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의 작품들은 대개 외롭고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빠지곤 하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억지스럽거나 거북스럽지 않다. 오히려 더욱 현실적인 상황이 되기도 하고 삶의 우연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는 갑자기 사라진 사람에 대한 책(헥터 만에 대한 짐머의 연구서)과 죽음을 담보로 담긴 회고록(샤토브리앙)과 세상에 나타나지 못하고 불타버린 원고(엘머가 쓴 헥터 만의 자서전),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기록한 책(바로 이 책. 그러나 짐머가 쓴 것으로 되어 있는)이 등장한다. 이 모든 것은 허구이자 현실이며 환상이자 실체가 된다.

실존과 사라짐, 삶과 죽음에 대한 폴 오스터의 깊어진 통찰이 엿보이고 어느 한순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올해 이 작품으로 시작하게 되어 행복하다.

'사람들은 곤경에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한다'-샤토브리앙 회고록에서 다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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