던 선운사에서,

바람에 다 진 동백꽃잎을 줏어 들며,

절 한구석에 피어난 수선화를 보며,

내내 루시드폴의 <들꽃을 보라>를 들었다.

 

가을이면, 울컥 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루시드폴의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를 듣는다.

그리고 이 노래를 듣고 싶어지면, 아 가을이 왔나 보구나, 싶어진다.

봄, 가을, 겨울 내내 그의 음악는 내 BGM이다.

 

백암아트홀에서 열렸던 그의 콘서트에 갔을 때

기타 하나를 들고 어두운 무대에 앉아

여리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서너 곡을 쉬지 않고 부르는 그를 보며

차마 박수조차 치지 못하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던 기억,

몇개월 전 충무아트홀에서의 공연도 그랬다.

둥글게 그를 감싸고 앉아 괜히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감정을 추스리느라 애썼다.

 

이번에 나온 그의 베스트, 라이브 음반은,

그 공연에서의 침묵, 조용한 숨소리가 다 담겨 있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해 주고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직접 그의 앞에서 듣는 기타, 노랫소리만은 못하겠지만.

곧 신보가 나오기를, 그리고 좀더 자주 직접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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