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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바다 건너기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조너선 캐럴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알라딘이나 이글루스 같은 곳에서 귀동냥을 한 거겠지.
딱 그런 성향.
어쨌거나 <웃음의 나라> <벌집에 키스하기> 모두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고
더불어 북스피어라는 출판사에도 호감을 가지고 있던 터다.
얼마 전 아는 분께 캐럴 이 작품 어서 나오길 기다린다고 말했더니
그걸 기억하시고 한 권 보내주셨다.
아무튼 '나무바다'라는 제목도 그림도 희한하고 인상 깊어서
얼른 손에는 잡았지만 결국 완독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크레인스뷰 3부작' 중 <벌집에 키스하기> 다음으로 두번째 나온 작품인데,
아무 생각 없이 <벌집>을 읽던 기분대로 덤볐다가
어어, 이게 뭐야, 책장을 넘겨야 했다.
말하자면, SF라고 할까, 미스터리 SF 혼합 변종 장르이니
굳이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캐럴 양반도 원하지는 않을 테고
뭐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읽어내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어쨌거나 스포일러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말하자면
외계인도 나오고 시간 여행도 나오고 적당한 호러적인 요소도 있고 액션도 있으니
맞아맞아,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보았을 때의 그런 기분인가 보다.
(그렇다고 '좀비'가 나오지는 않는다.)
아픈 몸으로 침대에 비비적대며 후반부를 읽다가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했는데
몸이 아파서인지, 내 앞에 열다섯 살의 '나'나 스무 살의 '나'가 나타난다면,
아니면 마흔다섯 살의 '나'가 나온다면 어쩔까 싶으면서
조금 슬퍼졌다.
어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생각해 보니 참 할 말도 없고
마흔다섯 살의 '나'에게는 무지하게 혼나고 원망 들을 것도 같다.
정말 슬프다.
어쨌든 나무바다든 스폰지바다든 솜뭉치바다든
그것을 건너는 방법은 수백 수만 가지일 테고
그 앞에서 떠올릴 생각에는 정답은 없을 것이다.
프래니처럼 비틀스 멤버들을(레넌도 매카트니도) 마트에 다 모아놓고
나만을 위한 음악을 연주하라고 시키는 것도 그 한 방법.
그때의 내 신청곡은
I Want To Hold Your Hand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