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1 -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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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낢이 사는 이야기를 처음 본 것이 벌써 2년이 넘었다. 쬐금한 2등신 캐릭터들이 나오는 평범한 그림체에 짧은 에피소드들이 모인 책. 회사 카페에서 처음 보았던 낢이 사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11권이 발간되었나 보다. 올해로 10년 동안 연재를 했다고 하니 작가의 체력도 그렇고 소재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노력이나 능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든다.
10년 동안 낢의 그림체도 참 많이 바뀌었지만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내가 벌써 서른 셋이 되어버렸고, 작가는 서른 하나가 되어버렸다는 것 아닐까?
낢이 사는 이야기는 공감이다. 우리가 어렸을 시절부터 경험했던 것 하나하나가 이야기로 나온다. 이를테면 책상이나 필통을 연예인 사진으로 둘러싸던 것 하며, 굉장히 오래된 영화나 만화, 게임에 대한 소재가 은근슬쩍 패리디로 등장한다. 물론 그걸 알아야 진정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이번 이야기는 서나래 작가가 이과장과 연인사이가 되고,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에 만난 친구였던 이과장의 고백을 받고, 하나씩 결혼을 준비하는 그 과정이 소소한 재미를 담고 있었다. 사귀는 사람을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줄 때의 그 떨림과 부끄러움, 그리고 어긋나 있는 부분을 조금씩 서로 맞추어 나가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서른살이라는 나이가 주는 이미지는 전혀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남녀가 사랑하는 이야기는 그 누가 되었든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서나래 작가도 이과장과 사랑하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낢이 사는 이야기를 보면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소재 하나가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낢이 사는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서 생기는 소소한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과연 나의 삶도 남들이 보기엔 재밌는 구석이 있을까?
웹툰 작가의 삶이 남들보다 더 즐거운 것은 아닐게다. 분명히 마감에 시달리는 삶을 살고 있을게 틀림없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그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 그것이 서나래 작가의 힘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중요할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삶도 누군가가 보기엔 참 재밌는 인생일 수 있을까?
 
나의 대학교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 행정직 9급 공무원이었다. 내가 원하던 동사무소 9급 공무원은 정말 할 일이 없어보였다. 주민등록등본 뽑아달라고 하면 그거나 뽑아주는 그런 사람.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직업은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이었다. 마치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로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참으로 어렸고, 창작의 고통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그런 삶을 동경했던 것이다. 서나래 작가의 삶이 사실 내가 살아보고 싶던 인생이었는데, 작가의 후기에서 언급되는 창작의 고통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재미없는 인생을 생각한다면 웹툰 작가를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준비를 끝으로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 3가 마감되었다. 30년 넘게 각자 살아온 인생을 하나로 엮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2권에서 이어질 것이다. 나아가 시즌 4에서는 깨가 쏟아지는? 결혼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로 예상되지만 어떤 예측불가한 즐거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즐겁게 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나도 얼른 결혼해야 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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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세계사 1 -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피의 백작부인까지, 우아하고 잔혹한 유럽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1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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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지독하게도 싫어했던 학창시절. 나이 서른 먹도록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만화를 통해 접했던 내용들이었다. 퀴리부인, 나이팅게일, 라이트형제, 나폴레옹, 베르사이유 장미를 통해 본 루이18세와 마리 앙투와네트 이야기 사실 그 외에 내가 아는 내용이 없다.

중세 유럽이라고 하면 정장을 입은 남자가 펑퍼짐한 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여성에서 다가가 손에 입을 맞추고 춤을 덩실덩실 추는 것? 그정도?? 우리나라 초가집과는 다른 생활을 했다는 것 정도밖에 없다.(사실 남자 입장에선 중세 유럽이라면 갑옷입고 말타고 창싸움 칼싸움 하는 쪽이 더 이해하기 쉽다)

 

우리나라 역사만 해도 그렇다. 나의 역사적 지식은 빗살무늬 토기와 비파형 동검, 그리고 잔무늬 거울을 지나가면서 모든 기억을 상실해 버렸다. 서론이고 노론이고 아는 내용은 TV 드라마에 나오던 이순신이나 대조영, 태조왕건 이 정도 뿐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들의 삶보다는 그 주변에 나오는 설인귀라던가 '내 아우 수달이가 죽었어!!'라고 울던 견훤, 그리고 대조영과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몽골 여인.. 등등 잡스러운 것만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아는 지식이 이 정도일진데 서양사는 어쩌겠는가. 그야말로 바닥에 바닥을 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역사가 이토록 재미없었던 것은 일련의 사건 안에 들어있는 역사적 진실은 가르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라는 교육방법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뭔가 이해가 되어야 외어질텐데 난 외우질 못했다.

