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 에번스 Walker Evans 열화당 사진문고 6
룩 상트 지음, 김우룡 옮김, 워커 에번스 사진 / 열화당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찍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 64페이지에도 그렇게 씌어 있다.'누구든 이 장면을 찍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에번스만이 그렇게 했다.'어찌 보면 평범하고 별것 아닌 풍경도 그의 눈-카메라-을 거치면 또다른 풍경이 된다. 그것은 결코 화려하고 특이한 장면이어서가 아니라 에번스에게 또하나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독특한 구도와 배치, 순간의 포착, 과연 그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인지는 과문한 나로서는 알 수 없으나, 한밤중, 촉수 낮은 불빛에서 한장 한장 넘겨본 그의 사진은 과연 훌륭했다. 의도인듯 우연인듯 먼듯 가까운듯 볼수록 많은 이야기가 터져 나올 것 같은 그런 사진들.무엇보다 이 책이 빛난 건, 사진에 덧붙여진 해설과 머릿글 덕분이다. 혹시나 사진을 내 맘대로 보는 것에 방해될까 싶어 처음 읽을 때는 오른쪽 페이지 사진만 넘겨보고 나중에야 왼쪽 페이지의 글을 읽었다. 룩 상트의 애정 어린, 그리고 정확하고 멋진 설명 덕분에 워커 에번스 사진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발견'하는 능력, 그러한 눈. 범상한 나도 갖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이제 워커 에번스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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