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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평점 :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피하곤 한다.
(당연히 원하지 않았을) 이별,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아파서 그것이 인간극장이든, 최루를 의도한 영화든 눈을 감아버린다.
삶에서 아주 많은 이별을 경험해본 것은 아니다.
그 말은 앞으로 닥칠 이별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주 솔직히, 나이브하게 고백하자면, 두렵다.
연말, 심란했다.
나이를 먹어가는 탓이었겠지.
나이를 한 살 더해도 삶은 평안해지지 않고
소란스럽다고 느껴졌다.
그러고 보면 수십여 년, 철들고 나서도 지금까지 쭉,
내 삶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한 가지 생각에 빠져들면 깊은 우물 속으로 한없이 내려가고야 마는
내 성정을 잘 알기에
우습게도 아예 돌아돌아 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 젊은 나이에, 한창때에 세상을 떠난 이의 글을 읽었다.
책장을 펼치기까지 주저주저했다.
감히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것이
죄스럽다고 할까.
그러다가 목차에서 이 부분이 눈에 띄어
바로 그곳을 먼저 찾아 읽었다.
그때 나는 알았어야 했다. 불안과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생은 본질적으로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이나 두려움은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말 어른이 된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감정을 창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두려움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 125쪽
꼭 이 책 때문은 아니지만
올해부터는 일기를 (되도록 매일) 쓰기로 했다.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매일 일상에 제목을 붙이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루에 단 세 줄이라도, 일기 쓸 거리를 만드는 매일을 만들고 싶어졌다.
"나는 그동안 불투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수많은 '오늘'을 희생하며 살았다.
저당 잡혔던 그 무수한 '오늘'들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 145쪽
하루하루 꼿꼿하게 당당하게 멋지게 살아가는 것,
그것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것,
위지안이라는 영민하고 생동감 넘쳤던 한 사람에게 배운다.
그녀는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남기고,
'맥도널드'라는 별명의 남편과 '만두'라는 귀여운 아이와
수많은 가족, 친구들에게 사랑을 남겼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고통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가족이자 친구들에게,
내가 부족하여 다 나누지 못하는 미안함을 전하고픈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