 

역사라면 치를 떨고 살던 내 눈에 2013년 연말, 잠실역 교보문고에서 기술사 책을 보려고 어슬렁거리다 발견한 하나의 아리따운 여자가 그려진 책 하나. 이름하야 스캔들 세계사. 여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써는 여자 이야기 많은 책을 좋아하는데 딱 내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였다. 게다가 제목이 무려 스캔들이라니! 세계사 스캔들이라니!! 요거 알면 이야깃거리가 좀 되겠는데? 하고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읽은 결과는 대만족.
 
요 몇 년 전부터 인테리어든 건축 구조물이든 지중해 생활양식이라 불리우는 프로방스 스타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것이 마치 유럽에서는 잘사는 사람들이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던 아름답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생활양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스캔들 세계사를 통해 들여다본 중세 유럽사회의 모습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 책 page. 96. 8편, 중세유럽에서 남자로 태어났다면?
"키우는 가축들은 밤에는 모두 집안으로 들여옵니다. 냄새 좀 참지 않으면 닭이든 소든 돼지든 밖을 어슬렁거리는 굶주린 늑대며 여우며 곰같은 온갖 포식자들이 다 잡아먹어버립니다. 가구가 없기 때문에 모든 생활은 바닥에서 했습니다. 흙바닥에 건초 깔아놓고 자고 흙바닥에서 밥을 먹고 화장실 대신 통 하나를 두고 거기에 볼일을 보았습니다."
 
도시에 사는 자유민들은 오물이 가득한 요강을 창 밖으로 버리는 일이 흔했다고 한다. 프로방스 스타일의 아름다운 아치 모양의 나무 창문으로, 빨간머리 앤이 턱을 괴고 웃고 있을 그런 곳에서 요강에 담긴 똥오줌을 밖으로 그냥 버렸다고 한다. 또한, 씻는 것이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위생상태가 불량하였고, 그러한 생활양식은 흑사병을 부르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 책 page. 77. 7편, 중세유럽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면?
" 해가 빨리 뜨는 여름은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계절입니다. 해가 빨리 뜬다는 것은 그만큼 더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고, 그러면 당신은 한여름에는 새벽 3시부터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합니다.... 식사 준비가 끝나면 온 가족을 부릅니다. 다들 맛있게 먹네요. 잠깐! 당신은 기다려야 합니다. 여자니까요. 아이들과 남자들이 다 먹고 난 후 남은 게 있다면 먹고, 없다면 굶습니다."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중세시대는 일반인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시대였다. 낮이고 밤이고 쉴 시간이 거의 없었고, 오죽했드면 평균 수명이 40대 초반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인의 이런 고달픈 삶과는 달리 귀족들의 삶은 여유가 넘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실인가 보다. 단지, 지금은 과거에 비해 인권이 신장되었다고 할 뿐, 돈 많은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 변함이 없었다.
 
