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인생 - 2002 제2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민음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참, 흔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한 동네에 하나씩은 있기 마련인 카페 이름이자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우리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리봉동 만화가게를 배경으로 했던, 최재성과 최명길의 연기가 돋보였던 그 영화.

'광고계의 신성'으로 불리는 주인공은 이미지를 조작하고 '팔아먹는' 광고의 속성에 누구보다 진저리치면서도 그를 잘 이용하는 인물이다.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어하면서도 그 매력에 단단히 매여 있는 사람.

이 작품은 광고회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이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광고와 이미지에 대해 상당히 힘을 기울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이 경험하고 잃어버린 사랑의 감정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 건지 광고처럼 이미지에 속고 속이는 행태를 풍자한 건지 작가의 관심은 분산되고 만다.

우선 광고회사에 대한 부분을 봐도 많은 취재 과정을 거쳤을 법한테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마치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물론 그보다는 훨씬 속이 알차고 진지하지만 광고에 대한 분석의 메스를 들이대는 건 이미 90년대 초중반에 끝나버린 식상한 이야기 아닌가. 이제는 더이상 청바지 광고에 금붕어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가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역시 신선하지 않다.

또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푸드 스타일리스트 같은 최근 각광받는 직업에 대한 묘사나 인용도 좀 억지스럽다. 멋내기라고나 할까. 그보다는 사랑과 삶의 진정성에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하지 않았나 아쉽기만 하다. 말이 없는, 표현하지 않는, 백지 같은, 눈에 띄지 않는 주인공의 사랑 '민'에 대한 설명도 영 허전하기만 하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아내는 너무 전형적이고 악세사리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잘 읽히는, 스피디한 문체가 퍽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자꾸 날개에 있는 작가의 프로필로 돌아갔는데 그럼 그렇지, 싶게 젊은 작가의 첫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숨 돌릴 틈없이 제작자와 경쟁사와 소비자와 갈등을 벌이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광고회사 사람들의 이야기와 너무나 쓸쓸하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교차되는 이 작품을 읽으며 괜시리 마음이 아련해졌던 건 확실하다.. 이렇게 우리 소설을 읽으면 감정 몰입이 잘 되는 탓에 쓸데없는 감상에까지 빠지는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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