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함께 살던 친구가 성남으로 이사를 갔다.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던 사이였다. 나이는 찼지만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라 책 이외에는 별반 짐이 없을 것 같더니만 이것저것 꺼내놓으니 한 살림이다. 며칠 전 흩어지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을 때까지만 해도 무심했는데 꾸려 놓은 짐 보따리를 보니 왜 이렇게 처량하고 쓸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녀석의 고향은 지방인데 형편이 넉넉지 않아 쉽게 방 한 칸 구할 사정이 못 되었다. 갖추고 덤벼도 억울하고 힘든 일이 넘쳐나는 서울살이가 하염없이 고달플 텐데 그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떠나는 친구를 붙잡지 못하는 내 처지가 야속하기 짝이 없다. 집을 떠나야 하기로 결정이 된 이후로 가뜩이나 마른 몸이 더 패이고 바짝 타들어 가는 입술도 애써 못 본 척 했기 때문이다.
트럭에 짐을 싣고 떠나는 모습은 끝내 지켜보지 못했다. 떠나는 사람 짐이라도 몇 더미 날라주고 싶어 어떻게든 일을 미뤄보려고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두고두고 후회가 될 일이 분명하다. 연일 따뜻한 날이 이어지더니 오늘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추웠는지……
초라한 이사 짐을 실은 트럭의 앞좌석에 앉아본 사람은 안다. 자신의 삶이 떠밀려 가는 고단함과 스쳐가는 낯선 풍경이 던져주는 불안함을. 온갖 상념들이 왜 이렇게 결연하게 느껴지는지를. 길을 잘못 든 것만 같은 낭패감과 속절없이 무너지는 청춘의 서러움을.
얹혀산다고 까다로운 내 성정도 묵묵히 다 견뎌 준 친구의 고마움을 언제쯤 절실하게 깨닫게 될까.
몸이 멀어졌지만 마음만은 멀지 않길 간절히 바랄밖에.
친구여! 잘 살거라. 부디 건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