백설공주 이야기 편에서는 이야기 속에 담겨진 시대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 독사과를 먹고 죽은 공주 시체를 사려는 왕자, 계모를 죽이는 백설공주의 잔인함까지.
이 밖에도 중세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한 이야기, 아들을 낳아 후계자를 잇고 싶어했던 헨리 8세가 여섯명의 여자를 갈아치운 이야기, 마녀로 몰려 죽어갔던 수많은 과부들을 통해 중세시대의 어두운 단면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코르셋, 퐁탕주, 칼라 등 패션아이템으로 당시 유행했던 의복의 유래와 전파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중세 유럽의 사회상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로 풀어씌였다.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가르친다면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재미는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흥미는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관심은 나아가 해당 분야에 대한 집중을 하도록 할 것이며, 그러한 집중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역사책과는 달리, 재미없고 외우기만 해야 했던 역사를 역사적 증거와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로 풀어쓰면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역사에 다가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진짜 도움이 되는 역사 지식은 단편적인 연도 나열이 아니라, 당시 생활상, 사회상, 가치관에 대한 정확하고도 자세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의 블로그에서는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이 신세대 언어로 좀 더 개성 넘치고 재밌는 언어로 풀어 씌여 있어, 책에서 읽는 것과는 또다른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으니 직접 확인해보기 바라며, 역사란 것이 해석하는 사관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책처럼 사실만을 전달해주는 책이 있음에 감사하며 더 유익하고, 재밌고, 도움되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 더 많이 발간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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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가루 백년 식당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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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지켜야 한다. 손님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5,586개 장수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은 일보이 3146개로 56.3%를 차지하여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장수기업 상위 10대 기업을 살펴보니, 목조건축공사를 업으로하는 곤고구미라는 회사는 578년 창립되어 약 1500여년 동안 유지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여관같은 숙박업이 천년 넘게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일본이 역사 왜곡 문제로 여러 나라와 마찰을 빚고 있기는 하나, 개개인으로 봤을 때에는 전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장인정신이나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지 않는, 손님을 소중히 여기려는 모습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TV 프로그램 중에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달인들, 소위 장인들은 자신들이 전수받고 개발하여 발전시킨 기술, 그 전통을 지키기 위한 혼신의 힘을 다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그들 모습을 통해 아름다운 장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 쓰가루 백년 식당은 세월이 흘러 겉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100년 전부터 지켜온 자리 만큼이나 언제 먹어도 한결같은 진하고 깊이 있는 메밀국수의 맛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명장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일본에서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의 히로사키 현에서 골든위크 기간동안 히로사키 성터 공원에서 열리는 대규모 벚꽃 축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연못으로 둘러싸진 성터에 벚나무 2,600그루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전국 각지에서 300명 이상의 장사꾼들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 300명 중에 오늘의 주인공인 '오모리 식당'이 있습니다.

오모리 식당은 100년 전, 창업주인 오모리 겐지가 오모리 도요가 함께 세운 메밀 국수 집으로 두 사람과 소중한 인연들이 만나 만들어진 전통 메밀국수 집입니다. 이 전통 메밀국수 전통의 맛을 유지시키기 위해 재료에서부터 반죽, 육수 내는 방법을 수십, 수백년간 고집하는 가족이 오모리 겐지로부터 4대 째인 오모리 요이치까지 이어지는 명장의 집입니다.

 

[사진-1] 이 소설의 배경인 아오모리 히로사키성 전경(출처 : google 검색)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담담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 일인지. 그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데쓰오는 줄곧 같은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모리 식당의 3대째 주인인 오모리 데쓰오의 아들인 오모리 요이치는, 한 순간의 실수로 어린시절 육상선수로써의 꿈이 깨져버렸습니다. 가업을 물려받아 메밀국수집을 유지하려던 주인공은 아버지의 반대로 가업을 이어받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도쿄라는 대도시로 떠나게 됩니다. 도쿄에서 식당 보조, 인테리어 회사 등에서 일하며 세상의 쓴맛을 제대로 맛보고 있던 주인공. 그에게 천직이라 불립법한 직업이 찾아옵니다. 그것은 바로, 삐에로. 이벤트 회사의 삐에로로 일하는 그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삐에로라는 직업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진정 행복이라는 것을 하나하나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었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사진작가를 꿈꾸며 견습작가로 일하는 동향 출신의 쓰쓰이 나나미를 만나게 되고, 삭막하고 적적한 대도시 생활 속에서 서로에 대한 위안과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사진-2] 히로사키 성 주변의 아름다운 야경

 

"나나미는 꿈을 향해 한걸음씩 전진하는데 나는 여전히 피에로이고, 전진은커녕 걸어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고..."

