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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만을 듣는 새벽에 - 김갑수의 음악과 사랑 이야기
김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 집착하거나 목숨 걸어본 적이 없다. 몇 가지 조금씩 건드렸다가 눈길을 주었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 적은 많지만 그뿐이다.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매니아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경외심을 느낀다. 사진, 미술, 음악, 문학, 와인 등의 보편적인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아주 특이한 것들, 남들은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정통한 사람들, 물론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 책의 저자는 시인인데 난 그의 시를 접한 적이 없다. 다만 지금은 아닐 텐데, SBS 라디오에서 '책하고 놀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음을 직업적인 이유로 알고 있었는데 그나마도 들어본 적은 없다. 그의 클래식 편력기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애호가 마니아의 자세(?)란 어떤 것일까가 괜시리 궁금해졌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음악가의 이름은 반의 반도 모르며 그들의 음악도 거의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 음악적인 이야기는 대체로 패스. 그보다는 저자가 음악을 어떤 마음으로 듣는지 왜 듣는지에 더 주목했다.
저자는 자신이 음악, 그것도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듣게 된 건 어떤 운명적인 것으로 본다. 고교 시절 선배에게 이끌려 음악감상실에 갔고 거기서 어떤 음악을 들었고 그것이 너무 좋았다는 것. 그럼 나는 아직 운명적으로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만나지 못했나 보다.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은 저자가 음악만큼 사랑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던 옛사랑에 대한 기억을 필요 이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오디오 기기에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집착했던 사랑의 기억은 본인에겐 두고두고 - 어쩌면 한참 지났기 때문에 - 떠올릴 만한 것이겠지만 독자 입장으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의 저자가 그렇듯이 대체로 매니아들은 폐쇄적이고 단선적이다. 그래서 밥을 굶어가며 새로운 오디오 기기를 사들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랑하고, 차비가 없어 걸어가더라도 찍어두었던 LP판을 사고야 만다. 나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집착과 노력을 마음껏 펼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는 것일까. 모르겠다.
다만, 그런 건 많이 부러웠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쓸데없는 저녁 약속을 줄이고, 음악과 대화를 하고 생활과 생각을 단순하게 하는 것. 나에게도 필요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