 

그러나, 목표,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내딛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 있는 여자친구 나나미와는 달리, 끝도 없는 제자리걸음에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한심한 현재의 모습에 주인공은 낙담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일을 도와주러 아오모리에 내려가게 되고, 주인공과 여자친구는 서로간에 얽혀있던 갈등을 풀고 서로를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올바른지 생각하게 됩니다.

 

벚꽃 축제장에서 나나미와의 만남과 아버지 데쓰오와의 화해, 그리고,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겠다는 요이치의 마음이 하나로 어울어져, 초대 오모리 겐지의 마음이 그렇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나아간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일본사람들 개개인에 있어서는 전통을 소중히 하고, 전통을 찾아주는 손님께 최선을 다하는 장점은 배워야 할 모습입니다. 여러 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나가는 전통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가업 유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분위기 역시, 전통을 지키는데 큰 버팀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중한 것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 말은 단순히 오모리 식당의 메밀국수 맛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메밀국수는 단순한 매개체일 뿐, 진정 소중한 것은 손님을 소중히 하려는 마음, 가족을 향한 마음,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마음, 즉, 자신들만의 소중한 꿈을 이루겠다는 그 간절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과연 요이치는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삐에로 역할로 꿈을 이루어 나갈지, 아니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여자친구인 나나미와 함께 쓰가루 백년식당의 이후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까요??

저자가 무지개 곶의 찻집, 당신에게를 쓴 모리사와 아키오인 만큼, 관광명소의 아름다운 풍경을 글로 미려하게 표현하였습니다. 히로사키 주변 벚꽃축제장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설 뿐만 아니라 사진 자료들을 통해서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3] 벚꽃축제장에서의 오모리 식당은 이런 모습일게다(히로사키 벚꽃축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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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자 밟기 - 강남 엄마는 절대 모르는 전교 200등 서울대 가기
한일수 지음 / 유리창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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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있어 아버지라는 분은 뛰어 넘고 싶지만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존재이다. 비록, 시대가 지날 수록 우리는 점차 편하고, 안락하고, 평등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지언정, 과거 수많은 불평등과 사회적 제한 속에서도 우리가 태어날 수 있도록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최선을 다해 살아온 아버지라는 존재. 그 아버지가 행했던 그 역사만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것이 세상 모든 남자들의 목표일 것이다.

과거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극도로 빈곤했던 시기를 거쳐왔던 우리들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꿈과 열정을 모두 포기하고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람들이다. 그랬다. 그들은 하늘에 떠있는 별만을 바라보고 달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집단 위에 있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가장 치열했던,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죽음 뿐이었던 어두운 시대에 살았던 그들의 꿈은 가정에서 가장으로써만이 위안 받고 위로받았던 것인지도모른다.

 

헌데, 대한민국에 있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이, 인생을 바꾸고 가족의 생활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했다. 그런데 찢어지게 가난하던 그 시절에 그것이 쉬운 일이던가. 그러나 그것도 그때 뿐이었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옛말이 되고 말았다. 유년기부터 조기유학에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영미권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원어민과 같은 영어실력을 키우고 고등학교를 진학할 즈음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것이 요즘 일반적인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선택한 나의 이유는 단순했다. 아직 결혼도 못한 나라고 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기 때문이다. 그 관심의 깊이도 어느 부모님들보다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주제에 대해 나의 부모님께서는 손주가 태어나면 손주가 있을 때는 항상 책이나 신문을 읽는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부모님의 말씀으로부터 관심이 시작되었다.

내 경험을 미루어 짐작컨데, 자식에게 공부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절박한 환경이 조성되던지, 자신의 꿈이 명확해져야 비로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꿈이란게 없어서 공부를 해서 가장 높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공부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되는 것인지, 책에서 설명하는 사례와 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많이 읽지 않고서도 그 욕심을 채우기엔 이 책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의 경력을 마음껏 펼쳐놓은 자서전도 아니오,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한 방법을 서술한 에세이도 아니오, 그렇다고 한의학에 대한 정보를 적은 의학서도 아니다. 결국 욕심은 많은데 어느 하나 정리된 것이 하나도 없다. 많은 것을 담으려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저그런 책이 되어버렸다.

 

공감할 수 없었다. 저자의 할아버지부터 시작되어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다고 했는데 목수일만 해서 여섯 형제들을 먹여살리는데다 대학까지 다 보냈다는 것이 말이다. 더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은 IMF 시대에 보증을 섰다가 한의원을 팔았던 이야기이다. 보증 잘못 섰다가 집안을 홀라당 말아먹었는데 그 시절 저자는 아프리카로 힐링 여행을 떠났다. 다른 가장들은 직장을 잃고 일용직마저 거부하지 않고 힘든 시절을 보냈던 그 때에, 저자는 여행을 떠났으면서 그것을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어린 자식을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전국일주도 떠났다. 저자가 진정 어렵게 사는게 무엇인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자신이 정말 사치스럽고 부유하게 살았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저 사람은 진짜 가난하게 살아본게 뭔지, 돈 없이 살아본게 뭔지 모르는 듯 했다. 한국에는 공부에 소질이 있어도 집안 형편에 그 의지를 포기해야 했던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데 말이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어느 책에서 언급했다.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보다 더 낮은 곳까지 내려간 적은 없는 듯 보였다.

 

또한, 저자가 주는 메시지는 독서라는 수단과 체력 보강을 위한 한약재 뿐이었다. 독서 분위기를 만드는 가정의 중요성은 이지성 작가나 김병완 작가와 같은 독서 예찬로자로부터 몇 년 전부터 지겹도록 들어왔다. 그러나 특이점은 없다. 둘 째 아드님이 서울대 간건 정말 축하할 일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남는게 없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자식 자랑인가, 한의원 홍보인가. 여유로운 삶을 자랑하는 것인가?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서울대에 갔다는 저자분의 둘 째 아드님이 과외든 학원이든 다닐 건 다 다녔다는 것이 더 실망스러웠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학생과 다를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차라리 작년에 인생극장에 소개되었던, 쉴틈없이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의 인터뷰 내용이 더 감동적이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이렇다. 이 책의 내용은 강남 엄마들은 알 필요도 없고, 콧방귀 뀔 내용이라는 것이다. 소위 재벌이라고 불리우는 강남아줌마가 아니라, 평범한 분당 아줌마들도 외고, 과고를 보내려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한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편협한 시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알게 된 건 있었다. 한의사도 레지던트는 하는 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 외엔 없다.

작년 순정동화와 행복해야 성공이다 라는 책 이후로 나의 분노를 일으킨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경험도 풍부한 저자이시겠지만, 이렇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책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보다 이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펼친 출판사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론 저자가 진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책을 쓰길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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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세계사 2 - 피의 여왕에서 금발 미녀의 유래까지, 비정하고 매혹적인 유럽 역사 이야기 풍경이 있는 역사 2
이주은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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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스캔들 세계사 1권에서 백설공주 이야기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부분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광부로 살았던 난장이(Dwarf)들은 왜 크고 건장한 남성으로 표현될 수 없던 이유, 잠들어 있는 백설공주에 입 맞추는 왕자가 가진 당시 귀족들의 변태적 성향, 그리고 왕비에게 복수하는 백설공주의 모습을 통해 볼 수 있던 당시 형벌의 잔혹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프랑스혁명으로 죽은 마리 앙뚜와네트가 기존에 강조된 사치스럽고 백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직접 농장을 꾸리고 백성들을 위해 기부금을 내던, 당시 귀족보다 훨씬 청렴하게 살았던 그녀의 인생을 알게 되자, 단두대에 올라서던 그녀가 사형집행인의 발을 밟고 했던 마지막 말 "실례했습니다, 무슈. 일부러 밟은건 아니었어요."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가슴이 저려오는 것은 바로, 어떤 사건 속 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스캔들 세계사는 중세 서양 귀족들의 비밀스런 결혼이야기 뿐만 아니라, 서양의 동화나 전설이 내포하는 진실과 숨겨진 의도를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 입니다. 스캔들이라는 단어가 가진 비밀스럽고 야릇하면서도 열쇠구멍으로 슬쩍 엿보는 듯하게 서양의 역사와 동화 속에 몰래 감춰져 있던 숨겨진 진실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동화속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던 유럽의 이야기들이, 사실은 역사적인 사건과 배경 속에서 싹트고 성장해 왔고, 읽다 보면 중세 유럽사회가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중세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1] 마리아 테레지아의 젊을 적 초상화. 그녀의 덩치가 변해가는 모습도 흥미롭다

 

지난 1권에서는 영국 왕조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면, 이번 2권에서는 어느 특정 왕조에 집중하기 보다는 좀 더 읽을 수 있도록 보다 더 캐쥬얼한 역사적 사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즘처럼 이혼이 결혼하는 것처럼 일반적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중세시대의 특이한 관습을 꼽으라면 아내를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적법절차를 통해 이혼을 하려면 너무 많은 돈이 소요되는 나머지, 중세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공증해 줄 수 있는 '시장'을 이용하여 아내를 판매하였습니다. 심지어 자식까지 판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에서 보여지는 판매되는 아내의 모습은 되려 기뻐보이기까지 합니다. 한 번 돈을 받고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판매를 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고 하니 아내를 팔기 전에 심사숙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팔려간 아내는 결혼은 못한다고 하니, 이전 남편과 참고 사는 것이 나은지 시장에서 팔리는게 나은지는 모르겠네요.

 

 [그림-2] 돈없는 일반인들의 공식적인 이혼방법 "아내를 판매합니다"

 

'멍청한 금발'의 유래편에서는 고집스럽고 수다스러운 앤의 머리색은 왜 빨간색이어야만 했는지, 금발의 미녀는 왜 멍청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었지만, 남녀 막론하고 사람들은 왜 금발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로잘리 뒤테라는 인물을 통해 그녀가 멍청한 금발을 가진 여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머리색에 따른 남성들이 갖는 여성에 대한 편견까지 범주가 확대되어 갑니다.

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명작인 '최후의 만찬'을 만든 3년 동안의 기간 중에, 실제 그림을 그린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고, 나머지 기간은 최후의 만찬의 배경에 대해 열중했다는 이야기, 웃고 춤추다 죽어간 중세 사람들의 이야기, 영국 최초의 여배우 넬 귄의 신데렐라와도 같은 이야기, 네덜란드 튤립 이야기와 마리 앙뚜와네트 왕비의 어머니이기도 한, 2권 표지의 주인공 마리아 테제지아 여제의 자식 편애, 권력을 유지하고자 근친간 결혼이 흔하여 유전병으로 고통받았던 유럽 왕족들과 빅토리아 왕비의 새하얀 웨딩드레스 유래를 비롯하여, 무정부주의자에게 칼에 찔려 죽어서도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유일한 왕족 엘리자베트 황후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림-3] 비운의 삶을 살았지만 국민들에게 사랑받았던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 황후

 


[그림-4] 향락의 1920년대, 손녀와 함께하는 맥주 타임이라는 광고문구가 흥미롭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유럽 중세사회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람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평생 일만 하다가 죽어갔고, 어떤 사람은 평생을 감옥에서만 살아갔습니다. '또 하나의 다이애나비'편에서 어떤 사람은 원하지 않는 결혼으로 말미암아 평생을 고통속에서 살아갔고, '미워할 수 없는 구두쇠'편에서는 세계 제일의 갑부임에도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살아간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 사람이 황제가 되었든 평민이 되었든, 신대륙에서 팔려온 노예가 되었든 그 모두가 한 시대를 살아가던 구성원이었습니다. 역사를 통해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잊지 않고 열정과 사랑을 안고 살아갔을 중세와 근세 사람들을 책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를 이렇게 시대적 배경을 알고 각 인물이 가진 한계와 특징을 알고 읽을 때, 얼마나 재밌는 소재인지 알게 됩니다. 역사라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장르를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사건 속에 숨겨져 있는 인물들의  바로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알면 현재를 알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를 통해 과거 사람들이 얼마나 열악한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들의 열악한 삶 속에서 편견과 관념을 깨뜨리며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킴으로써 현재에 이르게 되었음을, 그리고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열망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양 유럽사에서 살며시 드러나는 삶의 모습과 사랑이야기가 '스캔들 세계사 3권'에서는 또 어떤 사건을 토대로 흥미롭게 펼쳐질 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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